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건의 때늦은 몸부림 처량하다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6-11-20 19:42:05
  • 카카오톡 보내기
  • -
  • +
  • 인쇄
고하승 편집국장 {ILINK:1} 고 건 전 국무총리의 때늦은 몸부림이 안타깝다 못해 처량할 정도다.
고 전 총리는 지난 17일 “국민통합신당의 지향점은 전국정당이고, 정책정당”이라며 “한나라당내에서도 중도실용개혁의 대통합에 뜻을 같이 하는 분들이 있으면 만나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자신이 추구하는 통합신당이 열린우리당과 민주당, 국민중심당 등에만 국한되지 않고, 한나라당 지지 지역의 인사들도 대거 참석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는 뜻일 게다.

그러면서 그는 “국민통합신당의 모습이 갖춰지면서 변화가 오리라 생각한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필자가 판단할 때에 한나라당 소속 의원이 고 전 총리의 신당에 합류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그렇다고 해서 열린우리당이나 민주당이 그를 적극 환영하는 것도 아니다.
최근의 지지율 정체 및 하락세로 인해 이미 범여권의 단일후보 추대마저 물 건너 간 상황이 되고 말았다.
물론 신중식 의원은 고 건 신당을 둘러싼 부정적인 시선과 관련, “민주당 의원 12명과 국민중심당 의원 2명, 무소속 1~2명에다, 처지가 절박한 열린우리당 수도권 및 호남 출신 의원 5명을 합치면 충분하다”며 낙관론을 펼치고 있다.

이낙연 의원도 최근 자신의 홈페이지의 글을 통해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의 중도세력, 고 건 전 총리와 각 분야의 전문가 및 신진 인사들을 망라하는 새로운 정당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러나 고 전 총리가 다음 달 중순쯤 통합 신당 창당을 위한 대화 모임을 본격 가동할 예정이지만 생각처럼 쉽지는 않을 것이다.
우선 열린우리당의 호남지역 의원들의 상당수가 자신이 내세우는 통합신당에 동참하리라는 그의 예상은 빗나가고 말았다. 그나마 통합신당에 적극 참여할 것으로 보였던 호남권 의원 10여명도 ‘노무현-DJ회동’ 이후 전혀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이라면 고 전 총리의 통합 신당에 합류 할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겨우 손꼽을 정도일 것이다.
더구나 고 건 중심의 정계개편에 우호적이었던 민주당마저 이제는 그에게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특히 한화갑 대표는 고 전 총리에 대해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민주당 주도의 `헤쳐모여식 신당창당’노선을 견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한 대표는 “고 건 신당은 민주당 2진(의원)들이 구성하는 당이 될 수 있다”고 평가절하하고 있다.
이런 정황을 고려해 볼 때에 민주당 의원들 가운데 절반 정도만이라도 통합신당에 합류하면 그로서는 다행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고 전 총리의 지지율이 예전처럼 1위를 달리거나 최소한 1, 2위 다툼을 벌인다면 상황은 일시에 반전 될 수도 있다.

이에 대해 고전 총리는 ‘통합신당이 추진되면’지지율이 오를 것이라고 장담하고 있다. 즉 통합신당이 가시화될 경우 자신의 지지율이 덩달아 오를 것이란 기대를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지율 회복이 먼저일까. 아니면 통합신당의 주도권이 먼저일까.

고 전 총리에게는 불행한 일이겠으나 지지율 회복이 우선이다.
한마디로 지지율 회복없이 고 건 주도의 통합신당이 파괴력 있게 추진되기는 어렵다는 뜻이다. 더구나 고 건 신당은 명분이 없다. 뚜렷한 명분이나 이념노선보다는 결국 어느 특정인의 대선후보가 나오기 위해, 정권을 잡기 위해 특정인을 중심으로 해서 모이는 것에 불과하다는 말이다.

따라서 고 전 총리 중심의 통합신당은 찻잔 속의 태풍으로 끝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런 고 전 총리에게도 기회는 있었다.
지지율이 최고조에 달 할 때 치고 나오는 모습을 보였어야 옳았다.
열린우리당의 실패한 정책에 대해 대안을 제시하면서 국민에게 비전을 보였더라면, 통합신당은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고 전 총리는 여야 정치권의 눈치를 보면서 신중하다 못해 답답한 행보를 보였을 뿐이었다. 오죽하면 필자가 당시 고 전 총리에게 ‘제2의 최규하’라고 비난했겠는가.
만일 고 전 총리가 당시 필자의 소리를 귀담아 들었더라면 오늘날과 같이 처량한 신세로 전락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는 점에서 아쉬움이 크다.

[저작권자ⓒ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시민일보 시민일보

기자의 인기기사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