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라치 양성은 밀고정신만 키워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7-09-02 17: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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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대열(한국정치평론가협회장) 일제 치하에서 가장 야비하고 치사한 행동을 자행한 사람을 가리켜 우리는 ‘밀고자’라고 불러왔다. 밀고(密告)는 남모르게 일러바치는 일이다. 일제 때 밀고는 주로 독립 운동자를 신고하는데 쓰였다. 왜놈들의 잔악한 탄압에 대응하여 조국의 광복을 성취하려는 애국지사들은 스스로 깨닫고 독립운동에 뛰어들기도 하고 임시정부의 계획에 의해서 국내로 파고드는 운동 등 다양하게 펼쳐졌다.

일제경찰은 이들을 사전에 적발하거나 사후에라도 검거할 수 있도록 치밀한 정보망을 구축하고 있었다. 망원은 대부분 조선인으로 구성되었다. 지금도 경찰 측에서 정보원을 두고 있다는 말이 있지만 그들은 악질적인 범죄를 신고하여 예방을 하거나 범인 체포에 기여하는 긍정적인 측면이 많다. 그러나 정보원이라는 사람들이 거개 전과자 출신으로 경찰보조를 한다는 신분을 이용하여 또 다른 범죄에 연루하는 수도 있다.

일제 때에도 밀고를 전문으로 하는 사람을 가리켜 밀정(密偵)이라고 불렀는데 그들은 자기의 실적을 부풀리기 위해서 애먼 사람을 모함하여 구속되게 만들기도 하고 돈을 받고 실제 범인을 감춰주는 일도 많았다. 그러나 독립 운동자에 대해서만은 예외가 없었다. 밀정의 역할은 여기에 집중되어 있고 거기에서 얻는 이익도 가장 컸다.

이 때문에 우리 독립운동자들이 처참하게 끌려가 억울한 옥살이를 한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이처럼 부정적 측면이 강한 것이 밀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근년에 정부에서 이를 부추기고 양성하고 있는 것은 참으로 잘못된 일이다. 그것이 소위 파라치다. 파라치에 대해서는 영국의 다이에나가 교통사고로 죽었을 때 크게 부각되었다.

밀회를 즐기는 다이에나를 추적하는 차량 때문에 터널 속에서 교통사고를 일으켜 안타까운 죽음을 맞이하면서 파파라치에 대한 극도의 혐오증을 조성했지만 그 뒤 파라치는 더욱 더 극성을 부리고 있으니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지금 정부와 지방자치체는 온갖 분야에서 파라치에 대한 보상을 하고 있다. 포상금을 줄 수 있는 항목이 무려 57개다. 모든 분야에 파라치만 뒤에 부치면 훌륭한 신고분야가 된다. 참으로 다양하다. 지금 모든 쓰레기는 종량제 봉투를 사용하도록 되어 있는데 일부 아무 비닐봉지나 쓰는 사람들이 있다.

이를 신고하면 1회용 비닐봉지를 무상으로 준다. 이들을 봉파라치라 한다.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는 것을 신고하면 쓰파라치요, 청소년에게 술을 파는 현장을 신고하면 술파라치다. 토지이용을 제대로 하지 않는 행위를 토지이용 의무위반으로 보는데 이를 신고하면 토파라치로 대우받는다. 길가에서 담배 꽁치를 버리는 일을 다반사로 하다보면 담파라치에게 걸린다.

술만 마시면 꼭 노래방에 가야 하는 사람들이 무척 늘었다. 그런데 도우미라는 이색 직업을 가진 여성들이 대기한다. 물론 불법이다. 이를 신고하면 상당히 많은 돈을 받을 수 있다. 이들이 노파라치다.

아무데나 널려 있는 게 식당이다. 식당은 위생이 제일이다. 여기에는 늘 함정이 있다. 식품위생법을 제대로 지키는 식당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이를 고발하는 사람은 식파라치다. 요즘 전국 각지의 대도시에는 지하철이 건설되어 시민들의 발 구실을 한다. 많은 사람이 집중되는 곳이기에 뜨내기 장사꾼들이 성행이다. 이를 단속하지만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이들을 붙잡아 신고하면 지피라치가 된다.

성매매 범죄를 고발하면 성파라치가 되는데 이런 신고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한마디로 밀고 형태로 진행되는 것인데 결국 국민 상호간에 불신하고 일시적인 잘못을 저지른 이들로 하여금 정부를 증오하게 만드는 빌미만 만들 뿐이다.

더구나 파라치에 의한 신고의 50%가 쓰레기 부정투기에 쏠려있다. 가장 저변생활을 하고 있는 서민층의 푼돈을 긁어다가 결국 파라치만 먹여 살리는 꼴이다. 쓰파라치에 걸린 사람은 엄청난 과태료를 물어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나 지자체가 우리 생활을 밝게 하기 위해서 시행하고 있는 정책의 일환이라고 하지만 선량한 시민들을 밀고의 대상으로 하거나, 밀고자로 전락시키는 파라치 양성은 중단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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