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출마설...이런 현실이 슬프다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7-10-23 11:5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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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모 대통령 후보의 자칭 ‘오른팔’이라는 사람을 만나서 함께 차 한 잔 마신 일이 있다.

그저 가볍게 세상사는 이야기나 나누자며 만난 자리였지만, 대통령 선거를 앞둔 민감한 시점인지라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12.19대선 쪽으로 흘러가게 됐다.

그때 그는 지금 벌어지고 있는 현상에 대해 아주 재미있는 풍자를 했다.

“대형레코드사의 횡포가 너무 심합니다.

이거 노래도 노래 같지 않은 것을 타이틀곡으로 내세우고는 소비자들에게 살려면 사고 말려면 말라는 식 아닙니까? 또 방송사는 왜 듣기도 싫은 그런 곡을 연일 틀어대는 겁니까? 그거 듣고 미쳐버리라는 것 아닙니까?”

그는 또 이런 말도 했다.

“오히려 작은 레코드사가 낸 신곡이 더 좋지 않나요? 정말 좋은 곡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그러면 뭐합니까? 방송국에서 틀어줘야 말이지요. 방송에서 안틀어 주니까 좋은 곡인데도, 시청자들이 잘 몰라요. 이건 ‘그냥 안 좋아도 대형 레코드사가 만든 거니까 니네는 암말 말고 그 중에서 하나 골라라’ 이런 식 아닌가요?”

그러고나서 그가 마지막으로 한 말이 참으로 걸작이다.

“요런 꼬락서니를 지켜보던 원로가수가 그럴 바에야 차라리 ‘흘러간 옛 노래’를 리메이크 해보자 하고 나서는 것 아닙니까? 이런 판이라면 ‘다 말아 먹을 수 있다’는 생각을 했겠지요.”

이미 독자들은 그가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 그 의도를 충분히 간파했을 것이다.

아마도 그가 말하는 대형레코드사란 기존의 각 정당을 의미하는 것이며, ‘시원찮은 타이틀곡’이란 경선을 통과한 후보들을 지칭하는 것 같다.

실제 각 정당의 경선을 통과한 후보들을 보면, 실망 그 자체다. 모 정당의 후보는 마치 지뢰처럼 언제 터질지 몰라 불안하기 짝이 없다. 불량품도 이런 불량품은 없을 것이다.

모 정당의 후보는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지역갈등을 야기 시킬 소지가 다분하다. 그런데도 자신의 입으로 그런 발언을 수차에 걸쳐 내뱉은 일이 있다.

모 정당의 후보는 하도 이당 저당을 ‘오락가락’해서 어느 정당의 후보인지 헷갈릴 정도다. 모 정당의 후보는 단골메뉴로 이미 식상한 상태다.

반면 ‘좋은 신곡’이란 독자출마를 선언한 후보들을 지칭하는 것 같다.

실제 문국현,정근모,장성민,장기표씨 등은 낮은 인지도에도 불구하고, 지인들로부터는 상당히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는 사람들이다. 이들의 상품성이 제대로 알려지기만 한다면, 대형 음반사사의 형편없는 타이틀 곡 쯤은 얼마든지 무너뜨릴 수 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그들 상품의 우수성을 알릴 길은 그리 많지 않다. 언론이 외면하는 상황에서 이들이 유일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은 인터넷을 활용하는 것인데, 이마저도 이상한 선거법 때문에 차단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금 각종 여론조사에서 응답률이 극히 낮은 것은 이 같은 현상을 반영한 것이라고 보면 맞을 것이다.

익히 알려진 기존의 정당 후보들 중에서는 마땅히 찍을 만한 후보가 없고, 독자출마한 후보들은 그들이 누구인지 잘 모르기 때문에 응답률이 채 20%도 안 된다는 뜻이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바로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출마설이다.

기존 정당의 후보들은 이런 저런 이유로 호평을 받지 못하고 있으며, 독자 출마한 후보들은 그 상품의 우수성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알려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면 차라리 ‘흘러간 옛노래’를 리메이크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한 때문일 것이다.

실제 불과 한 달 전에만 해도 까마득히 잊혀진 존재였던 ‘이회창’이라는 이름이 요 며칠 사이, 각 신문사의 한쪽 지면을 당당(?)하게 차지하고 있지 않는가?

물론 그가 실제로 출마할지 여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그리고 그 문제에 대해 사실 필자는 별로 관심도 없다.

다만 그의 이름이 거론되는 이 같은 현상에 대해서는 깊은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만일 각 정당의 경선과정에서 제대로 된 후보만 선출됐다면, 그의 이름이 거론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정말 역대 대통령 선거에 이런 사례는 없었다. 독자출마한 사람들이 이렇게 많은 예가 또 있었던가?

그들은 어쩌면 “저런 정도의 인물이 경선을 통과했다면, 나라고 대통령이 되지 말라는 법은 없지 않는가?”라며 자신감에 차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필자는 지금, 유능한 후보들이 이처럼 많이 출마해서 유권자들로 하여금 선택의 폭이 넓어진 것에 대해 고맙다기보다는, 이들의 독자출마를 부추길 만큼 형편없는 후보를 낸 기존 정당이 그저 원망스러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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