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자는 듣는 귀를 ‘활짝’ 열어라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6-11-07 19:0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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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하 승 편집국장 {ILINK:1} 지난 주 금요일 저녁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와 통화를 한 일이 있다.
오는 10일 열리는 시민일보 주최 ‘제4회 행정·의정대상’ 시상식에 참석해 축사를 해달라는 요청을 하기 위해서다.
물론 앞서 당 대표실로 공식적인 축사 요청서를 보낸 바 있다. 그런데 강 대표는 그 같은 사실을 전혀 알지 못하고 있었다.

강재섭 대표는 “이미 일정이 짜여 있겠지만, 일정을 취소하고라도 반드시 참석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면서 “그렇게 중요한 일을 왜 보고하지 않았지…”라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아마도 시민일보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정해진 일정을 취소해야 하는 아쉬움 때문일 것이다.
만일 강재섭 대표와 필자의 사이가 각별하지 않았다면, 강 대표는 이처럼 중요한 행사가 있는 줄도 모른 채 그냥 지나쳐버리고 말았을 것이다.
이와 유사한 일은 이전에도 있었다. ‘제2회 행정·의정대상’ 시상식 당시 이부영 열린우리당 의장은 5분 늦게 도착했다가 축하 인파에 밀려 비서진이 인파를 뚫으려고 애를 썼지만 결국 단상까지 올라오지 못하고, 입구에서 손을 흔들며 인사를 대신하는 해프닝이 벌어졌었다.

하지만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는 아예 참석조차 하지 못했었다. 이재오 최고위원이 축사를 대신했었다. 뒤늦게 이를 안 박 대표는 대표실 관계자들을 문책했음은 두말할 나위조차 없다. 이 같은 사태가 이번에도 재연될 수 있었다는 말이다.
결국 당대표실 관계자들의 잘못된 판단이 대표에게 누를 끼칠 수도 있음이다.
최근 청와대가 연재소설 ‘강안 남자’의 선정성을 이유로 문화일보를 지난 2일에 이어 7일에도 34부를 추가 절독 했으며, 국정홍보처도 20부를 절독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화일보는 7일자 보도를 통해 “청와대가 지난 2일자로 57부를 구독 중단한 데 이어 7일자로 34부를 추가 절독키로 했다고 문화일보 광화문지국에 통보해왔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문화일보가 절독의 부당성을 강조하면서 비판언론 탄압이라는 화두로 관련기사를 연달아 내보내고 있어 청와대와 문화일보간 감정싸움으로 확전되는 양상마저 보이고 있다.
실제 문화일보는 자사 절독과 관련해 ‘청와대의 본보 집단 절독 각계 반응’이라는 취지로 “여당 ‘청와대 절독은 어색’ 한나라 ‘졸렬하고 황당무계’”의 제하로 7일에도 보도를 이어갔다.
이와 유사한 사례가 시민일보에도 있었다.
시민일보가 이명박 전 서울시장 재임 당시 서울시정에 대한 비판기사를 게재했다가, 하루 아침에 9부를 절독하겠다는 통보를 받아야 했다. 그것이 시장의 의지라는 것이다.
그로 인해 서울시와 시민일보가 줄곧 강점대립을 벌여왔으며, 그 앙금은 상당기간 지속된 일이 있다.
그런데 후에 알고 보니, 이 시장은 그런 사실조자 전혀 모르고 있었다. 물론 담당부서에서 잘못된 충성심이 발동해 그 같은 일을 벌였던 것이다.

어쩌면 지금 청와대와 문화일보의 갈등도 비슷한 사태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상관을 모시는 사람들의 잘못된 판단은 결과적으로 자신이 모시고 있는 상관을 욕되게 할 뿐이다.
국정을 운영하는 사람이든, 시정을 운영하거나 구정을 운영하는 사람들은 듣는 귀를 활짝 열어둘 필요가 있다. 물론 측근들이 자의적으로 판단해 여론을 걸러내고 보고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데는 이론의 여지가 있을 수 없다.
걸러진 의견만을 청취하다보면, 편협해 지기 십상이고, 그릇된 결정을 내릴 수도 있는 것이다.
필자가 국회의원이나 구청장 등을 만날 때마다, ‘시민일보를 통째로 읽어라’하고 권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만일 보좌진이나 직원들이 스크랩해 온 것만 보는 국회의원이나 구청장이라면, 그는 지도자로서의 자격이 없는 사람일 것이다.

직원들이 거르고 거른, 그래서 자신이 보기 원하는 것만 보게 되는 정치인과 단체장이 어떻게 창의적인 발상을 할 수 있겠는가.
지도자라면 때로는 비판도 달게 받을 줄 알아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최고의 보좌진이라 함은 지도자가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모든 정보를 제공하는 사람일 것이다. 즉 가공되지 않은 천연의 정보, 그것이 비록 비판적인 정보라 할지라도 거르지 않고 모두 올리는 사람이 최고의 보좌진이라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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