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 감세안, 상위 20%가 혜택 독식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8-09-23 15:4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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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 하 승 정부와 한나라당이 지난 22일 당정회의를 열고 종부세를 낮추기로 하는 등 세부담 완화를 잠정 합의했다.

이에 따라 종부세 적용대상이 기존 6억 원 이상 주택보유자에서 9억 원 이상으로 대폭 상향조정된다.

또 근로소득세와 법인세도 대폭 완화된다.

그러나 정부의 감세안은 중하위 계층에게는 ‘빛 좋은 개살구’에 지나지 않는다. 즉 ‘강부자 내각’ 등 상류층에 대한 일방적 혜택을 제공할 뿐이라는 것.

실제 감세안은 소득상위 20% 계층에 대부분 집중돼 중하위 계층에게는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결과가 나왔다.

재단법인 '광장'이 지난 22일 발표한 분석결과에 따르면 근로소득세의 경우 상위소득 21%가 감세혜택의 86.5%를 독식하는 반면에 중하위 47%는 혜택이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법인세의 경우도 상위 6.7%가 감세혜택의 91%를 독식하는 반면, 중하위 33%가 받는 혜택은 사실상 전무한 실정이다.

특히 종부세 완화방침에 대한 비난 여론은 그 강도가 매우 높다.

한나라당이 23일 정책의총을 통해 당내 의견을 반영하기로 했으나 소속 의원들 사이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올 정도다.

우선 종부세의 과세기준을 6억 원에서 9억 원으로 올리면 종부세 납부대상자 중에서 58.8%가 제외된다.

이는 지난해 전체 종부세 대상자였던 37만9000명에서 22만3000명이 제외돼 15만6000명만 종부세를 내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실상 종부세 대상자 중에서 60%에 가까운 사람들이 종부세 대상에서 빠져나가게 된 셈이다.

더구나 정부는 이번 종부세 완화에 이어 현 정부 임기 내에 종부세를 폐지하고, 재산세율 인상 등을 통해 관련 재원을 확충한다는 방침이다.

즉 국민들이 내는 재산세를 더 많이 거둬서 상위 2%에 불과한 종부세 대상자의 세부담을 줄여준다는 계획이다.

실제 재정부는 중장기적인 종부세 개편방안과 관련해 ""종부세를 재산세로 전환하되, 종부세 일부를 재산세율 인상 등을 통해 지자체 세원으로 확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전체 강남 부자 등 상위계층 2%가 내고 있는 종부세가 완화되는 대신, 그 줄어드는 세원을 보충하기 위해 하위 계층의 서민들은 더 많은 재산세를 낼 수밖에 없다.

즉 정부의 감면정책, 특히 종부세 완화정책은 전체세대의 2%에 해당하는 땅 부자들에게만 혜택이 돌아가는 반면, 그 피해는 전 국민의 몫으로 남게 된다는 뜻이다.

이쯤 되면 민주당이 ""강부자 정권이 강부자 내각에 스스로 주는 보너스이자 부자들을 위해 사실상 종부세를 폐지하려는 정책""이라고 맹비난하고 나선 것도 무리는 아닐 듯싶다.

특히 종부세액의 감소로 재정력이 취약한 지자체의 세수가 감소되고 교육과 복지에 대한 지출이 축소됨에 따라 지자체의 발전에 걸림돌로 작용하게 될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종부세로 거둔 세금은 재정력이 취약한 지방자치단체에 50%를 배분하고 양극화 해소를 위한 복지수요(20%)와 교육수요(20%)에 사용되어 왔는데, 이런 자금이 대폭 줄어들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우려되는 대목은 부동산 투기가 다시 기승을 부릴지 모른다는 점이다.

실제 보유세 부담 때문에 팔려고 하던 매도세가 감소하고, 위축되었던 다주택 및 고가 주택에 대한 투기수요가 다시 살아날 지도 모른다.

종부세 정책은 한정된 토지를 가지고 있는 우리 현실에서 부동산 과다보유를 막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가 감세정책을 통해 사실상 부동산 과다보유를 조장하고 있으니, 걱정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

지금 시급한 것은 상위 극소수의 특권층만을 위한 감세안을 마련하는 게 아니다.

이명박 정부의 최우선 과제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물가안정대책을 마련하는 일이다.

물론 2008년 정기국회의 최우선 과제 역시 민생법안을 마련하는 일일 것이다.

따라서 정부와 국회는 특권층만을 위한 정책이 아니라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 지원 대책과 중하위 서민계층을 위한 입법을 먼저 추진해 주기 바란다.

다시 말하지만 이명박 대통령 자신이 한 해 2000만원 이상을 덜 내도되는 종부세 개편안은 적절치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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