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언론, 정말 쪽팔린다.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7-12-13 11:3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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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 하 승 요즘 검찰과 언론인들, 속된말로 쪽팔리게 생겼다.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가 연루된 것은 근거를 찾지 못했다”라는 BBK 관련 검찰수사결과 발표를 비웃기라도 하듯, 이 후보가 관련됐다는 증거 자료들을 네티즌들이 ‘속속’ 찾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포털사이트들의 정치토론방을 비롯하여 인터넷 신문, 정치웹진 등 웬만한 게시판에는 이미 상당한 실력을 가진 네티즌들이 ‘BBK에 이명박이 관련됐다’는 명백한 증거들을 올리고 있다.

우선 이명박 후보의 언론 인터뷰 자료들이 많이 눈에 띈다.

지난 2000-2001년에 걸쳐 이명박 후보가 직접 언론 인터뷰를 통해 ""(자신이)BBK의 대주주이며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고 여러 차례 밝힌 바 있음을 보여주는 자료들이다.

특히 2000년 11월 BBK 사무실에서 박영선 대통합민주신당 의원(당시 MBC 기자)과 인터뷰한 동영상 파일은 단골 메뉴가 되고 있다. 여기서도 이 후보는 BBK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네티즌들은 이명박 후보가 사용했던 명함, BBK 직원들의 증언, 김백준 부회장이 받은 급여 등등의 자료와 증거들까지 모두 제시했다.

이런 자료와 증거들을 종합해 볼 때 ‘BBK는 이명박 소유’라는 사실에 대해 의심의 여지가 없는 것이다.

또 이 후보의 '도곡동 땅 처남 명의 은닉'과 관련된 의혹에 대해서도 <세계일보>(1993년 3월27일 보도)를 비롯해 <한국일보>(1993년 9월17일), <국민일보>(1993년 3월24일)등이 보도한 내용을 용케도 찾아냈다.

사실 검찰은 계좌추적을 할 수 있는 수사권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이들 네티즌들보다 더 수월하게 진실에 접근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그런데도 이들 네티즌들의 수사능력에도 훨씬 미치지 못하는 수사결과를 내놓았으니 어찌 쪽팔리지 않겠는가.

이쯤 되면 “네티즌보다 못한 검찰이 검찰이냐”하는 비아냥거림이 쏟아져 나오는 것도 지극히 당연한 일일 것이다.

언론도 쪽팔리기는 마찬가지다.

진실추구를 해야 할 언론이 진실을 캐기는커녕 오히려 덮어두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죽 그 정도가 심했으면, 한국기자협회가 지난 10일 “이명박 후보에 대한 보도행태를 보면 언론이 언론이기를 포기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개탄했겠는가.

지난 2000-2001년까지 <중앙일보>, <동아일보>, <머니투데이>, 등이 “BBK는 이명박 것”이라는 내용의 인터뷰 기사 등을 게재하거나 방송한 바 있다.

그런데 이명박 후보 측은 그것을 모두 “오보”라고 주장하고 있다.

사실이 잘못 전달됐다는 것이다.

이를 직설적으로 표현하자면 이런 말이다.

“기자들이 멍청해서 내가 한 말을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 못해서 잘못 기사를 썼다.”
어쩌다 한명의 기자가 그렇게 썼다면, 모르되 나름대로 ‘내로라’하는 언론사의 기자들이 모두 말귀도 못 알아들을 만큼 멍청하다는 것은 기자들을 무시하는 행위로 그대로 넘어가서는 안 된다.

따라서 당연히 이를 문제 삼아야 한다.

그런데 정작 이런 보도를 내보낸 언론사는 ‘오보’를 냈다는 이명박 후보의 주장에 대해 아예 대꾸조차 하지 않고 있다.

아무리 작은 기사라도 상대가 정정보도 요청을 해올 경우 언론중재위에 가서 눈에 쌍심지를 켜면서 대응해 왔던 언론사의 태도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다.

그런 언론사들인 만큼 그동안 제대로 된 여론조사를 실시할리 만무할 것이다.

따라서 특정주자에게 유리한 여론조사 표본을 선정해 ‘대세론’이라는 허상을 만들어 주었다는 의심을 받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기자협회는 ""과거 보도에 대해 언론은 검찰의 수사발표와 무관하게 사실 여부를 밝힐 의무가 있고, 그 보도를 접했던 독자와 시청자, 유권자들은 사실을 알 권리가 있다""며 ""과거 보도에 대해 언론사는 분명히 밝혀야한다. 그것이 추락할 대로 추락한 언론 신뢰도를 그나마 끌어올리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또 ‘월미도’라는 필명을 가진 한 네티즌은 “검찰보다 수사능력이 훨씬 뛰어난 것 같다”며 “검찰은 물러나고 네티즌에게 맡긴다면 도곡동 땅의 진짜 주인도 쉽게 찾을 수 있을 것 같다”는 뼈 있는 댓글을 남겼다.

이제 더 이상 네티즌들에게 쪽팔림을 당하지 않도록 검찰과 언론인들의 각성이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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