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1년 미국 부시 행정부가 출범하면서 부각되기 시작한 신보수주의(neoconservatism), 즉 네오콘은 결국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민주당 버락 오바마 후보가 승리함에 따라 종말을 맞이하게 된 것이다.
익히 알려진 바와 같이 네오콘은 레오 스트라우스 전 시카고대 교수가 도덕적 가치와 기독신앙, 종교의 사회적 기여, 감세 등을 강조하는 운동을 시작했고, 이를 어빙 크리스톨이 보수주의와 차별화시키기 위해 앞에 네오(neo, 新)라는 수식어를 붙인 것이 그 기원이다.
사실 미국의 네오콘은 우리나라의 뉴라이트와 여러 가지 면에서 닮았다.
우선 기독 신앙을 중시하고, 종교 지도자들의 사회참여가 부쩍 늘었다는 점에서 너무나 흡사하다.
이명박 정부가 종합부동산세를 사실상 폐지하는가하면, 재벌 돕기 식의 각종 감세안을 내놓는 것도 닮은꼴이다.
또 네오콘이 주축이 된 부시 정부는 이라크 전쟁과정에서 신뢰를 상실했다.
이라크 전쟁과 관련된 끊임없는 진실 왜곡과 인권 침해 사례들은 부시 정부를 거짓말쟁이 '양치기 소년'으로 추락시켜버렸다.
이는 뉴라이트 세력이 주축이 된 이명박 정부가 신뢰상실로 인해 국정 지지율이 바닥을 기는 것과 흡사한 양상이다.
한마디로 “한국 뉴라이트는 미국 네오콘의 축소판”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뉴라이트’와 ‘네오콘’이 다른 게 한 가지 있기는 있다.
네오콘이 ‘도덕적 가치’를 매우 중시한 반면, 뉴라이트는 이 문제를 의도적으로 외면했다는 점이다.
그 이유는 뉴라이트 세력이 지지하고 만들어낸 이명박 대통령이 도덕적으로 중대한 결함을 갖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면에서 뉴라이트는 네오콘보다 더욱 취약한 이념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명박 정부의 몰락과 함께 뉴라이트의 운명도 종말을 고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신좌파운동, 즉 뉴레프트(New Left)가 부흥할 것이라는 섣부른 전망을 내놓기도 한다. 심지어 차기 대권에서 ‘뉴레프트’의 기치가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예측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아니다.
이번 미국 대선 결과를 보라.
버락 오바마의 당선이 결코 ‘뉴레프트’의 승리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오히려 그의 승리는 극단적인 ‘뉴라이트’세력은 물론 ‘뉴레프트’세력까지 모두 배격하는 ‘국민 통합’의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지 않는가.
즉 미국 유권자들은 국민통합의 상징적인 의미로 버락 오바마를 선택했을 뿐, 신좌파의 이념을 선택한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실제 공화당을 지지하든 민주당을 지지하든 이번 미국 대선을 향한 유권자들의 공통적인 바람이 있다면, 그것은 분열된 미국을 다시 하나로 모을 통합의 리더십이 세워지는 것이었다.
부시 행정부의 지난 7년은 미국이 일찍이 경험해보지 못한 분열과 갈등의 시기였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차기 우리나라 대통령 선거의 최대 이슈 역시 ‘국민 통합’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누가 이 이슈를 선점하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라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특히 국민통합은 경제문제는 물론, 남북문제와 지역갈등문제 까지 일시에 해결할 수 있는 위대한 힘이 있다.
국민 통합을 추구하는 정부라면 당연히 국민의 신뢰를 받을 것이고, 그 신뢰는 우리 경제를 신명나게 만드는 중요한 요인이 될 것이다.
또한 노사(勞使) 양측이 모두 그런 정부를 믿고 기꺼이 한 발 양보할 것이며, 이러한 모습은 결국 양극화 해소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극한 대립으로 치닫고 있는 영호남의 갈등과 수도권 비수도권의 갈등도 치유하고, 나아가 남북 간의 화합까지 도모할 수 있을 것 아니겠는가.
‘뉴라이트’도 아니고 ‘뉴레프트’도 아니다. 오직 ‘국민통합’이다.
그렇다면 누가 ‘국민통합’에 가장 적합한 사람일까?
지난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모 정당의 모 경선후보를 지지하는 한 선거대책위원장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화합의 정부’라고 부르겠다.”
즉 국민통합 정부를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던 것이다. 물론 그 약속은 지금도 유효할 것이다.
지금 필자는 반대편을 설득하는데 실패했던 노무현 정부의 통합 리더십 부족을 이명박 정부가 똑같이 되풀이 하고 있는 현실을 가슴 아프게 지켜보고 있다.
‘화합의 정부’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던 한 후보의 낙선이 더욱 아쉽게 느껴지는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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