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타운에 서민주택은 없었다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6-09-18 19:5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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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하승 편집국장 {ILINK:1} 서울시가 18일 고공분양가 논란을 빚고 있는 은평뉴타운 아파트에 대해 분양원가를 공개키로 결정한 것은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사실 SH공사가 은평뉴타운 아파트 분양계획을 발표하면서 제 1, 2지구 총 2066가구를 평당 1151만원에서 최고 1523만원에 판매하겠다고 할 때에 필자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SH 공사가 집장사를 하겠다는 뜻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SH공사와 같은 공기업은 ‘장사’, 즉 이윤추구보다는 무주택 서민들을 위한 사업을 시행해 ‘주거안정’에 기여하는 게 우선이다.

그런데 SH 공사가 서민들의 지불능력은 아예 고려하지 않은 채 고분양가로 아파트를 판매할 생각만 하고 있으니, 주민들의 주거불안이 가중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실제 원주민들 가운데 세입자들은 고가의 아파트를 매입할만한 지불능력이 없어 은평뉴타운 아파트를 구입할 수조차 없다. 이로 인해 주거기회를 박탈당할 위기에 놓여 있다.

결국 서민들의 호주머니를 강탈해 서울시와 SH공사의 배만 불리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 자명하다.

말이야 바른 말이지 은평뉴타운의 분양가 4억~5억의 아파트는 결코 서민을 위한 주택이라고 할 수 없다.

말로는 서민을 위해서 추진된다고 하지만, 결국 서민들은 철저하게 배제되고 투기꾼들에게는 투기처를 제공하는 게 뉴타운 사업이다. 그렇다면 뉴타운
이 서민들에게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은평뉴타운은 대부분이 그린벨트였던 토지를 서울시가 ‘서민주거안정’이라는 명목 하에 강제 수용하여 개발하는 사업이다.

따라서 ‘서민주거안정’을 위한 사업으로 진행돼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서울시가 아파트를 팔아 분양수익을 올리는 데에만 급급하고 있으니 어찌 놀라지 않을 수 있겠는가. 뒤늦게나마 서울시가 아파트분양원가 공개방침을 밝힌 것은 매우 잘한 일이다.

하지만 일부 주요항목만 공개하는 형태의 공개가 이뤄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실제 서울시는 평당 1500만원을 상회하는 분양가를 책정하면서 분양가에 대해 토지보상비와 시설설치비용에 근거해 책정됐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경실련에 따르면 주변 아파트 시세는 평당 700만원에서 800만원에 불과하다. 최근 주변지역에서 분양된 민간아파트의 경우도 평당 967만원으로 그 보다는 훨씬 낮았다.

이는 서울시가 최근 분양한 상암아파트 가격과 비교하여 볼 때에도 명백한 고가분양이다.

따라서 형식적인 분양원가 공개, 즉 두리뭉실 뭉뚱그려서 발표하는 분양원가 공개가 아니라, 분양원가를 공종별로 상세하게 공개하는 것이 마땅하다.
특히 경실련의 주장처럼 서울시는 개발이익의 규모와 활용방안을 명확히 밝혀야 한다.

서울시는 지난 상암동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 시에 분양가의 40% 가량에 해당하는 개발이익이 발생하였으며 이를 서민주거안정을 위해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개발이익환수장치가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활용되었는지 알 방법이 없다.

하지만 이번 은평뉴타운사업의 개발이익의 규모와 활용방안만큼은 투명하게 공개돼야 할 것이다.

지난해 8.31 대책에서 ‘개발이익환수에관한법률’에 의해 개발부담금제가 부활됐으나, 은평뉴타운사업은 개발부담금 부과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즉 막대한 개발이익은 고스란히 서울시의 몫이 된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 개발이익금은 서울시가 제멋대로 써도 되는 ‘쌈지 돈’이 아니다. 따라서 서울시는 서울시의회의 동의과정은 물론, 시민 공청회 과정 등을 통해 여론을 수렴할 필요가 있다.

물론 이 보다 더 발람직한 일은 서울시가 개발이익을 남기지 않고 서민들을 위한 주택정책을 펴는 일일 것이다.

이런 면에서 서울시가 은평 뉴타운 지역의 아파트를 고가에 판매하는 것보다 차라리 주택을 보유하고, 보유주택을 활용하는 정책을 펴는 장안도 고려할만 한 일이다.

거듭 말하지만 SH공사와 같은 공기업은 ‘장사’나 ‘이윤추구’ 목적보다는 ‘서민주거 안정’을 우선해야 한다.

집장사를 해서 남은 이익을 가지고 서민을 위한 정책자금으로 사용한다는 것은 한마디로 ‘넌센스’다.

결과적으로 은평뉴타운에 서민 아파트는 없었다. 이는 서울시의 주택정책에 서민주택정책이 없음을 드러낸 것과 다를 바 없다는 점에서 여간 씁슬한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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