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장 고 하 승 4.9 총선을 앞두고 요동치는 정치판을 바라보면서 필자는 일말의 책임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이른바 ‘근혜없는 근혜신당’이라는 용어를 최초로 만들어 내고, 그 창당 가능성을 일찌감치 예견한 바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실제 박근혜 전 대표 경선 선대위 고문을 지낸 서청원 전 대표와 홍사덕 전 공동선대위원장이 19일 한나라당을 탈당 ‘친박신당’의 깃발을 올렸다.

서청원-홍사덕 투톱 선대위원장 체제의 ‘친박연대’가 출범한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박근혜 전 대표가 한나라당에 잔류하고 있는 상태에서 그의 핵심 측근들이 합류하는 형태로 만들어지는 정당인만큼 필자가 예언한 대로 ‘근혜없는 근혜신당’이 분명하다.

하지만 ‘친박연대’의 창당이 마냥 반갑기보다는 걱정이 앞서는 것은 왜일까?

그것은 진짜 보수표가 양분될 가능성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이미 잘못된 보수에 대한 한나라당의 대안으로 자유선진당이 깃발을 올린 마당이다. 따라서 또 다른 세력이 ‘보수’를 표방하며, 새로운 깃발을 세우는 것은 총선전략상 그리 바람직한 방법이 아니다.

정말 오만한 이명박 정권과 엉터리 같은 공천으로 특정계파를 마구잡이로 숙청한 한나라당을 견제하기 위해서라면, 보수 세력이 하나의 깃발 아래 뭉쳐야 한다.

필자가 최근 ‘친박(親朴) 선진당’의 필요성을 역설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미 영남권에서는 한나라당 공천에서 탈락한 친박인사들이 ‘무소속연대’라는 말도 안 되는 방식으로 각자 제 갈 길을 찾아 나서기로 했다고 한다. 말이 좋아 연대지 사실상 ‘자기 일은 자기가 알아서 한다’는 것과 다를 바 없는 형태의 느슨한 연대다.

과연 이런 연대로 무슨 효과를 낼 수 있겠는가. 그저 표가 되니까 ‘박근혜 마케팅’을 하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수도권지역에서 서청원-홍사덕을 중심으로 ‘친박연대’(가칭)라는 ‘근혜없는 근혜신당’을 창당해 하나의 깃발 아래 모였다는 점이다.

사실 이렇게 해야만 힘이 결집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수도권은 불행하게도 ‘박근혜 마케팅’이 영남권처럼 엄청난 파괴력으로 나타나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

그렇다면 어찌해야 하는가?

두말할 나위 없다. 아주 간단하게 ‘친박(親朴) 선진당’을 만들면 된다.

대중 정치인 ‘박근혜 마케팅’에 충청권 기반인 ‘자유선진당’의 지지도를 결합시킨, 진짜 보수당인 ‘친박선진당’을 만들라는 말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한나라당의 독주를 막을 방법이 없다. 비록 통합민주당이 ‘아름다운 원칙’을 준수한 공천으로 전열을 재정비하고 있다고는 하나, 아직은 역부족이다.

그리고 이미 좌측으로 경도된 한나라당은 민주당과 그 정체성에 있어서 별반 다를 바 없다.

따라서 보수 세력이 나머지 한 쪽 편에서 한나라당을 견제할 수 있어야 한다.

그 역할을 누가 할 수 있는가?

자유선진당?

어림도 없다. 그럼 ‘친박연대’?

역시 아니다.

반드시 두 당이 하나의 깃발 아래 모여야만 그 역할이 가능해 진다.

즉 ‘친박신당’이 정말 보수 세력의 입장을 대변하는 전국정당이 되려면 ‘자유선진당’과 통합을 하거나 ‘연대’하는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앞서 지적한 바와 같이 충청권을 기반으로 하는 자유선진당과 대구.경북권을 기반으로 하는 친박연대의 결합은 수도권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고, 단숨에 전국 정당으로 도약할 수 있게 된다.

그렇게 되면 나중에 당선된 후 한나라당에 복귀하겠다는 뜻을 밝힐 필요조차 없다. 아예 군소정당으로 추락한 한나라당을 흡수해 버리겠다고 큰소리쳐도 된다.

그리고 그 정당의 차기 대권주자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내세우겠다고 약속하면 된다.
이 간단한 매듭을 풀지 못해 진짜 보수 정치인들이 무소속이나 친박연대, 자유선진당으로 제 각각 갈라지는 것은 참으로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제발 ‘친박연대’와 ‘자유선진당’이 사소한 이익에 얽매여 ‘따로국밥’이 되고, 그로 인해 보수표심이 양분되는 어리석은 일이 벌어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거듭 말하지만 반드시 ‘친박 선진당’이라야만 경쟁력이 있는 것이다.

이회창.심대평.서청원.홍사덕 4인 회동을 통해 이 문제를 조속한 시일 내에 매듭짓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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