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식은 필자로 하여금 20여년 이상을 가슴앓이 하도록 했던 응어리를 한꺼번에 풀어지게 하는 느낌이 들게 했다.
최근 필자는 우연한 기회에 박근혜 대권캠프의 한 인사와 찬 한 잔하는 시간을 갖게 됐다.
당시 필자는 그에게 이런 말을 했다.
“좌충우돌, 어디로 튈지 모르는 불안한 사람보다는 차라리 ‘수첩공주’가 낳다. 만일 불도저처럼 밀어붙이기를 좋아하는 독선적인 사람이 대통령이 된다면, 다른 사람의 말을 전혀 귀담아 듣지 않게 될 것이다. 그러면 지금과 다를 게 없다. 노무현 대통령의 최대 과오는 주위의 조언을 듣지 않는다는 점이다. 노 대통령도 자신이 옳다고 판단한 일에 대해서는 주변의 충고를 받아들이지 않고 마구 밀어붙이는 것 같다. 결국 ‘그 사람이 그 사람’이라는 말이다. 하지만 수첩에 꼼꼼히 메모하면서 적는 사람이라면 주위의 조언을 충언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아 안심이다. 그런데도 필자는 언론인이라는 공식적인 입장에서는 물론, 개인적으로도 박근혜 전 대표를 지지하기 어렵다.”
그러자 그는 ‘그 이유가 무엇이냐’고 따지듯 물어왔다.
정치적 중립을 취해야 하는 언론인으로서 박 전 대표를 지지하지 못하는 것은 이해하지만, 개인적으로도 그를 지지하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것이다.
그래서 필자는 이렇게 대답했다.
“70년대와 80년대 격동기를 살아온 사람이라면, 특히 그 시대의 학번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박 전 대통령에게는 너무나 뚜렷한 공과(功過)가 있다. 지금 박정희 향수를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그가 경제발전에 미친 공로에 국한되는 것이다. 그가 민주발전에 걸림돌이 됐던 일, 민주화 운동을 탄압했던 과오(過誤)마저도 그리워하는 것은 아니다. 박 전 대표를 지지하고 싶어도 이 문제 때문에 선뜻 지지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물론 박 전대표가 가해 당사자는 아니다. 이런 면에서 박 전대표는 억울할 수도 있다. 그러나 박 전대표를 이렇게 성장시킨 것이 박정희 전 대통령의 후광이라는 점을 부인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후광을 받은 만큼, 손해를 보는 것은 감수해야 한다. 하지만 박 전대표는 당사자가 아니기 때문에 얼마든지 이 매듭을 쉽게 풀 수 있다.”
그는 필자에게 ‘어떻게 하면 되겠느냐’고 물었다.
“박 전대표 스스로 아버지의 공과(功過) 중 과(過) 부분에 대해 시인하고, 국민 앞에 사과하면 된다. 그러면 국민들의 가슴에 응어리진 한(恨)도 자연스럽게 풀어질 것이다. 부친의 잘못에 대해 그의 딸이 사과하는데, 누가 돌을 던질 수 있겠는가.”
그러자 그도 더 이상 반문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를 표했다.
며칠 후 그가 고(故) 장준하 선생의 아들 장호권 사상계 대표를 만났다는 소식이 들렸다.
아마도 필자의 이런 조언을 받아들이고 대국민 사과에 앞서 박 전대표와 장 대표의 회동을 주선하려는 뜻에서 만난 것 같다.
그 자리에서 장호권 대표가 정치적 입장이 아니라면, 국가와 민족을 위해서라면, 기꺼이 박근혜 전 대표와 만나 차 한 잔 마실 용의가 있다는 뜻을 밝혔다고 한다.
사실 장준하 선생이 어떤 분이신가.
장준하 선생은 박정희 정권과 대결하다 10월 유신 때 국회의원직을 박탈당했으며, 이후 유신체제의 탄압에 맞서 유신헌법 개정 100만인 서명운동을 주도하다가 긴급조치 위반으로 지난 74년 15년 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 석방되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이듬해인 75년 8월17일 경기도 포천군 이동면 약사봉에서 의문의 죽음을 당하고 말았다.
이런 의미에서 장준하 선생은 죽음을 당할 때까지 박정희 정권의 탄압에 맞서 싸운 인물로 박 전 대통령의 대척점에 서 있는 분이라고 평가해도 무방할 것이다.
그의 아들-딸이 만날 가능성이 있다고 하니, 어찌 반갑지 않겠는가.
그들이 만나 선친 시절의 구원(舊怨)을 털어내는 순간, 우리를 괴롭혔던 가슴앓이도 동시에 해소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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