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대화가 절실한 이유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8-11-16 14:4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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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 하 승 요즘 필자는 ‘남북 대화’를 화두로 하는 칼럼을 몇 차례에 걸쳐 쓰고 있다.

물론 욕먹을 각오를 하고 쓰는 글이니만큼, 당연히 반대 글이 많을 것으로 생각했다.

아니나 다를까 예상대로 <시민일보>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도 반대 글이 올랐고, 여론은 대체로 찬반이 팽팽하고 맞서는 것 같았다.

실제 ‘화염검’이라는 필명의 네티즌은 ‘고하승이는 망발을 중단하라’는 글을 통해 “김정일을 살리려고 몸부림치는 자들에게 대한민국의 심판이 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무려 300여명 이상의 방문자들이 이 글을 읽었고, 찬성과 반대가 각각 14대 14로 똑같았다.아마 <시민일보> 홈페이지가 아니고 다른 데 이 글이 올랐다면 반대가 훨씬 더 많았을 것이다.

그게 솔직한 인간의 감정이기 때문이다.

만일 필자가 언론인이 아니라 단순한 논객이었다면, 독자들의 추천수를 의식하는 글을 썼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당연힌 반대 논조의 글을 쓰게 됐을 것이다.

하지만 그럴 수 없는 게 언론인이다.

그럼, 우리의 감정을 추스르고 곰곰이 현실을 살펴보자.

만일 북한의 김정일 체제가 이대로 급속하게 무너진다면 어찌될까?

북한에서 급변이 일어났을 때 현실과 명분에서 가장 ‘움직이기’ 쉬운 곳은 중국이다.

특히 베이징은 대화라인이 단절된 서울과 달리 당-정-군에서 북한과 핫라인을 갖고 있다.

이 라인의 대화는 ‘당중앙’인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공산당 총서기 겸 국가주석에게로 모두 모아진다. 따라서 중국이 제일 먼저 징후를 발견, 즉각적인 행동을 개시하게 될 것이고, 그것은 어쩌면 중국군의 북한 주둔이라는 불행한 사태로 나타날지도 모른다.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도 “만약 북한 내부에 무정부 상태가 발생하거나 지속되면 중국 군대가 주둔할 가능성이 100%”라고 주장한 바 있다.

실제 중국은 지난 9월 이후 북한과의 접경지역에 군병력을 증강하는 한편 울타리 설치도 늘리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지난 13일 보도했다.

앞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7일 중국 정부가 김정일 사후의 정치적 변동에 대비하는 비상계획을 논의하자는 미국 정부의 제안을 거절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 같은 상황을 종합해 볼 때에 중국은 미국과 우리 정부의 뜻과 상관없이 북한에 독자적으로 중국군을 주둔시킬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거야 말로 최악의 상황 아닌가.

이런 최악의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북한 체제가 급속하게 붕괴되는 것을 막을 필요가 있는 것이다. 김정일 위원장이 고와서 죽을 돕자는 게 아니다.

만일 중국군이 북에 주둔하지 않는 상황이라고 해도 우리가 무엇을 어쩔 것인가.

국군에게 북진 명령을 내려 북한군과의 무력충돌을 야기한다면 남북 모두가 피를 흘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 역시 바람직한 상황은 아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어렵더라도 북한을 지속적으로 설득해서 개방.개혁으로 이끄는 것이다. 민간교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경제교류가 지속적으로 이뤄진다면, 언젠가는 북한도 실패한 사회주의 체제를 버리고 자유 시장체제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 때 남북 지도자가 만나 통일문제를 국민투표에 붙이는 방안에 대해 합의할 수도 있고, 나아가 통일 대통령을 선출할 수도 있는 것 아니겠는가.

김정일 위원장이 밉다는 감정상의 문제로 대의를 그르치는 것은 올바른 선택이 아니다.

우선 당장 남북 대화의 단절 후속조치로 예상되는 개성공단의 폐쇄문제만 해도 그렇다.

개성공단 입주업체 대표 21명은 13일 서울 삼청동 남북회담사무국에서 김하중 통일부 장관과 간담회를 갖고 ""정부가 적절한 행동으로 대응하지 않는다면 북측은 점차적으로 남측 근로자 추방, 일부 입주기업 철수, 공단 폐쇄라는 단계적 조취를 취할 수 있다""며 ""정부는 남북경협의 확고한 추진 의지를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고 촉구했다.

당시 입주기업대표들의 얼굴에서는 진지하다 못해 절박한 심정을 그대로 찾아볼 수 있었다는 게 현장에 있던 기자들의 전언이다.

심지어 시원찮은 정부 조치에 소송도 불사하겠다는 입장까지 드러내고 있었다고 한다.

왜냐하면 거래처로부터 주문 전원 또는 절반이 취소당하는가 하면, 주가하락으로 이미 부도난 회사까지 있다는 것.

정부만 믿고 있는 돈 없는 돈 끌어 모아 어렵게 진출한 중소기업들이 납북 당국간 안일한 기싸움으로 이처럼 엄청난 피해를 보게 해서야 어디 말이나 될법한 일인가.

그나마 다행인 것은 북한이 개성공단 폐쇄와 같은 초강경 조치로 직행하지 않고 12월1일까지 유예기간을 둔 채 통행 차단을 예고앴다는 점이다.

북한이 유예기간을 둔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우리 정부에 무엇인가 기대하는 바가 있어서 일 것이다. 따라서 우리 정부는 북측에 최소한의 `성의'를 보일 필요가 있다.

물론 북한 역시 맹목적인 대남 압박을 접고 대화의 모멘텀을 살리는 쪽으로 가야만 한다.

누가 뭐래도 지금은 남북이 서로 상대를 자극하지 말고 상호 체면손상 없이 할 수 있는 직.간접 대화를 모색함으로써 최악으로 떨어진 신뢰를 끌어 올려야 할 시점이다.

이른바 ‘아스팔트 우파’단체들도 개인의 감정보다 국가의 이익을 먼저 생각해 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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