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대통령은 자신과 의견을 달리 하는 사람들은 모두 자질이 부족하거나 줏대가 없는 정치인으로 규정하고, ‘사람을 잘못 보았다’라고 거침없이 말한다. 자신이 임명했던 사람에 대해 잘못 보았다고 말하는 건 인사가 잘못되었다고 스스로 시인하는 것이 아닌가?
그러나 대통령만이 사람을 잘못 본 것은 아니다. 나와 우리 그리고 국민이 사람을 잘못 본 것은 아닐까? 스스로를 과장급이라고 말하는 대통령을 한때 세계적인 대통령으로 착각했던 것은 아닐까?
자신에게 듣기 좋은 이야기를 해주는 사람만을 좋아하고 자신의 단점을 정확하게 꼬집어 말해주는 사람을 멀리하는 대통령이 세계적인 대통령이 될 수는 없다. 역사적으로도 수백명의 아첨대군들을 거느린 왕보다, 죽음을 불사하고 간언(諫言)을 고하는 단 한사람의 충신을 가진 왕이 길이 성군으로 추앙받는 것이 아닌가?
또한 입으로는 지역주의를 비롯한 당파주의 등을 꼭 청산해야 할 구습이라고 말하면서, 그 ‘당파짓는 나쁜 버릇’을 버리지 못하고 또 다른 당파인 참여정부 평가포럼에 열중하는 모습도 세계적인 대통령의 모습은 아니다.
대통령이 자신만을 신처럼 떠받드는 또 다른 당파적 조직에 의탁하여 참여정부의 공을 이야기하고, 열성 지지자들의 환호에 도취되어 남을 비방하는 것은 매우 편협하고 이기주의적인 언행이 아닐 수 없다.
참여정부에 대한 평가는 국민들과 역사의 몫이다. 참여정부 평가포럼이 대통령을 세상사를 올바른 시각으로 바라보지 못하는 장님으로, 또한 민중의 소리를 듣지 못하는 귀머거리로 만들어버린 것이다. 노대통령이 스스로를 과장급 대통령이라고 말했을 때 그 앞에서 웃고박수친 그 사람들이 노대통령을 과장급 대통령으로 만든 것이다. 아니 어쩌면 우리 모두가 노대통령을 과장급 대통령으로 만들었는지도 모른다.
이제 우리에겐 세계적인 대통령이 절실하다. 국민소득 2만불의 수준에 맞는 편안한 정치를 할 수 있고, 갈기갈기 찢어진 국민의 마음을 통합시킬 수 있는 여유 있는 대통령이 필요하다. 선진 민주주의의 가치를 지켜나가고, 평화와 번영을 이끌 수 있는 세계적인 역량을 가진 지도자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살아있는 민중의 소리를 듣기 위해 과감하게 민생 속으로 뛰어들 수 있는 가장 한국적인 대통령, 비판의 목소리도 겸허하게 수용할 줄 아는 대통령, 말하기보다는 남의 말을 듣는 것을 더 좋아하는 그런 대통령이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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