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심모임’은 당의 희망으로 남아라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7-07-18 17:0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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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하 승 편집국장 {ILINK:1}“한나라당은 이제 더 이상 128명의 의원을 보유한 거대 정당이 아니다. 한나라당은 없고, 오직 ‘이명박당’, ‘박근혜당’만 존재할 뿐이다.”

이는 한나라당의 한 당직자 입에서 흘러나온 한탄의 소리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여전히 한나라당은 존재한다. ‘당이 중심되는 모임’(이하 중심모임) 소속 원내외 위원장들이 박근혜-이명박 양 진영의 줄서기 압력을 뿌리친 채 꿋꿋하게 당을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당초 중심모임에 함께 했던 의원 가운데 3~4명이 이런저런 이유로 모임을 탈퇴하고, 이명박·박근혜 양 캠프에 합류한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21명의 원내외위원장들이 흔들림 없이 정도를 걸어가고 있다.

실제 중심모임은 회장인 맹형규 의원을 비롯해, 권영세 임태희 박진 장윤석 나경원 이주호 정문헌 신상진 김정훈 의원 등 현역의원 10명과 김성호 당협운영위원장 등 11명의 원외 위원장이 참여하고 있다.

비록 전체 원내외 위원장과 비교할 때 많은 수는 아니지만, 이들이 차지하는 위상은 절대적이다.

중심모임은 ▲매월 조찬모임 ▲토론회 ▲워크숍 ▲기자회견 등을 통해 이명박·박근혜 후보의 싸움 속에서도 ‘견제와 균형추’ 역할을 잘해 내고 있기 때문이다.

만일 이들이 없었다면 한나라당은 이미 분열됐을 지도 모른다. 이런 의미에서 ‘중심모임’이야말로 한나라당의 희망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최근 불안한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조만간 ‘중심모임’이 ‘중립모임’과 함께 특정 주자의 손을 들어줄 것이라는 소문이다.

하지만 남경필 의원이 주도하고 있는 ‘중립모임’은 더 이상 중립이라고 할 수 없다. 한마디로 위장 ‘중립’이다.

남 의원은 이명박 후보에게 “수요모임과 M&A를 하자”며 노골적으로 추파를 던졌던 사람이다.

심지어 그는 ‘중립모임’이라는 것을 만든 지 불과 이틀 만에 이명박 후보가 경기도선대본부를 발족시키는 날에 맞춰 ‘이비어천가’나 다를 바 없는 보도자료를 정치부 기자들에게 돌린 사람이다.

이미 이명박 후보에게 줄서기를 한 사람이 만든 모임을 어떻게 ‘중립’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이는 눈속임하는 것으로 젊은 정치인이 취할 올바른 태도가 아니다.

그런 위장된 ‘중립모임’과 진정성을 지닌 ‘중심모임’이 한 배를 탄다는 것은 자해행위나 다를 바 없다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그러면 중심모임은 어찌해야 하는가?

경선이 끝나는 그날까지 당의 중심으로 남아야 한다. 그러자면 경선 마지막 그날까지 철저하게 중립을 지키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리고 경선이 끝나는 날, 패한 진영에 가담한 원내외위원장들이 흔들리지 않도록 그들을 보듬어주고 끌어안는 역할을 맡아야 한다. 경선 후유증으로 인해 승리한 진영에 있는 사람들은 이런 일을 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중심모임이 이런 역할을 하지 못하면, 당은 끝내 분열될지도 모른다. 실제 특정 진영의 모 의원은 “경선에 패할 경우 이재오 최고위원을 중심으로 분당할 가능성이 있다”는 내용의 발언을 하지 않았는가.

나중에 그가 “그런 발언을 하지 않았다”고 해명 아닌 해명을 했지만, 이게 그들의 속내라는 점은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들을 당에서 끌어안아야 한다는 말이다.

그 역할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은 바로 ‘중심모임’밖에 없다.

그리고 ‘중심모임’은 본선 경쟁력 있는 후보가 경선에서 승리할 수 있도록, 면밀하게 양 후보를 검증 할 필요가 있다.

과연 어느 후보의 정책이 실현 가능성이 있으며, 어느 후보의 정책이 엉터리인가 하는 점을 살펴봐야 한다. 또 어느 후보가 어떤 흠결이 있는지, 과연 그 흠결을 가지고 본선에 나가도 승리할 수 있는지를 저울질하는 것도 필요하다.

특히 한나라당이 과거 ‘차떼기당’이라는 오명을 안고 총선에 임했다가 실패한 것처럼, 내년 총선에서 한나라당에 또 다시 ‘오명’을 안겨줄 가능성이 있는 후보가 경선에서 승리하는 일이 없도록, 철저하게 모든 후보를 검증해야 한다.

중심모임에 거듭 요청한다.

당의 중심으로 남아 한나라당의 희망이 되어 달라. 끝까지 중립을 지키되, 한나라당에 오명을 뒤집어씌울 가능성이 있는 후보가 경선에서 승리하지 못하도록 철저하게 검증해 달라.

경선 이후 패배한 진영의 사람들이 스스로 당을 깨고 나가는 일이 없도록, 그들을 끌어안는 역할을 맡아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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