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저녁부터 진행되고 있는 이 설문조사에 15일 오후 1시 현재 257명이 응답했는데, 결과는 ‘한나라당을 탈당하고 신당을 창당해야 한다’는 답변이 165 명 (64%)으로 압도적이었다.
반면 ‘백의종군하다 후일을 도모해야 한다’는 응답자는 54 명 (21%)이었고, ‘한나라당 대표경선에 출마해야 한다’는 응답과 ‘국정동반자로 총리직을 맡아야 한다’는 응답은 각각 23 명 (9%)과 14 명 (5%)으로 매우 낮았다.
박근혜 전 대표가 어떤 형태로든 당에 잔류하는 것보다는 ‘탈당’ 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훨씬 많은 것이다.
설사 당에 잔류하더라도 당 대표(9%)나 총리직(5%) 등 중책은 맡지 말고, 지금처럼 백의종군(21%)하는 게 낫다는 것.
이런 여론조사 결과가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한마디로 ‘근조(謹弔) 한나라당’이다. 이미 민심이 한나라당으로부터 등을 돌렸고, 민심을 잃은 한나라당은 죽은 것과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친박 측 의원으로서는 유일하게 당 대표 경선에 나서는 진영 의원이 15일 출사표를 던지며 ""한나라당은 지금 심각한 위기에 놓여 있다""고 말했겠는가.
박근혜 전 대표를 아끼고, 그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그에게 “한나라당을 떠나라”고 읍소하는 것도 같은 이유일 것이다.
사실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국정운영 실패로 인해 끝없이 추락하는 게 당연하다. 만일 이런 상황에서도 MB 지지율이 20%대를 유지한다면, 오히려 그게 이상한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한나라당 지지율마저 덩달아 바닥을 칠 이유는 없다. 물론 MB가 한나라당 출신이니만큼, 당의 지지율도 일정정도 떨어지는 것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이처럼 ‘현님 먼저, 아우 먼저’ 하는 식으로 바닥까지 동행할 필요는 없다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지금 한나라당은 깊은 수렁에 빠진 MB를 끌어내기 위해 그를 껴안고 발버둥치고 있는 모습과 흡사하다. 그 결과는 빤하다. 둘 다 죽는다.
그나마 한나라당이라도 살아남으려면 죽기 살기로 목을 끌어안고 있는 MB의 손을 과감하게 뿌리쳐야 한다. 그래야만 2010년에 있을 지방선거와 4년 후에 있을 총선에서 한나라당 후보들이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이다. 특히 국회의원들은 4년 후라니까 아직 많이 남은 것처럼 여유를 부리는데, 천만에 말씀이다. 지방선거에서 패하면, 4년 후도 기약할 수 없고, 5년 후 있을 대통령선거 역시 기약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그럼 어찌해야 하는가.
진영 의원은 ""이명박 정부는 한나라당 정부인데도 당은 대통령의 눈치를 살피고 쇄신책이나 건의하는 보좌기관으로 전락하고 있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며 ""한나라당은 이명박 정부의 정책을 견인하거나 비판적으로 조율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맞는 말이다.
당이 나서서 이명박 정부를 향해 준엄하게 꾸짖지 못한다면, 한나라당도 결국은 MB와 같은 운명을 걸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따라서 당대표 경선에 출마하는 누군가는 반드시 이렇게 외쳐줘야 한다.
“제가 당 대표가 되면, 당 지지율을 까먹는 MB의 자진 탈당을 유도하고, 만일 이를 거부할 경우에는 국정운영 실책에 따른 책임을 묻고 MB를 윤리위원회에 회부해 출당조치 하는 것을 공약으로 내걸겠다.”
즉 ‘한나라당-MB 분리’를 핵심공약으로 내세우라는 말이다.
그러면 차기 지방선거를 걱정하는 출마 예상자들로부터 전폭적인 지지를 받게 될지도 모른다. 또 그것이 죽어가는 한나라당을 살리는 유일한 방안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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