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발급 현장을 보았는가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6-08-11 17:5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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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하승 편집국장 {ILINK:1} 최근 이노근 노원구청장과 자리를 함께 한 일이 있었다.

그는 그 자리에서 “노원구 구청장으로 취임한 직후 여권을 발급받기 위해 늘어선 민원인들의 줄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모습을 보고, 직원들에게 현장을 비디오카메라에 담으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당시 민원들 가운데는 기다리다 지쳐 졸고 있는 사람도 있었고, “새벽부터 왔는데 언제나 여권을 발급받게 되느냐”고 하소연하는 사람도 있었다고 한다.

그런 모습을 고스란히 앵글에 담은 것이다.

그는 그 모습을 CD에 담아 행정자치부와 외교통상부, 서울시 등 상급기관에 보냈다고 했다. 말이나 글로 현장의 어려움을 설명하는 것보다 실제 모습을 영상에 담아 보여주는 것이 행정을 담당하는 사람들의 판단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의 판단은 적중했다.

그런데 서울시가 27일 이에 대한 대책이라며 내놓은 것이 고작 `여권발급기 가동시간 연장’이라는 것이다.

현재 노원구뿐만 아니라 종로, 서초, 강남 등 여권발급을 대행하는 서울시내 10개 구청은 여권발급과 관련, 극심한 민원인의 불편과 업무 가중을 호소하고 있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이른바 ‘여권대란’이라고 불리우기도 한다.

실제 이들 구청에서는 새벽 4시부터 여권 접수를 위한 번호표를 받으려는 민원인들이 줄을 서고 있으며, 번호표 발급이 시작되는 아침 8시30분께면 줄을 선 사람들이 평균 300~400명에 달한다는 게 이노근 구청장의 설명이다.

한마디로 북새통도 이런 북새통은 없을 것이다.

이로 인해 새벽부터 줄을 서 기다려 번호표를 받은 사람들은 오전이나 오후 늦게 구청에 다시 나와 여권을 접수해야 하는 이중의 불편을 겪고 있다고 한다.

또 여권발급업무를 담당하는 직원들은 무슨 죄인가.

그들은 하루 600~700건의 여권을 발급하느라 온종일 화장실에 갈 시간도 없이 업무에 시달리고 있는 실정이다. 이들은 가뜩이나 폭증하는 업무에 시달리고 저녁 7~8시까지 야근을 하는데 “더 이상 어떻게 일을 하란 말이냐”며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당연한 불만이다. 아무리 지방자치시대의 행정이 서비스라고는 하나 이것은 무리다.

따라서 보다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무엇보다도 먼저 여권발급 대행기관은 25개 전 구청으로 확대돼야만 한다.

현재 10개 자치구에서 담당하는 여권발급업무는 1000만 서울시민만을 상대로 하는 것이 아니라 경기, 인천 등 수도권 시민 2000만명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고 봐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이것을 10개 자치구에서 소화하는 것은 역부족이다.

그런데도 외교통상부는 여권발급 처리방식의 변화 가능성 등을 이유로 여권발급 대행기관 확대에 회의적인 입장이라고 하니 여간 걱정스러운 게 아니다.

그들에게 묻고 싶다.

“노원구에서 촬영한 현장 모습을 제대로 보기나 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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