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강재섭 vs. 정몽준-이재오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8-01-30 15:3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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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 하 승 차기 대권과 당권을 둘러싸고 한나라당 내의 기류가 묘하게 흘러가고 있다.

실제 그동안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고 있던 박근혜 전 대표와 강재섭 대표가 서로 공감대를 유지하는 액션을 취하는가하면, 이재오 의원과 정몽준 최고위원의 ‘짝짓기’가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는 30일 공천 기준에 당헌당규를 엄격하게 적용하겠다는 공천심사위의 방침과 관련, ""당분간 당무에 관여하지 않겠다""고 밝혔으며, 이날 박근혜 전 대표도 ""지금은 적용기준조차 모호해서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 되고 입맛에 맞게 해서는 안 된다""고 불편한 심기를 그대로 드러냈다.

양 측이 의기투합한 것이다.

이처럼 박 전 대표와 강 대표가 연합한 힘은 그 위력이 실로 대단했다.

당 지도부들이 모여 공천기준을 최고위원회의에서 다시 논의해야 한다며 전날 공천심사위의 결정을 하루아침에 뒤집고 말았다.

일단 드러난 명분은 4.9 총선에서의 공천 문제이지만, 실제는 7월 전당대회에서의 당권문제와 차기 대권주자까지 염두에 둔 연합체 성격이 짙다.

즉 지난 2006년 7월 11일 전대에서 대권후보를 노리는 박근혜 전 대표가 강재섭 대표를 측면 지원해서 그를 당 대표로 만든 것처럼, 차기 대권을 위해 이번에도 강재섭 대표를 당 대표로 미는 방식을 취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

문제는 당시 박 전 대표 측이 강 대표를 지지했음에도 불구하고, 경선과정에서 강 대표가 박 전 대표 측을 서운하게 했던 일 등으로 인해 양측의 감정의 골이 깊어졌다는 점이다.

한나라당 한 관계자는 “박 전 대표 측은 강 대표에게 서운한 감정을 가지고 있듯이 강 대표 쪽 역시 당 대표로서 정말 열심히 했는데 이해해 주지 않는 서운함이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양측이 이 같은 감정의 골을 메우고 예전처럼 대권주자와 당권주자로서 끝까지 연합을 이뤄낼지는 미지수다.

반면 차기 당권을 노리는 이재와 의원과 차기 대권주자를 꿈꾸는 정몽준 의원은 지금까지 ‘착착’ 손발이 잘 맞고 있다.

이명박 당선자의 최측근인 이재오 의원의 향후 행보는 한나라당의 역학구도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그는 당장 당장 4월 총선과 7월 전당대회를 거치며 자신의 당내 입지를 한층 강화하려고 할 것이 분명하다.

그러자면 자신이 최고위원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게 훨씬 유리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지난 29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당 전국위원회에서 최고위원 후보로 나서지 않았다.
이에 따라 정몽준 의원이 도전자 한명 없는 합의추대 형식으로 최고위원에 선출됐다.

한마디로 이재오 의원이 정몽준 의원에게 최고위원 자리를 선선히 양보(?)한 셈이 됐다.

물론 이로 인해 정 최고위원은 이재오 의원에게 빚을 지는 신세가 됐다.

따라서 7월 전당대회에서 정 최고위원은 이재오 의원을 지지하고 대신 차기 대권주자로 나서는 자신을 이 의원이 지원하는 형식의 연합체가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다.

그러나 이들 연합체의 성공여부는 아직 미지수다.

정 최고위원이 여세를 몰아 아예 7월 당권도전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정 의원이 당권도전에 나설 경우, 이명박 당선자가 이재오 의원과 정 최고위원 가운데 누구를 선택해 당권주자가 되도록 지원하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여하간 정 최고위원이 당권으로 방향을 틍 경우에 이심(李心,이명박 마음)을 얻기 위한 이재오 의원과 정 최고위원의 경쟁은 불가피하다는 게 중론이다.

어쨌거나 박근혜-강재섭 연합군과 이재오-정몽준 연합군이 맞붙는 형태로 7월 전당대회가 치러진다면, 그 승패는 박빙으로 판가름 날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4.9 총선 공천문제와 관련, 양측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것도 7월 전대 승리를 염두에 둔 신경전 성격이 짙다.

즉 7월 전대에서 승리하려면 4월 총선에서 자파 인사들을 더 많이 후보로 내 보낸 쪽이 승리할 것이고, 그 때문에 양측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는 뜻이다.

따라서 공천 갈등은 좀처럼 진정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어쩌면 공천 후유증으로 인해 ‘박근혜-강재섭당’과 ‘이재오-정몽준당’으로 갈라서는 일이 발생할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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