이명박과 오세훈은 다르다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6-07-10 20: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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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하승 편집국장 이명박 시장이 물러나고 오세훈 시장의 임기가 시작되면서 시민들은 “오세훈 시장은 이명박 시장과 한 세트”라며 결국 “오 시장은 ‘새로운 불도저’라는 오명을 얻게 될 것”이라고 {ILINK:1} 예상했었다.

그러나 이 시장과 오 시장은 달랐다.

우선 이 시장은 개발 만능주의자답게 ‘불도저’라는 별칭을 달고 시장에 취임했으며, 그 별칭을 고스란히 간직한 채(?) 시장직을 퇴임했다.

참여연대의 홍성태 정책위원장은 이명박 시장의 정책을 한마디로 ‘신개발주의’라고 정의 내렸다.

홍 위원장은 “개발주의는 크게 세가지 특징을 갖는다”며 “요컨대 개발주의는 생태적 조건을 무시하고, 문화를 파괴하며, 시민의 뜻을 존중하지 않는 방식으로 개발을 강행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신개발주의는 생태와 문화와 시민을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개발주의와 다르지 않다”며 “이 점에서 신개발주의는 ‘교묘한 개발주의’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즉 이 시장은 재임 4년간 ‘교묘한 개발주의’ 정책을 전개했다는 것이다. 필자는 홍 위원장의 이 같은 지적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청계천 복원과정에서 그의 횡포를 보아왔던 터였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홍 위원장은 오 시장도 결국 이 시장과 같은 길을 걷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필자의 생각은 다르다. 적어도 오 시장만큼은 환경과 절차적 민주주의를 상당히 중시할 것이란 판단이다.

서울시가 10일 신임 오세훈 시장의 핵심공약을 실행할 3개 본부를 신설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조직 개편을 단행한 것만 보더라도 필자의 판단이 틀리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실제 서울시는 이날 “대기질 개선, 도시 경쟁력 강화, 강북 도심 부활 등 오세훈 시장의 핵심공약 실천 방안을 마련해 시행할 `맑은 서울 추진본부’(맑본), `경쟁력 강화 기획본부’(경본), `균형발전 추진본부’(균본)를 신설한다”고 밝혔다.

‘맑본’은 환경문제를 위해 신설되는 조직이다. 물론 ‘경본’과 ‘규본’이 동대문 운동장 개발이나 뉴타운 개발 등 전적으로 개발을 위한 조직이라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들리기도 하지만, 개발을 하되 환경과 문화와 시민을 위한 방향으로 진행하기 위한 조직이라면 문제될 것이 없다.

즉 이 시장처럼 시민과 환경, 문화 등을 들러리로 내세우는 것이 아니라, 실제 그들을 위한 정책이라면 굳이 개발을 막을 필요는 없다는 말이다.

경쟁력 시대에 개발을 억제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기 때문이다. 사실 이 시장은 청계천 복원과정에서 시민들의 의견을 듣겠다며, 청계천시민위원회를 구성해 놓고도 그들을 허수아비로 만드는 등 절차적 민주주의를 무시하는 일이 비일비재했었다.

만일 이런 사태가 재연될 것을 우려한다면 그것은 한낱 기우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이 시장과 오 시장은 생각부터가 확연하게 다른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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