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교수는 합리적인 보수논객으로서 보수성향의 네티즌들로부터 폭넓은 사랑을 받고 있는 사람이다.
약속 장소는 대한문 앞.
바로 코앞에서 촛불시위가 벌어지는 그 곳을 만남의 장소로 택한 것이다.
필자는 언론인으로서 역사의 현장인 ‘촛불시위’를 직접 목격하고 싶은 욕심이 있었고, 이 교수 역시 상당한 호기심을 갖고 있는 듯 했다.
이 교수를 기다리는 동안 삼삼오오 짝을 지여 모여드는 나이어린 여학생들이 눈에 띄었다. 중학생이나 기껏해야 고등학생 쯤 되어 보이는 그들이 한창 공부해야할 이 시각에 왜 촛불시위에 참가하게 됐을까?
그 이유는 너무나 간단했다.
“화가 나잖아요. 그래서 우리끼리 얘기하다가 여기 나왔어요.”
만일 정부.여당의 주장처럼 시위에 참가하는 이 나이 어린 여학생들까지 모두 ‘좌파’라고 규정해 버리면, 우파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
바로 그때 30대 초반 쯤 되어 보이는 한 부부가 어린 딸아이를 목말태우고 시위 현장으로 들어가는 모습이 필자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목말탄 그 어린이 손에는 ‘OUT 이명박’이라는 글귀가 선명하게 새겨진 피켓이 들려 있었다.
추부길 청와대 비서관이나, 김홍도 목사의 말처럼 저 어린이가 ‘사탄’이라면, 이 땅 위에 천사는 과연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일까?
이런 궁금증이 커져갈 무렵 이 교수가 나타났다.
그도 약속장소로 나오는 동안 이런 모습들을 보았을 것이다.
이 교수는 아주 심각한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6.10일 이 촛불시위에 맞서 관제시위를 벌이는 것은 정말 어리석은 짓이다. 이 거대한 물결의 자발적인 집회와 관제집회는 규모나 참가자들의 면면에서 확연하게 대비될 것이다. TV 화면에 비쳐지는 양측의 모습은 확실하게 대비될 것이고, 그것은 한편의 코미디가 될 뿐이다.”
역시 그의 예상은 적중했다.
이날 촛불시위에 참가한 인원은 관제시위에 참가한 인원보다 적어도 40배에서 50배 정도는 많아 보였다. 실제 대회 개최 측은 촛불시위 참가자를 25만명으로 추산하고 있었다. 반면 관제 시위 참가 인원은 기껏해야 5000명에서 6000명 쯤 되는 것 같았다.
규모면에서 상대가 안 되는 게임이었다.
참가자들의 면면은 어떠한가.
촛불시위는 나이어린 여학생부터 젊은 부부, 노년층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그러나 관제시위에 참가한 사람들 가운데는 나이 어린 학생은 물론 젊은이나 중년층도 찾아보기 어렵다.
그 모습을 보던 사람들이 “경로당에서 모셔온 분들 같다”고 수군대기 시작했다.
한편의 코미디나 다를 바 없는 모습이 연출된 것이다.
이런 방법으로는 촛불시위를 막을 수 없다. 방법은 오직 하나, 국민에게 항복하는 길 뿐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평화적인 촛불시위가 돌이킬 수 없는 국민 저항으로 번지기 전에 국민에게 무조건 항복을 선언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렇다고 해서 자리에서 물러나라는 뜻은 아니다. 그것은 오히려 더 큰 국정혼란을 초래하기에 바람직하지 않다.
그러면 어찌해야 하는가. 우선 한나라당을 원래 주인인 박근혜 전 대표에게 돌려주고 탈당하라.
지지율 10%대이던 한나라당을 60%대까지 끌어 올린 사람이 누구인가?
바로 박 전 대표다. 그 지지율을 다시 20%대로 추락시킨 사람은 MB다. 따라서 MB가 한나라당에 남아 있는 것은 자신을 위해서나 당을 위해서도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탈당 한 후에는 즉각 여야 각 정당이 참여하는 거국중립내각을 구성하라.
그 중립내각에서 쇠고기재협상문제와 한반도 대운하문제 및 공공부문 민영화 문제 등을 논의하고 결과를 도출해 내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나중에 MB 실정에 대한 책임으로부터 박 전 대표가 자유로울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또 잘 되면, 국민에게도 이득이 될 것이니 국가의 미래를 위해서나 MB 자신을 위해서도 결코 손해 보는 장사가 아니다.
필자가 여기서 굳이 ‘손해 보지 않는 장사’라고 표현한 것은, 그래야만 CEO출신인 MB가 보다 빠른 결단을 내릴 것 같아 사용한 것으로 오해 없기를 바란다.
[저작권자ⓒ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