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정치 운동’의 ‘로드맵’은 무엇인가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6-09-03 17: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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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LINK:1}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가 “한국 정치의 후진적 관행과 문화를 청산하고 미래지향적 정치를 실현하겠다”며 의욕적으로 ‘참정치 운동’을 시작했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 소속 의원들과 당직자들은 지난 달 30일 서울 양재동 교육문화회관에서 합동연찬회를 열어 ‘참정치 운동’ 실천에 총력을 기울이기로 뜻을 모았다.
그렇다면 ‘참정치 운동’이란 무엇인가.
강재섭 대표는 아주 간단하게 “국민이 원하는 것을 좀 더 많이 하고 원하지 않는 것을 하지 않는 게 참정치”라고 설명하고 있다.

여기에는 지난 지방선거 이후 해이해진 당 기강과 윤리의식을 다잡고 국민 앞에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감으로써 내년 대선에서 반드시 집권하겠다는 강재섭 대표의 강한 의지가 담겨 있을 것이다. 강재섭 대표의 새 지도부가 이처럼 새로운 마음으로 새 출발을 결심하는 것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거나 반대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우선 외부인사를 과반수 이상 참여시키고, 산하에 ‘감찰단’을 두고 당 소속 공직자는 물론 대선후보까지도 상시 감찰업무 수행한다는 계획은 쌍수를 들고 환영할 만 한 일임에 틀림이 없다.
특히 당내 NGO 성격의 기구로서의 위상을 갖게 되는 참정치 운동본부는 최고의사 결정기구로서 공동본부장과 산하 위원회 위원장 등 12명 이내로 구성된 운영위원회를 둔다고 한다. 당내외 인사 비율이 ‘1:1’ 내지 외부인사가 과반수로 구성된다는 것.
또한 전원 외부인사로 구성된 참정치 ‘시민평가위원회’를 설치해 참정치운동이 일회성이 되지 않도록 한나라당이 추진하는 참정치 실천을 감시·평가하고 컨설팅을 담당토록 한다는 점 등은 높이 살만하다.

그러나 강재섭 대표의 ‘국민이 싫어하는 것은 하지 말고 국민이 좋아하는 것을 하자는 것이 참정치’라는 쉬운 설명에도 불구하고, ‘참정치 운동’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실제 참정치 운동본부 준비위원회가 워크숍에서 ‘당직자 및 선출직 공직자 윤리강령’을 발표했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조항이 없어 “뭘 하자는 것인지 모르겠다”는 볼멘소리가 나오는가 하면, 심지어 일각에서는 “이런 식의 윤리강령은 누구든 만들 수 있는 것 아니냐”는 등 비판적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원내대표시절에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던 강재섭 대표의 모습은 간데없고, 너무나 느슨한 것 같아 안타깝기 그지없다.
강재섭 대표의 ‘참정치 운동’이 선언적 의미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효를 얻으려면, 그 방향이 구체적으로 설정돼야 한다.

그러자면 강 대표는 당내 차기 대권주자들, 이른바 ‘빅3’라고 불리는 박근혜 전 대표와 이명박 전 서울시장, 손학규 전 경기지사 등과 두루 회담을 갖는 등 그들과 자주 대화를 나눌 필요가 있다. 그들과의 정기적인 회동 시간을 갖는 것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비현실적인 운동으로 나아가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과시용 운동도 곤란하다.
그 적나라한 사례가 이른바 ‘오세훈 선거법’이다.
실제 내년 12월 대선을 앞둔 여야 정치권에 이른바 ‘오세훈법’이라 불리는 정치자금법의 엄격한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중앙당과 대선 후보 개인 차원의 후원회를 모두 금지하고 있는 현행 정치자금법이 현실을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정당 후원회 폐지와 지구당 폐지 등은 법 개정 당시 시민단체 등에서 먼저 요구했던 사항이 아니라 국회가 과시용으로 폐지를 먼저 제안해 이뤄진 것이다. 그러나 막상 해놓고 보니 불편한 점이 어디 한두 가지인가. 그래서 이를 돌려놓으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얼마나 웃기는 이야기인가. 행여 강 대표의 ‘참정치 운동’도 이처럼 ‘웃기는 얘기’가 되지 않으려면, 그 바탕이 충실해야 한다.

더구나 당내에서는 지금 강대표가 낙마하기만을 호시탐탐 노리는 부류의 사람들도 없지 않을 터. 굳이 그들이 내어 건 올가미에 걸려들 이유는 없지 않겠는가.
‘참정치’, 확실한 로드맵을 제시하고 힘차게 추진하든지, 그렇지 않으면 선언적 의미를 갖는 선에서 만족하든지 양단간에 하나 결정을 내릴 때가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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