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로’ 박근혜 VS ‘당으로’ 정몽준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8-07-09 16:2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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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 하 승 한나라당내 차기 유력 대권주자로 거론되는 박근혜 전 대표와 정몽준 최고위원이 서서히 대권행보를 내딛고 있다.

하지만 2012년을 향해 가는 두 잠룡의 발걸음에는 확연한 차이가 있다.

우선 박근혜 전 대표는 세계를 향해 뛰고 있고, 정몽준 최고위원은 당내로 뛰어들었다는 점에서 뚜렷하게 대비된다.

실제 박 전 대표는 7.3 전대에서 당대표 경선에 출마하지 않는 형식으로 일단 당내 싸움에서 한 걸음 물러섰다.

대신 그의 눈길을 국제무대로 돌렸다.

지난 5월 호주·뉴질랜드 방문에 이어 오는 14일부터 4박 5일 일정으로 싱가포르를 방문한다.

방문 기간 리셴룽 총리와 리콴유 전 총리, 고촉통 선임장관 등을 만날 계획이다.

또 경제개발청과 주택개발청, 부패조사국, 에너지 연구원, 과학기술연구원, 고성능 컴퓨터 연구소, 공무원 대학과 항만 시설 등도 둘러볼 예정이다.

이를 두고 정치권 주변에서는 사회복지 체제가 잘 갖춰져 있는 호주·뉴질랜드에 이어 법질서 준수의 모범국가라 할 수 있는 싱가포르를 방문해 자신의 '대권 콘텐츠'를 보다 풍부하게 만드는 계기가 될 것이란 얘기가 흘러나온다.

한마디로 박 전 대표는 지금 글로벌시대에 걸 맞는 정치 지도자가 되기 위한 수업을 착실히 수행하고 있다는 말이다.

반면 정몽준 최고위원은 당으로 눈을 돌렸다. 당내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자신의 입지를 강화하려는 흔적이 곳곳에서 나타난다.

특히 정 최고위원이 지난 7일 최고위원회의 권한 강화를 주장하면서, 당내 주도권을 쥐고 있는 ‘홍준표-임태희’ 콤비에게 은근히 싸움을 걸었던 것도 결국은 자신의 입지강화를 위한 방편으로 해석되고 있다.

실제 최고위원회의 권한이 강화되면 향후 치러질 각종 재보선이나 지방선거 등에서 자신이 갖는 공천 권한이 강화되고, 이를 통해 자신의 지지기반도 그만큼 넓혀질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는 것 같다.

두 사람의 이처럼 확연하게 대비되는 대권행보를 두고 정치권 주변에서는 말들이 많다.

특히 지난해 경선 당시 박근혜 전 대표를 지지했던 측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마저 흘러나오고 있다.

이러다 원.내외 당협위원장들이 대세론 후보였던 MB 앞에 '우르르' 몰려가 줄을 섰던 것과 흡사한 현상이 2012년에 또 다시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다.

물론 그런 우려의 목소리가 전혀 근거 없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박 전 대표는 이 같은 현상이 재연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일단 경계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굳이 이전투구(泥田鬪狗)가 빚어지고 있는 당내로 뛰어들 것까지는 없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박 전 대표가 아직은 당내 비주류이긴 하지만, '일괄 복당'이 이뤄지면 현재 30명 내외인 박근혜계 의원들의 숫자는 60여명으로 늘어나게 돼 무시할 수 없는 ‘비주류’로 당당하게 자리매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180석의 거대 한나라당에서 60이라는 수는 소수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국회 내 전체 정파 분포로 볼 때는 다수에 속하고, 결속력으로 따지면 가히 최고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서청원 홍사덕(이상 6선) 김무성 이경재 박종근 이해봉 의원(이상 4선) 등 내로라하는 중진들이 합류하게 됨에 따라 친박 세력은 단순한 숫자 증가 이상의 전력배가 효과를 가져 올 수 있을 것이다.

더구나 지금은 박 전 대표가 당내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은 극히 제한적이다.

그동안 박 전 대표가 “한반도 대운하를 추진하면 안 된다”고 수차에 걸쳐 지적했음에도 불구하고, MB 정부는 그의 조언을 듣지 않았었다.

뿐만 아니라 박 전 대표가 “국민의 요구에 따라 미국산 쇠고기 수입재협상에 나서라”고 당부해도 MB 정부는 그의 말을 외면하고 말았다.

한나라당도 사실상 친이 측이 완전히 장악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박 전 대표가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다.

불행하게도 박 전 대표는 '정중동'의 비주류 행보를 이어갈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따라서 지금 당장 그에게 “당으로 눈을 돌리라”고 주문하는 것은 매우 성급한 요구로 적절치 않다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이제 4년 몇 개월 후면 세계로 눈을 돌린 박근혜 전 대표의 행보가 옳은지, 당내로 뛰어든 정몽준 최고위원의 선택이 옳은지 판가름 날 것이다. 그 결과가 어찌될지 매우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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