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당 VS 근혜당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8-06-18 14: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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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 하 승 이명박 정부는 어린학생들이 시작한 ‘촛불시위’ 한방으로 패닉상태에 빠지고 말았다.

자그마치 100만인이 촛불을 치켜들었으니, MB가 두려움에 ‘벌벌’ 떠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우리 속담에 ‘범에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는 말이 있듯이 이럴 때일수록 MB는 정신을 바짝 차리고, 올바른 처방을 내릴 필요가 있다. 그래야만 국민도 편안해지는 것이다.
하지만 그럴 가능성이 점차 희박해 지고 있다는 게 문제다.

MB가 사태의 심각성을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MB는 엉뚱하게도 ‘보수대연합’을 통해 이번 위기를 돌파하려고 시도했었다.

심대평 자유선진당 대표의 총리 기용론도 순전히 이 같은 구상에서 비롯됐을 것이다.

자신은 쥐구멍에 숨어 있고, 엉뚱한 사람들이 MB를 대신해 ‘촛불시위’와 맞서 싸우도록 한다는 점에서 대단한 ‘꼼수’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러나 이제는 그런 ‘꼼수’가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됐다.

불행하게도 MB만 이런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한나라당 경선과정에서 당원과 대의원들을 멋지게 속였듯이, 또 본선에서 국민들을 속이고 대통령에 당선되었듯이, 그렇게 자심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국민들을 속일 수 있다고 판단한 것 같다는 말이다.

실제 MB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협상 문제와 관련, 지금도 국민을 속이고 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서 아시아·태평양 경제 책임자를 역임한 바 있는 김성훈 전 농림부 장관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 위생 조건은 국가 간 ‘협상’ 운운할 필요가 없는 단순한 협의 사항에 불과하다”고 말하고 있다.

따라서 국민이 원하지 않으면 그냥 ‘No’를 선언하고, 미국이 다시 재협의를 요구하면, 그때 그걸 수용하면 된다는 것.

그런데도 MB 정부는 지금 미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양국간 협의가 마치 ‘재협상’에 버금가는 ‘추가협상’이나 되는 것처럼 떠벌리고 있다. 즉 국민을 눈속임하기 위해 거짓말하고 있다는 말이다.

이게 문제다.

이처럼 국민을 속이는 정부는 그것이 ‘보수대연합’이 아니라, ‘특대연합’을 이룬다고 해도 결코 유권자들의 지지를 받을 수 없는 것이다.

그러면 어찌해야 하는가. 이대로 죽으란 말인가?

아니다. 해법은 아주 간단하다. 그냥 정직하기만 하면 된다.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꼼수’를 부리지 말고, 그저 솔직하게 있는 모습 그대로 드러내놓고 잘못이 있다면, 국민 앞에 엎드려 사죄하는 모습을 보이면 된다.

친박 복당 문제만 해도 그렇다.

‘일괄복당’이라면서 ‘순차적 선별심사’는 도대체 무슨 꿍꿍이인가. 그런 방식으로 MB 마음에 들지 않는 서청원-홍사덕 같은 거물급 인사들을 받아들이지 않을 생각이라면 오산이다.
이미 친박은 ‘전부 아니면 전무(All or Nothing)' 방침을 굳힌 상태다. 더구나 지지율도 바닥인 한나라당에 굳이 복당할 필요조차 없어진 마당이다.

어쩌면 한나라당 쪽에서 복당을 애원하는 사태가 초래될지도 모른다. 그 때는 이미 당밖 친박연대와 친박무소속연대가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하고 새로운 위용을 과시하고 있어 시기를 놓치게 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보수당은 도덕성과 대중성이 결여된 ‘MB당’과 도덕성 및 대중성을 담보로 하는 ‘근혜당’으로 갈라질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그러면 한나라당에 남아 있는 사람들은 어떤 당을 선택하게 될까?

우선 당장 2010년 지방선거에 출마하려는 당원과 대의원들이 ‘지는 당’, 즉 추락하는 ‘MB당’에 남아 있을 이유가 없는 것이다. 어쩌면 ‘뜨는 당’인 ‘근혜당’에 가기 위해 선착순 경쟁을 벌이는 진풍경이 벌어질지도 모른다.

국회의원들은 4년 후에나 총선이 있기 때문에 조금 여유를 부리겠지만, 경쟁력 있는 사람들이 속속 ‘근혜 당’에 합류하는 모습을 보면 생각이 달라 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4년 아직 시간이 많은 것 같지만 금방이다. 물론 5년 몇 개월 남은 대통령 선거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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