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라는 최악의 지지율을 보이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의 하야 문제가 최근 정치권 일각에서 조심스럽게 거론되고 있다.
물론 이 문제에 대해 보수와 진보진영이 서로 엇갈린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런데 참 이상하다.
보수진영은 비록 조심스럽게나마 하야의 당위성을 제기하는 반면, 진보진영은 ‘이대통령 사퇴불가론’을 잇따라 제기하고 있다.
마치 진보진영 인사들이 이명박 대통령을 지키기 위해 홍위병으로 나선 것처럼 보일 정도다.
실제 노무현 전 대통령은 최근 “대통령 사임을 요구해서는 안 된다”며 진보진영에 강한 메시지를 던졌다.
그러자 진보진영의 거두인 최장집 교수도 비슷한 말을 했다.
지난달 31일에는 역시 진보진영의 손꼽히는 인사인 소설가 황석영씨가 자기의 신작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선거로 뽑은 대통령을 물러나라고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이 대통령 사퇴불가론을 강하게 역설했다.
반면 보수논객들은 이 대통령의 하야 문제를 언급하고 있다.
우선 천주교 원로 정의채 몬시뇰은 최근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이 대통령은 죽어야 산다는 각오를 해야 한다”며 “최선을 다해도 국민이 믿어주지 않는다면 하야하겠다는 각오를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보수대논객 이상돈 중앙대 교수 역시 “어느 정도 이상을 넘어섰다면 정부를 이끌어갈 수 없는 것 아니냐”며 하야론을 거론했다.
조선일보 김대중 고문도 MB에게 거취에 대한 결단을 촉구했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일까?
우선 진보진영이 사퇴불가론을 펼치며 ‘MB 구하기’에 나선 것은 2012년 대선의 확실한 승리를 보장받기 위함이다.
이에 대해 이상돈 교수는 5일 자신의 개인블러그에 올린 글을 통해 아주 의미심장한 발언을 했다.
그는 노무현, 최장집, 황석영 등 진보 진영의 인사들이 마치 약속이나 한 듯이 잇따라 ‘이명박 사임 불가론’을 펼치는 것을 두고 “묘한 정치적 함축성(含蓄性)을 담고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가 말하는 ‘묘한 정치적 함수’란 무엇인가?
그것은 이명박 정권이 ‘지지율 20% 짜리 정권’으로 5년 동안 계속 남아주어야 민주당이 전열을 정비해서 2012년 대선에서 한 번 해볼만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사퇴불가론을 펴고 있다는 것.
즉 우리 헌법은 대통령에 유고(有故)가 발생하면 국무총리가 권한을 대행하면서 60일 내에 대선을 치르도록 하고 있는데, 이 규정에 따라 당장 대선을 치르면 민주당에는 마땅히 내세울만한 인물이 없어 완패하기 때문에 ‘이명박 사퇴불가론’을 펴고 있다는 말이다.
더구나 아직 노무현 정권에 대한 후유증이 완전히 가시지 않은 상태여서 설사 이명박 정권이 죽을 쑤었더라도 그 효과가 반감되고 말 것이다.
따라서 진보진영에서는 어떻게든 이명박 대통령이 지금처럼 5년간 자리를 보전해 주기를 간절히(?) 염원하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반면, 보수진영은 이명박 대통령이 5년간 이런 형태로 버티다가는 2012년 대선은 고사하고 앞으로 잇따라 있을 각종 선거들, 즉 재.보궐선거와 지방선거, 총선 등에서 잇따라 고배를 마시지나 않을까 걱정이 태산이다.
따라서 보수논객들은 박근혜. 정몽준. 김문수. 오세훈 등 확실한 대권주자가 있는 지금 대선을 치러야 보수정권이 탄탄하게 입지를 구축할 수 있다는 판단아래 눈물을 머금고 이명박 대통령의 하야를 권유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한나라당 대권주자들은 넘쳐나는 반면, 민주당 대권주자들은 아직 뚜렷하게 부각된 인물이 없지 않는가.
더구나 이 대통령이 비록 죽을 쑤고 있지만, 박근혜 전 대표로 인해 한나라당 지지율이 그래도 민주당이나 여타의 야당 보다는 나은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대선을 치른다면 당연히 한나라당 후보가 승리 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지금 이 순간에 보수정권의 미래를 위해 이 대통령은 단호하게 애국적 결단을 내릴 필요가 있다.
그 것은 바로 MB 스스로 하야를 결정하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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