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지에 몰리면 쥐도 고양이를 문다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6-10-10 19: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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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하 승 편집국장 {ILINK:1} ‘10.9 북한 핵실험’은 ‘햇볕 정책의 실패’라는 목소리에 점차 힘이 실리고 있다.

물론 필자가 전날 본란에서 밝혔듯이 이번 북의 핵실험은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의 평화를 파괴하는 행위로 비난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햇볕정책이 실패해서 이번 사태를 가져왔다는 결론은 너무 성급하다는 판단이다.

오히려 북한의 핵실험은 부시가 그동안 일관되게 추진해온 대북 강격책의 실패를 여지없이 증명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사실 8년 이상 지속된 햇볕정책의 결과가 핵실험으로 돌아온 데 대해 강한 배신감을 느끼지 못한다면, 그 사람이야말로 제 정신이 아닐 것이다.

따라서 정치권이나 보수 시민단체가 북한을 향해 일제히 비난하고 나선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제 노무현 대통령의 지적처럼 “포용정책만 계속 주장하는 것은 어려운 문제”가 되고 말았다. 이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국제사회의 경고를 무시하고 핵실험을 강행한 북한에 있다.

그러나 이를 ‘햇볕정책의 실패’로 규정하고, 미국의 강력한 대북제재에 동참하라는 요구는 매우 위험하다.

북한이 국제사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핵실험을 강행한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오랫동안 계속돼 온 북미간 적대구도가 가져온 결과물 아닌가.

즉 미국의 금유제재조치로 궁지에 몰린 북한이 미국으로 하여금 전향적인 자세를 갖고 대북 협상에 나와 금융제재를 해제하도록 한 단계 높은 압력을 가하기 위한 수단으로 핵실험이라는 위험한 선택을 했던 것이다.

한마디로 지금 북한은 구석에 몰린 생쥐와 같다.

그냥 밟으면 쉽게 밟힐 것 같지만 생쥐가 사생결단식으로 덤벼들 경우, 쫓는 고양이가 오히려 물릴 수도 있다. 쥐를 쫓더라도 빠져 나갈 구멍을 만들어 주고 쫓아야 한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그 구멍을 누가 만들어 줄 수 있겠는가. 미우나 고우나 우리 정부밖에 없다. 북한은 지금 궁지에 내몰린 상태다.

실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미국이 제출한 대북제재 결의 초안에 대한 전문가회의를 9일에 이어 10일(현지시간)에도 계속했다. 미국이 유엔헌장 제7장에 따라 유엔안보리에 제출한 대북제재 초안은 북한의 핵기술 확산 저지를 위해 대북한 금융 제재를 확대하고 특히 대량살상 무기의 개발과 관련된 물자에 대해 북한과의 무역을 금지하고 있다.

마카오의 방코델타아시아(BDA) 은행에 대해 위폐 활동, 돈 세탁, 마약 거래 등 불법행위를 이유로 제재 조치를 가한 것과 마찬가지로 전세계 은행에 대해 사실상 대북한 금융 거래를 금지시키는 한편, 북한이 핵기술 유출을 통해 외화벌이를 할 수 없도록 차단하는 것이다.

앞서 북한의 핵실험이 발표된 9일 영국, 프랑스의 유엔 대사들은 안보리를 방문, 핵실험은 국제 평화·안보에 대한 위협이라며 미국이 제출한 결의안 채택 노력을 지지했다.

따라서 미국의 제재 결의안이 통과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이같은 제재결의안은 북한체제와 경제를 고사시킬 수밖에 없는 강경하고도 치명적 위협이 될 것이다.

그 같은 위협을 받은 북한이 돌파구를 모색하다가 또 어떤 위험한 선택을 하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어쩌면 극단적인 선택을 할지도 모른다.

특히 전면적 해상봉쇄는 사실상 북한에 대한 선전포고로 해석될 수 있다는 점에서 여간 걱정스러운 게 아니다. 비록 유엔안보리 결의안에 군사적 조치가 담겨 있지 않다고 하더라도 북한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이럴수록 우리는 북한과 대화의 창구를 열어 놓아야 한다.

여론조사 결과도 국민의 68.5%가 대북 제재보다는 대화를 통해 해결을 원하는 것으로 조사되지 않았는가.

실제 사회동향연구소가 여론조사기관인 디오피니언에 의뢰, 성인남녀 700명에게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우리 정부의 대응’을 물은 결과 55.1%가 ‘남북 공조를 통한 민족 대화로 해결’, 13.5%가 ‘미국에 대북 압박정책의 포기 요구’를 각각 선택했다.

‘대화보다 대북 제재’를 지지한 응답자는 27.6%에 불과했다.

우리 정부와 정치권은 이같은 국민여론을 수렴하고, 민간교류와 인도적 지원은 계속 유지하는 방안을 검토해 주기 바란다. 특히 북한과의 핫라인을 새롭게 정비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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