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쇼’, 참담한 촛불民心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8-07-07 17: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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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 하 승 이명박 대통령은 7일 성난 ‘촛불민심’을 달래기 위해 달랑 3명의 장관과 2명의 차관을 교체하는 이른바 ‘MB 쇼’를 벌였다.

이에 대해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후 브리핑을 통해 ""지난달 한 총리를 포함해 나머지 국무위원들이 제출한 사표는 반려됐다""며 ""개각 폭이 좁은 이유는 정부 출범 초기에 국정 현안을 점검할 시간적 여유가 없었고 총선과 쇠고기파동 등으로 내각이 제대로 일하기 어려웠던 점을 고려해 한 총리에게 한 번 더 책임지고 일을 하게 한 것이다.

국정의 연속성과 고유가 등으로 인한 국내의 어려운 여건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대변인의 이 같은 설명에도 불구하고 이번 개각은 한 달 가까이 내각개편을 미뤄오던 정부가 이제 와서 슬그머니 '두세 명 교체'로 꼼수를 부리며 국민을 우롱하겠다는 것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다.

실제 한 달 만에 이뤄진 개각을 통해 국정쇄신을 가져올 것이라는 시민들의 바람은 여지없이 무너지고 말았다.

총리도 바꾸지 않고 경제팀마저 교체하지 않았다.

한마디로 개각이란 말 자체가 무색할 지경이다.

국민들은 무능한 경제팀을 바꾸라고 했는데 기획재정부 차관 정도를 교체하면서 개각이라고 말하고 있으니 얼마나 한심한 노릇인가.

지난달 총리와 장관들이 잇따라 쇠고기 정국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의 표명을 했을 때만 해도 이명박 대통령은 문제를 인정하고 전면 인적쇄신과 국정쇄신을 약속했었다.

그래서 국민들은 기대했었다.

상당한 변화가 있을 것으로 믿고 기다렸다.

하지만 언제나 그랬듯이 이번 약속 역시 헌신짝 버리듯 내팽개치고 말았다.

이 정도의 개편으로 그칠 거라면 왜 한 달 전에 전원 사표를 받아놓고 즉각 반려하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아무래도 이 대통령은 내각이 총사퇴했던 절대절명의 위기상황을 벌써 잊어버린 것 같다.

이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이 20% 대로 곤두박질 친지 벌써 두 달째다.

좀처럼 반등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MB정부에 대한 극도의 불신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에 또 이런‘꼼수’를 부리고 있으니, 어떻게 MB 정부를 믿을 수 있겠는가.

지금 국민들이 요구하는 것은 변화다.

그저 생색이나 내고 보자는 식의 소폭 개각으로는 결코 성난 촛불민심을 달랠 수 없다.

'꼼수’로 위기를 모면하려 해서는 곤란하다는 말이다.

이번 개각으로는 결코 국민의 마음을 돌릴 수도 없을 것이고 경제위기 국면을 돌릴 수도 없다.

따라서 내각은 즉각 총사퇴해야만 한다.

그런데도 한나라당은 이번 개각에 대해 호평하고 나섰다.

조윤선 한나라당 대변인은 같은 날 오후 논평을 통해 ""이번 인사는 전문성과 자질, 도덕성, 지역 등을 갖추고 국민정서도 감안한 개각으로 평가한다""고 극찬했다.

이어 그는 ""오늘 인사로 최근 있었던 청와대 비서진의 대폭 교체와 함께 앞으로 국정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경제난국도 현명하게 풀어가 명실상부한 새 정부로 거듭 태어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과연 한나라당 대변인의 말처럼 이번 개각이 ‘국민정서’를 감안한 개각일까?

그래서 국민들이 이번 개각에 대해 뜨거운 박수갈채를 보내고 있을까?

천만에 말씀이다.

바로 내일이면 각 언론사들이 이번 개각에 대한 찬반 의견을 묻는 여론조사 결과를 일제히 쏟아낼 텐데, ‘이 정도로 만족한다’는 응답자는 극소수에 불과할 것이다.

따라서 ‘이번 개각은 국민정서를 감안한 것’이라는 조윤선 대변인의 논평은 틀렸다.

그런데도 한나라당 소속 국회의원들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묻겠다.

당신은 왜 침묵하고 있는가?

정말로 이번 개각이 ‘국민정서’를 감안한, 그래서 아주 잘된 개각이라고 평가하기 때문인가?

그렇다면 당신은 민심을 모르는 자로 국회의원 자격이 없는 사람이다.

만일 잘못된 것을 알면서도 그냥 여당 의원이기 때문에 ‘모르쇠’하는 것이라면, 그것 역시 매우 비겁한 행위로 비난받아 마땅하다.

지금 야당은 힘이 없다.

그래서 의회 권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한나라당이 나서줘야만 한다. 지금 국민이 믿을 곳은 한나라당뿐이다.

이 같은 민심을 받아들여 거대여당은 MB 정부의 ‘독선’에 제동을 걸어야만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MB 정부에 등을 돌린 민심이 언제 한나라당마저 버리게 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기를 바라는가?

아니라면, ‘MB'를 향해 당신들이 나서서 비판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

당신들 힘만으로는 역부족이라고 생각된다면, 박근혜 전 대표를 찾아가 도움을 청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

다만 ‘꼼수’가 아니라 ‘진정’으로 요청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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