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봉화 vs. 盧봉하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8-10-15 13: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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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 하 승 지금 정치권에서는 여야 간 ‘이(李)봉화 대 노(盧)봉하’ 전선이 형성됐다.

‘이봉화’란 이명박 정권하에서 이뤄진 이봉화 보건복지가족부 차관에 대한 쌀 직불금 부당 수령 의혹을 일컫는 것이고, ‘노봉하’란 경남 봉하마을에 있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저를 둘러싼 논란을 ‘이봉화’에 대비시켜 칭하는 것이다.

실제 한나라당 이계진 의원(농수산식품위원회)은 15일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야당이 이봉화 차관을 조사하겠다면 우리는 '노봉하'를 조사하겠다""며 ""'봉화 대 봉하'로 가자”고 제안했다.

한나라당이 이처럼 이봉화 차관 문제를 덮기 위해 노 전 대통령 사저 문제를 전략적으로 거론했다면 그것은 대단히 잘못된 것이다.

그러나 봉하마을에 대한 각종 의혹이 잇따라 불거져 나오는 상황인 만큼, 이 문제를 간과할 수는 없다는 것이 필자의 판단이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이봉화’도 문제고, ‘노봉하’도 문제라는 것이다.

우선 ‘이봉화’ 문제를 보자.

한마디로 이건 사기다.

특히 이봉화 보건복지가족부 차관 등 고위공직자들이 가난한 농민들이 받게 되어 있는 쌀 직불금을 불법 신청한 것은 ‘벼룩의 간을 빼 먹는 행위’나 다름없다.

실제 지난 2006년 가족이나 본인이 쌀소득보전직불금을 수령한 비농업자 중 공무원이 무려 3만9971명, 공기업 임직원이 6213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4만 5000여명을 넘는 이들 모두가 범법행위를 저지른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편법이나 불법행위를 저질렀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아마도 양도소득세를 감면받기 위한 행위일 것이다.

이들 고위 공직자들에게 있어서 쌀 직불금은 이처럼 양도소득세를 감면받기 위한 행위인지 모르겠지만, 농민들에게 있어서는 그게 생존권과 직결된 문제다.

지금 농심이 분노하고 있다.

정부는 국내 쌀 소비량 감소를 핑계로 올해 공공비축물량을 40만톤으로 줄였으며, 쌀소득보전직불제 목표가격 보전율을 85%로 제한하여 농업인들의 경영난이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봉화 차관과 같은 고위공직자들이 농민들에게 돌아가야 할 직불금을 빼앗아 간다는 게 어디 말이나 될법한 일인가.

이는 농산물 도둑과 하나도 다를 것이 없는 파렴치한 행위로 지탄받아 마땅하다.

따라서 쌀 직불금을 탈.편법으로 수령해 간 고위 공직자들은 스스로 그 자리에서 당장 물러나야 할 것이다.

이른바 ‘노방궁’(노무현 아방궁)이라고 불리는 노 전 대통령의 사저인 ‘노봉하’ 문제도 서민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기는 마찬가지다.

한나라당 조윤선 대변인은 지난 14일 논평에서 “노 전 대통령의 사저와 뒤편 산을 웰빙 숲으로 가꾸는 데 530억 원 가까운 혈세를 써 그야말로 을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만일 이게 사실이라면,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서민 생활은 점점 피폐해지는데 봉하마을 주변만 풍요로워지고 있다면, 국민들의 상대적 박탈감만 더욱 커지지 않겠는가.

아무리 전직 대통령이라고 해도 사저뿐만 아니라 주변 환경까지 가꾸는 이런 일은 결코 있어서는 안 된다.

심지어 한나라당 이계진 의원은 “어제(14일) 회의에서 행안부와 농림식품부 등 몇몇 부처에서 과거에 자진해서 (봉하마을에)투입한 예산이 1000억이라는 설까지 나왔다”고 밝혔다.

아직 구체적인 것이 아니고 단지 설이라니 더 지켜봐야겠지만, 이 의원의 발언이 사실이라면 이는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일로 당장 사업을 중단시켜야 할 것이다.

모쪼록 이번에 불거진 ‘이봉화’ 문제와 ‘노봉하’ 문제가 여야 정치권의 밀실 야합에 의해 흐지부지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다시는 이 같은 일들이 되풀이 되지 않도록 일벌백계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말이다.

우리는 정치권이 이 문제를 어떻게 처리하는지 끝까지 관심을 갖고 지켜 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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