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돈벌이’ vs ‘물=인권’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8-11-25 11:4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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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 하 승 드디어 올 것이 오고야 마는가.

결국 정부의 수도법 개정안이 국회 환경노동위에 상정되고 말았다.

물론 수돗물 민영화를 위한 사전 포석이다.

이로써 ‘물=돈벌이’이라고 생각하는 이명박 정부와 ‘물=인권’이라고 생각하는 국민 사이에 한판 승부가 불가피하게 된 것 같다.

앞서 정부는 지난 6월 초 상수도 지분 전체를 매각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물산업지원법안""을 입법예고하려 하였으나 시민들의 격렬한 반대 여론에 부딪혀 “물 민영화는 하지 않겠다”며 이를 철회한 바 있다.

그렇다고 물 민영화 방침을 아주 포기한 것은 아니었다.

실제 불과 2 개월여 만인 지난 8월 24일 물산업지원법안의 이름만 바꾼 ""상하수도 서비스 개선 및 경쟁력 강화 법안""을 입법예고하려고 시도한 바 있다.

당시 물사유화저지공동행동을 비롯한 시민.사회단체들은 이를 저지하기 위해 일제히 성명서를 발표했고, 인터넷에는 상수도 민영화 반대를 주장하는 글로 뜨겁게 달아올랐었다.

광우병 수입소 저지 ‘촛불시위’가 상수도 민영화반대 ‘촛불시위’로 확대될 조짐마저 보였다.

그러자 여당인 한나라당이 25일 오전 “상수도 민간위탁을 허용하는 환경부 법안을 국회에서 절대 통과시키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각 언론들은 당일 오후 일제히 상수도 민영화 법안이 물 건너갔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필자는 정부가 민영화방침을 완전히 포기했다고 믿지 않았다.

그저 당장 빗발치는 비난여론을 피하고 보자는 속셈에서 보류했을 뿐이라는 게 필자의 판단이었다. 한마디로 작전상 후퇴일 뿐이라는 것이다.

한반도 대운하를 “국민이 원하지 않으면 추진하지 않겠다”고 전략상 시기를 미루는 것과 닮았다고 보면 맞을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결국 예상했던 대로 또 다시 이름만 바꾼 수도법 개정안이 국회 환경노동위에 상정되고 말았다.

정부의 수도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지자체와 한국수자원공사 그리고 정부의 민간위탁 정책에 따라 지자체로부터 수도시설을 수탁한 민간회사는 수돗물을 병에 넣어 직간접적으로 판매할 수 있게 된다.

그러면 이게 왜 문제가 되는가.

수돗물을 병에 넣어 판매할 경우, 일반수돗물보다 생산원가는 약 82배, 판매가격은 약 238배가 비싸진다고 한다.

그러면 돈벌이를 목적으로 하는 기업에서 일반수돗물과 병에 넣어 판매하는 수돗물 가운데 어느 쪽에 더 신경을 쓰게 될까?

당연히 이윤 폭이 훨씬 높은 병에 넣어 판매하는 수돗물에 더 신경을 쓰고 고급화하려고 할 것 아니겠는가.

즉 병에 넣어 판매 되는 수돗물은 일반 수돗물이 아니라 고도정수처리 과정을 거치고 특수 화학약품처리 된 양질의 수돗물, 즉 일반수돗물과는 생산공정 자체가 다른 특별한 수돗물이 되는 것이다.

결국 돈 있는 사람은 병에 든 수돗물을 마시게 되지만, 돈 없는 서민들은 그냥 일반 수돗물을 마실 수밖에 없는 ‘물의 양극화’가 초래되고 만다.

물론 일반 수돗물에 대한 불신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따라서 상수도 민영화 방침은 인권을 지키기 위한 차원에서라도 반드시 저지해야만 한다.

전 세계 어느 곳에서도 정부가 직접 앞장서 수돗물을 병에 넣어서 판매하라고 권유하는 나라는 없다.

특히 상수도 민영화 정책은 이미 실패한 정책이라는 게 국제적으로 입증된 바 있다.

실제 이명박 정부가 프랑스 파리의 상수도 민영화 사례를 들고 있지만, 파리는 내년부터 민영화된 상수도를 다시 시영화하기로 결정한 상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정부가 미련스럽게 상수도 민영화를 추진하려는 이유가 무엇일까?

이미 상수도 민영화에 대해 이명박 정부와 대기업들 사이에 합의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실제 코오롱, GS건설, 두산중공업, 삼성엔지니어일, 태영건설,웅진코웨이 등 주요 대기업들이 이런 저런 형태로 물 산업 진출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심지어 이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의원이 이사로 재직했던 코오롱 그룹은 그룹의 차세대 성장 산업으로 상수도 사업을 선정할 정도다.

코오롱은 이미 환경부 산하 환경관리공단의 자회사인 환경시설관리공단(하수종말처리 전문 회사)을 작년 초에 인수하고, 상하수도관 설비 시설을 대대적으로 구축했다.

이명박 정부와 이들 대기업 간에 어떤 암묵적 거래가 있었는지는 필자도 모른다.

하지만 어떤 거래가 있었든, 그 거래는 국민의 인권을 위해 반드시 깨져야만 한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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