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선룰’ 또 바꾸자는 얘기인가?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7-07-30 12:4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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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 하 승 {ILINK:1}한나라당 대선경선과 관련, 이명박 후보 측이 30일 “국민선거인단에 60세 이상의 비율이 지나치게 높다”며 생트집이다.

물론 60세 이상의 비율이 높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는 한나라당 당헌.당규와 배치되는 것이 아니다. 당헌·당규에는 40세 이하를 20~40%만 반영하면 되도록 규정하고 있을 뿐이다.

그리고 이런 조건은 충족됐다. 따라서 이명박 진영에서 이 문제를 새삼스럽게 거론하는 것은 자신에게 불리한 ‘경선룰’을 또 다시 개정하자는 것으로 지나치다는 판단이다.

물론 각종 여론조사 결과 이명박 후보의 대세론이 크게 흔들리면서 박근혜 전 대표와 초접전을 벌이는 것으로 나타난데 따른 불안감을 모르는 바 아니다.

실제 영남지방과 충청, 강원권은 이미 ‘박풍(朴風)’에 의해 초토화된 상태인데다가 이 전 시장의 아성으로 여겨졌던 서울마저도 그의 입지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

더구나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경선을 할 경우, 박 후보가 4%정도 차이로 승리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는 마당이다.

따라서 이명박 후보 진영에서는 어떻게든 이 위기를 극복해야할 절박함이 배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경선룰’을 바꾸자고 생떼를 쓴 것이 벌써 몇 번째인가.

여론조사 반영비율을 20%로 정해진 경선룰을 변경해 그 수를 ‘4만명’으로 못 박아야 한다고 우겼다가 홍준표 의원과 당중심모임 소속 의원들로부터 질책을 받은 일이 있었다.

또 책임당원의 자격이 엄연히 ‘6개월 이상 당비를 납부한 당원’으로 규정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완화해야 한다고 생떼를 쓰다가 당 원로들로부터 핀잔을 받은 일까지 있다.

뿐만 아니라, 비례대표 국회의원의 대의원 추천 몫과 지역구 국회의원 대의원 추천 몫은 각각 3명으로 동일한데도 비례대표 몫을 지역구 의원 몫보다 더 늘려야 한다는 기상천외한 요구를 한 일도 있었다.

당 지도부 가운데 모 최고위원이 직접 이 전 시장을 돕고 있기 때문에 지도부의 눈치를 봐야 하는 비례대표 의원들은 대부분 이 전 시장 캠프에 합류한 상태다.

따라서 비례대표의 몫을 지역구 몫보다 더 늘려달라는 요구는 이 전 시장에게 유리한 경선룰을 만들어 달라는 것과 다를 바 없는 것이었다.

그래서 네티즌들로부터 얼마나 질책을 받았는가?

그런데 이제 또 다시 국민경선인단 60세 이상 비율이 너무 많다며 사실상 경선룰 수정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박 후보는 60세 이상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이명박 후보보다 앞서고 있다. 따라서 이 후보 진영에서는 되도록 젊은 층이 경선인단에 많이 포함되기를 원할 것이다.

그러나 어떤 선거에서건 젊은 층이 노년층보다 투표율이 높게 나타난 사례는 없었다.

여론조사는 주로 젊은 층에서 응답률이 높은 반면, 실제 투표를 하는 층은 노년층의 비율이 훨씬 높은 게 상식이다.

즉 단순히 지지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는 ‘이명박’이라고 응답하는 사람의 비율이 높을지 모르지만, 실제 투표 현장에서는 ‘박근혜’를 찍는 사람의 비율이 높을 것이란 말이다.

그렇다고 해서 인위적으로 이를 막을 방법은 없다. 설사 경선에서야 억지로 노년층의 투표권 행사를 막는다고 해도 본선에서까지 그렇게 억지를 부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한나라당은 경선 이후에 실시될 본선에서 노년층의 투표 비율이 너무 높으니까, 노년층이 투표한 것 중 일부를 제외하자고 요구할 수 있겠는가? 어림 반 푼어치도 없는 일이다.

사실 이 같은 요구가 이명박 진영에서 흘러나왔다는 자체만으로도 당장 당 윤리위에 회부시켜야 한다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이는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의 노인폄하 발언보다 더 심각한 것으로 비난받아 마땅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이명박 진영은 왜 이처럼 끊임없이 받아들여지지도 않을 경선룰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가?

혹시 경선패배 이후 “자신들이 경선룰 수정을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아 패했다”며 그 책임을 ‘경선룰’에 전가하려는 뜻이 숨어 있는 것은 아닐까?

즉 ‘경선룰’ 트집은 누군가 말했듯이 이재오 최고위원을 중심으로 ‘수도권 미니신당’을 창당하기 위한 사전포석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말이다.

그러나 그렇게 급조된 신당에 과연 몇이나 동참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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