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가 대통령 권한이라는데…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6-08-11 17:5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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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하승 편집국장 {ILINK:1} 노무현 대통령은 6일 낮 청와대에서 김근태 의장과 김한길 원내대표 등 열린우리당 지도부를 초청, 오찬 간담회를 가진 자리에서 인사문제를 언급하면서 “대통령의 인사권은 책임있는 국정운영을 위한 핵심적 권한”이라고 말했다.

그러니 그것을 (당이) 존중해 달라는 것이다. 물론 인사는 대통령의 권한이다. 그리고 그것에 대해서는 당연히 존중돼야 한다.

그러나 인사는 대통령의 권한이기는 하되, 그렇다고 해서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조선 왕권시절에도 인사문제만큼은 철저하게 여론에 귀를 기울였다.

조선 3대 임금인 태종이 1401년 사간원을 설치했다. 사간원은 임금이 정치를 펴 나가는 데 잘못된 점이 있으면 바른말로 고하게 하는 구실을 맡았는데, 특히 인사 문제에 대한 반대 의견을 제기하거나 공직에 있는 사람의 부정이나 비행에 대해 추궁하는 등 정치에 관한 광범위한 언론을 펴는 일이 주임무였다.

조선시대 임금도 여론에 귀를 기울이며, 인사를 단행했다는 말이다. 사간원이 직언을 할 경우 왕은 듣고 따라야(聽從) 했다. 이것이 바로 “거두어 주십시오”의 힘이다.

하물며 국민들의 선택에 의해 대통령에 당선된 자가 ‘권한’을 운운하면서, ‘민심’을 등지는 인사를 실시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여론이 반드시 옳다고 얘기할 수는 없는 것이다.

실제 사간원은 ‘동의보감’저자 허준을 탄핵하면서 ‘본래 음흉하고 외람스러운 사람’이라 평한 바 있고, 선조 말년의 기사(記事)에는 ‘위인이 어리석고 미련하였는데 은총을 믿고 교만했다’고 기록하고 있다.

이는 무반(武班)의 서출(庶出)인 허준이 양평군(陽平君)이라는 봉호를 받고 1품의 품계를 받은 것에 대한 기득권층의 반발과 편견이 어떠했는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즉 허준이 이미 1품에 올랐으니 이것도 벌써 분수에 넘친 것이라 하면서 ‘이것이 어떠한 官銜(관함)인데 그에게 제수하여 조정에 수치를 끼치십니까’라고 강력하게 임금을 윽박지르는 것이다.

지금 노 대통령이 ‘인사권’을 운운한 것은 문재인 전 수석을 염두에 둔 발언인 것 같다.

실제 노 대통령은 문재인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부산정권’ 발언을 해명하는 가운데 “코드인사라고 하는데 솔직히 쓸 만한 사람은 써야 하는 것 아니냐”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한다. 즉 세상이 그를 비난하더라도 자신에게 주어진 ‘권한’을 사용하겠다는 뜻이다. 기득권 세력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임금이 허준을 높이 산 것처럼, 한나라당 등 정치권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문제인 카드를 사용하겠다는 강한 의지가 담겨 있는 것 같다.

이에 대해 “거두어 주십시오”하고 직언을 하려면, 문 전 수석에 대해 상당히 깊은 내막을 알고 있어야 하는데 현재 상황으로는 부산 발언의 부적절성 이상은 아는 바가 없다.

그렇다면 노 대통령의 인사권을 존중하되, 인사청문회에서 이를 철저하게 따져 보는 것은 어떨까? 시시비비를 분명히 가리되, 행여 허준을 탄핵했던 것과 같은 오류를 되풀이 하지 않으려면 그것이 최상책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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