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관점의 양극화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7-07-10 18:4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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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욱(LIBRA컨설팅(주)대표) {ILINK:1} 내신반영 비율을 둘러싼 교육부와 각 대학의 갈등이 어느 정도 진정국면에 들어선 듯하다.

교육부가 내신 실질반영비율 50% 적용 원칙에서 30% 가이드라인으로 물러서고 대학들도 당초 계획보다 내신 반영비율을 높이는 선에서 절충점을 모색하고 있다. 대입 선발기준을 학생부 중심으로 하고, 수능시험은 변별력을 완화하여 보완적인 자료로 삼겠다는 2008년도 대학입시안은 지난 2004년 10월에 공표된 것이다.

공교육 정상화와 대학의 인재선발에 도움을 준다는 취지에서 마련된 제도이다. 그런데 3년여가 지난 지금 이 문제가 다시 불거져 나온 것은 대통령 임기 말과 연말 대선을 앞두고 있는 시기적 여건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학생 선발권을 자유롭게 행사하겠다는 대학의 주장은 일견 타당해 보인다. 그러나 대학의 학생 선발권 자유는 중고등학교 교육의 희생을 토대로 성립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게다가 입시비리로부터 자유롭지 않은 대학에게 아직은 자율권을 줄 수 없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다. 그런데도 대학들은 학생부와 고교교육을 불신하며, 학업능력 저하 등을 이유로 수시로 본고사 필요성 또는 이와 유사한 통합교과형 논술을 거론하며 갈등을 빚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이러한 상황이 대졸인력의 수요처인 기업과 대학의 관계에서 재연되고 있다는 점이다.

기업들은 대학이 시대의 변화에 맞추어 기업들이 요구하는 인력을 제대로 길러내지 못하고 있다고 불만이다. 신입사원들을 재교육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대학들은 이에 대해 대학은 학문을 하는 곳이지 산업인력 양성소가 아니라고 맞받아친다.

하지만 현실은 어떠한가?

취업난 가중과 고용불안정으로 인해 대학은 전공과 관계없는 고시생, 공시생(공무원, 공기업 수험생) 증가와 학점취득, 취업준비를 위한 장소로 전락했다며 대학위기론, 대학붕괴론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노동시장의 변동에 따라 고등교육의 파행을 실제 겪고 있는 당사자인 대학이 중등교육의 왜곡 및 파행이 예견되는 학생선발권 자유를 계속 주장하는 것은 온당하지 못한 태도이다.

그러면 현단계 한국 교육의 근본적 문제는 무엇인가?

과도한 입시경쟁, 사교육비 부담 증대, 창의성과 문제해결 능력 부족, 공교육의 성과 저조, 또는 고등교육과 직업교육의 이원화 등 분석자의 관점에 따라 다를 수 있다. 대학진학률이 80%가 넘지만 입시경쟁은 여전하다. 명문대 입시경쟁이 초점이기 때문이다. 사교육비 부담 증대도 여전한 과제이다. 입시제도를 개선하고 공교육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면 이 문제가 해결될 것이란 주장이 있다.

물론 어느 정도는 해소되겠지만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닐 것이다. 대다수 학생과 학부모들의 욕구는 진학경쟁, 취업경쟁에서 살아남는 것이다. 그래서 힘들고 어렵지만 과중한 사교육비를 감당하고 있고, 그 짐이 무거우니 공교육이 대신해 달라고 요구한다. 하지만, 교육은 차별재적 성격도 함께 지니고 있다. 교육투자를 통해 다른 사람보다 나아지려는 차별화 욕구는 공교육에 대한 투자 증대로 해결될 수 있는 성질이 아니다. 공교육의 수준이 높아지면 이 보다 더 질 높은 사교육이 반드시 나타나게 마련이다. 절대적 빈곤은 해결할 수 있지만 상대적 빈곤은 해결하기가 어려운 것과 마찬가지다.

교육은 국가의 정치경제적 기반을 형성하는 중요 정책과제이다.

교육을 통해 정치공동체의 구성원인 시민을 길러내고, 노동 및 서비스를 담당할 경제활동 인력을 길러내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특히 지식정보화 사회에서 교육과 인적자원개발은 국가발전의 동력인 동시에 국민 각자의 삶의 질 확보와 직결되는 사안이다. 따라서 국가가 책임져야 하는 공교육의 수준을 어느 선까지 할 것인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아쉽게도 현재의 상황은 교육 평등주의와 교육 자유주의의 극단적으로 대립된 관점만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교육 관점의 양극화 현상이라고 말할 수 있다. 내신반영 비율을 둘러싼 갈등, 고교 평준화를 비롯한 3불정책에 대한 대립과 갈등의 본질은 공교육제도의 효용성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바꾸고자 하는 사회적 세력간의 갈등이다.

따라서 한국교육의 근본 문제와 그 해결방안에 대한 관점이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

관점의 차이를 인정하고 그 토대 위에서 서로가 해결대안을 내놓고 합치점을 모색해 나가는 절차가 진행되어야 한다. 그 시작은 공교육의 목표와 최저선을 명확히 하는 것이다.

민주주의제도에서는 교육정책 역시 정치적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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