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재판부는 개인의 의사가 아닌 방송국의 의사결정 체계를 통해 보도가 된 점 등 정상을 참작해 형의 선고를 유예한다고 밝혔으나, 자본권력에 대한 보도의 정당성을 위해 싸워 온 이 기자에 대한 유죄판결은 비록 그것이 선고유예라 할지라도 유감이 아닐 수 없다.
이상호 기자 역시 “재판부가 법리 자체에 집착을 했는데, 통비법의 역사적 배경과 현실을 전향적으로 고려하지 못한 결정을 해서 아쉽다”고 말했다.
우선 재판부는 이 기자의 보도 행위에 대해 `중대한 공익상 필요에 의해 이뤄진 것이어서 사회 상규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볼 수 없다고 밝히고 있다.
이는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일 때는 위법성이 조각된다’는 원심과는 전혀 다른 논리다.
심지어 재판부는 “법원은 당시 도청 테이프 보도에 참여한 대한민국 모든 언론매체의 보도ㆍ출판행위가 유죄임을 선언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언론의 자유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판결로 향후 이에 따른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생각된다.
안기부 불법도청 파일 사건의 가장 중요한 본질 가운데 하나는 1997년 대선 당시 불법정치자금이 삼성에서 정치권으로 전달되는 등 재벌기업이 선거에 관여했다는 사실일 것이다.
물론 국정원의 불법도청 사실 역시 문제이기는 하지만 그것이 본질은 아니었다.
그런데도 재판부는 불법도청 사실에만 주목하고 있다.
재판부만 그런 게 아니다. 언론도 마찬가지다.
X파일 관련 보도에 대해 대부분의 언론은 본질적 문제를 외면하고 삼성관련 의혹을 지면에서 아예 사라지게 하거나 왜곡 축소시키는 일이 다반사로 벌어졌다.
물론 여기에는 삼성과 언론이 유착돼 있기 때문일 것이다.
실제 참여연대는 지난해 10월 ‘X파일이 신문 1면에서 사라진 이유-삼성, 4대 재벌 그리고 언론에 관한 보고서’를 발표했는데 그 내용이 가히 충격적이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996년부터 2004년까지 삼성언론재단으로부터 해외연수 지원(생활비, 학비, 항공료 등) 및 국내연수, 언론사 부서장 세미나, 저술지원, 미디어 연구실 등 혜택을 입은 수혜자는 모두 237명에 달했다.
이중 신문사 기자 출신(153명. 64.6%)과 방송기자(53명. 23.6%)등 언론인 출신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학자들은 총 23명으로 전체의 9.7%에 불과했다.
이렇게 삼성으로부터 수혜를 입은 언론인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한 삼성을 공격하는 일은 그리 쉽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불법도청’이라는 현상에만 언론이 집착하는 모습을 보였을지도 모른다. 물론 이런 식의 보도가 어쩌면 이번 재판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번 판결은 자승자박(自繩自縛)인 셈이다.
우리 언론인들 스스로 언론의 자유를 훼손하는 이같은 판결이 나오도록 여론을 호도했다는 말이다. 그 결과 우리는 정의로운 한 사람의 기자를 죄인으로 만들고 말았다.
그래서 같은 언론인의 한 사람으로서 그에게 부끄러운 마음을 금할 길 없다.
다행인 것은 이상호 기자가 “법적 절차에 따라 삼성의 ‘자본논리에 따른 국권 찬탈’을 밝히는 보도의 정당성을 알리고자 재판에 참여한 만큼 대법원에 상고해 보도의 정당성을 알리겠다”며 강한 의욕을 밝히고 있다는 점이다. 필자는 대법원의 판결에 일말의 기대를 걸고 있다.
그러면 우리 언론인들은 지금 무엇을 해야 할까?
우선 ‘이대로 계속 부끄러운 언론인으로 남아 있을 것인가, 아니면 언론의 자유를 위해 제대로 목소리를 낼 것인가’ 하는 문제를 놓고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것이다.
부끄러운 언론인으로 남고자 한다면 모르되, 언론의 자유를 위해 목소리를 내겠다면 삼성의 ‘자본논리에 따른 국권 찬탈’ 의혹을 끝까지 파헤쳐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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