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의경 자체사고 무엇이 문제?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7-11-20 19: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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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순 길(부평서 청문감사관) 최근 전·의경 관리 부서에서 구타사건 등으로 투신자살하는 보도를 자주 접하고 있다. 전·의경을 보호해야 할 입장에 있는 경찰관의 한사람으로서 과거 3차례 기동.방순대에 근무했던 시절을 생각하며 착잡한 심정으로 깊은 고뇌에 잠겨본다.

과연 무엇이 문제일까? 자체사고를 사전에 예방하지 못한 관리부서의 기간요원들의 책임도 당연히 피할 수는 없다. 그러나 거시적 관점에서 본다면 과연 되풀이되는 사고에 그들만 나무랄 수는 없을 것 같다.

원인이 있으면 결과가 있는 법, 넓은 관점에서 그 현상을 들여 다 본다.

첫 번째는 사회병리현상이다. 즉, 법이 무시되고 불법이 판을 치는 집회시위문화이다. 국방의 의무를 성실히 수행하고자 자원 입대한 젊은이들이 거의 시국치안에 내몰리며 화염병, 쇠파이프, 죽창 등 흉기에 무차별 구타당하고 다치며 자신의 몸은 방패에 의지한 체 불안에 떠는 그들이 가슴속에 응어리 진 것은 적개심만 남게된다. 적을 죽이지 않으면 내가 죽는다는 전쟁터에서만 볼 수 있는 현실이 눈앞에 전개되는 것이다. 앞으로 전·의경제도가 폐지되면 기성경찰관 만으로 집회시위를 대처해야만 한다. 법이 존중되는 사회가 실현되어지는 지름길인 집회시위문화가 시급히 개선되지 않으면 이러한 일이 또 벌어지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는가.

두 번째로는 그들의 가슴에 응어리를 풀어줄 수 있는 복지환경 개선에는 ‘국가는 무엇을 해 주었는가’이다. 운동장도 없는 숙소에서 시국·방범치안에 연일 동원되는 그들은 시국치안에서 터득한 불법폭력성이 순화되지 못한 채 가까이 있는 동료들에게 표출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이 휴게시간에는 맘놓고 뛰어 놀며 운동을 할 수 있는 최소한의 공간확보와 스트레스를 맘껏 발산 할 수 있는 각종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시행할 수 있는 예산지원도 필요하고 내무생활환경도 현대화로 개선하는 일이 시급하다.

세 번째는 젊은 세대들이 나약해진 체력과 참을성 없는 인내가 아닌가 싶다. 핵가족화 되어버린 가족 구성체는 자녀를 한 두 명밖에 낳지 않고 따뜻한 부모의 품속을 의지하며 고생 없이 살다가 갑자기 바뀌어진 생활에 잘 적응치 못하는 것 같다. 자식사랑은 가슴에 품고 겉으로는 강하게 길러야 되지 않을까.

범죄는 점차 연소화 되고 흉폭화·기동화 되어 가는 우리 사회현실에서 경찰관의 몫은 가중되는데 백주 대낮에 백여명의 시민의 구경 속에서 폭력배들에게 경찰관이 매를 맞는 보도를 접하고 지나온 26여년의 경찰관생활이 한없이 부끄럽게만 느껴진다. 정작 법이 존중되는 사회는 언제 오는가.

그렇게 되면 이러한 자체사고도 근절되지 않을까 싶다.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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