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숙된 지혜와 아량이 아쉬움으로 남는 사례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8-03-18 19: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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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해 웅(부천시 소사구 문화공보팀장) 구청에서 교통행정팀장으로 근무할 때의 일이다. 시에서는 지역상가의 활성화 지원 차원에서 상인들의 의견을 수렴해 테마거리를 조성하고 각종 도로 환경개선을 위해 예산지원을 아끼지 않았으나 지역의 여건상 주차장확충에는 어려움이 있었던 지역이 있었다.

상인들은 주차난이 원인이 돼 상가활성화에 지장을 초래하고 있다며 주차장 확충이 어려우면 인근 대형빌딩 부설 주차장을 저렴한 가격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행정기관에서 나서주기를 바라며 수년간 민원 제기가 있어 왔다.

현장상황이 매우 중요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상가 대표를 방문하고 부설주차장 대표자를 만나 요구조건에 대한 부분과 수용에 따른 문제점은 또 무엇인지 등에 대해 수렴에 나섰다. 상가대표는 일반인들이 지불하는 이용금액의 50% 할인을 요구했고 부설주차장 대표자는 20%까지는 할인해줄 용의가 있다며 부분 수용의사를 밝혔다.

구청장 명의 서한문을 작성해 전달하는 등 갖은 설득과 요청의 노력으로 부설주차장 대표는 50%까지 할인의사를 밝히며 하나의 조건을 제시했다. 당월에 발행한 주차권에 대해서는 당월에 소화할 수 있도록 하는 조건이었다.

상가대표에게 위 사항을 설명했으나 상인들은 조건 없이 50% 할인만을 집요하게 요구했다.

우리 팀 차석과 함께 상가 임원진들과의 협상을 시작했다. 물러설 결국 상인들이 수용하겠다는 의사를 밝혀왔다.

합의사항을 명확히 하기 위해 직접 협약서를 만들고 협약서에 상호간의 요구사항을 담아 부설주차장 대표자, 상인대표가 함께한 자리에서 내용을 설명하고, 충실한 이행을 다짐하며 실인까지 찍고 합의서를 각자에게 한부씩 전달해 주는 것으로 주차장 문제를 해결했다.

1년이 지난 시점에서 전화가 걸려왔다. 부설주차장 측에서 협상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는 상가대표의 전화였다.

결정적인 이유는 상인들이 부설주차장을 거의 활용하지 않고 예전처럼 노상에 불법주차를 일반화하고 있어 부설 주차장 측에서는 주차권 발행에 소요되는 비용 자체가 손해라는 얘기였다. 주차장 측에서 할 수 있는 당연한 조치라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주의에 입각한 이기주의적 주장만을 관철시키려고 한다면 의무는 등한시하면서 권리만을 내세운다면 우리가 어떻게 지방화시대 세계속의 지방화를 얘기할 수 있단 말인가? 지방자치는 일정한 지역의 100%의 찬성과 동의는 기대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조금 손해를 본다고 하더라도 지역발전을 위해 수용하고, 나름의 의무가 있다면 다하고 권리를 주장하는 성숙된 아량과 지혜가 늘상 아쉬운 부분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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