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기자들 대부분도 그렇게 알고 있고, 필자 역시 그렇게 배워왔다.
이 다섯 가지 특질 가운데, 다른 것은 별 문제가 없지만 ‘균형성’은 항상 논란이 되고 있다.
‘양비론’과 혼동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신문보도에 있어서 모든 사실을 정확하게 전달하는 일도 어려운 일이지만 그 못지않게 사실을 균형 있게 전개하는 일도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균형 있는 보도라는 것은 어떠한 사건이 전체적으로 공정한 의미를 전달 할 수 있도록 보도되는 것을 말한다.
독자들에게 어떠한 뉴스가 공정하게 받아들여지기 위해서는 균형성을 유지해야 하며 뉴스의 균형성은 곧 뉴스의 강조와 완전성에 의해 결정된다.
예를 들면 여-야의 충돌, 노-사 간의 분쟁 등 양자가 대립하는 사건이 발생하였을 경우 양측의 입장이나 주장에 대하여 균형 있게 보도해 주어야 한다는 말이다.
그렇다고 해서 양시양비론을 펼치라는 말은 아니다.
왜냐하면 기자는 기사를 통하여 어느 주장이 옳고 그른가를 정확하게 알려 줘야할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어정쩡하게 양비론을 전개하는 것은 기자의 올바른 태도가 아니며, 그것은 일종의 책임 회피에 지나지 않는다.
특히 정치적 중대사안인 경우 외부 압력에 의해 양비론을 전개하면서 ‘균형성을 유지했다’ 고 한다면, 그것은 균형성의 의미를 잘못 알고 있거나 스스로의 양심을 속이는 행위일 것이다.
필자가 모 대학원에서 언론고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을 상대로 강의 할 때, 항상 강조했던 말이 있다. “기자가 진실의 편에 서는 것은 결코 균형성을 헤치는 것이 아니다.”
만일 지금 균형성과 양비론사이에서 고민하는 기자가 있다면, 이 말을 한번쯤 음미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이런 의미에서 양비론은 진실이 아니다.
지난해 8월 한나라당 대통령후보 경선과정에서 이른바 메이저 언론이라고 하는 조.중.동의 ‘양비론’적 보도 행태가, 박근혜 전 대표를 어렵게 만들더니 결국 이명박 대통령이 승리하도록 하는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실제 이들 언론사들은 당시 이명박 후보의 위장전입사실이 드러나거나 어떤 도덕성 문제가 불거져 나올 때마다 이를 지적하는 박근혜 캠프와 싸잡아 양측을 모두 비난하는 모습을 보였다.
즉 위장전입도 나쁘지만, 네거티브도 나쁘다는 식이었다.
어쩌면 그렇게 보도하는 기자들은 스스로 “균형성을 유지했다”며 자위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보도 행태가 결과적으로 진실을 왜곡하는 사태를 초래했다는 점에서 이는 명백한 잘못이다.
문제는 이런 잘못이 다음 대선에서도 되풀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데 있다.
기자들이 그렇게 배워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교육될 것이 불 보듯 빤하기 때문이다.
이런 불행한 사태만큼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
그러려면 올곧은 정신을 가진 언론이 많이 있어야 한다.
어느 유명 논객의 말처럼 ‘제2의 고하승’, ‘제3의 고하승’, ‘제2의 시민일보’, ‘제3의 시민일보’가 많이 생겨야 한다는 말이다.
필자는 항상 ‘논객은 언론인’이라는 생각을 해왔다.
비록 자신의 실명을 사용하지는 않지만, 고정 ‘필명’을 가지고 글을 쓰는 논객이라면, 마땅히 언론인의 대접을 받아야 한다는 생각을 해 왔다는 말이다.
아니 어떤 면에서는 언론인보다 더 대접을 받아야 한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었다.
그래도 언론인이라면 소속 언론사로부터 고액의 연봉이라도 받지만, 논객들은 그런 대가도 없이 오직 자신의 양심에 따라 글을 쓴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논객은 소속사 없는 ‘자유언론인’인 셈이다.
논객들 가운데 ‘화합의 정부’를 꿈꾸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지지하는 논객이 많다는 것은 결과적으로 친박 언론인이 많은 것과 다를 바 없다는 점에서 마땅히 환영할만한 일이다.
즉 ‘제2 제3의 시민일보’나 ‘제2 제3의 고하승’을 만드는 게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친박논객이라도 많아야 한다는 뜻이다.
따라서 친박논객들끼리 치고받다가 어느 한 쪽이 상처를 입고 떠나는 불행한 사태가 발생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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