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객의 입에 재갈을 물리지 말라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9-01-09 16: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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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 하 승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가 긴급체포 됐다.

또 방송통신심의위원회(위원장 박명진)에서는 검은색 옷차림으로 프로그램에 출연한 앵커들에 대해 문제 삼으려고 했었다.

언론인의 한 사람으로서 이명박 정부의 이런 폭압적 방식에 공포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정말 두렵다.

실제 미네르바가 지난 7일 긴급 체포돼 구속영장까지 청구된 상태다.

서울중앙지검 마약·조직범죄수사부(김주선 부장검사)는 박모(31)씨를 인터넷 경제 논객 `미네르바'로 지목하고 ""공익 해할 목적으로 인터넷 허위사실 유포""했다며 지난 7일 긴급체포하고, 9일 구속영장까지 청구했다.

이명박 정부의 노림수는 분명하다.

자유로운 네티즌들에게 “인터넷 상에서 정부를 비판하다가는 당신도 구속될 수 있다”는 점을 보임으로서 그들로 하여금, 스스로 ‘위축’되도록 만드는 데 있다.

이미 그 효과는 지난 18대 대통령 선거 당시 입증된 바 있다.

한나라당 경선 당시 박근혜 전 대표를 지지하는 논객들이 수사기관의 수사착수로 인해 인터넷 상에서 글쓰기를 포기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마찬가지로 이번 ‘미네르바’ 구속 효과는 인터넷 상에서 이명박 정부에 대해 비판적인 논객들을 인터넷 상에서 사라지게 만들지도 모른다.

또 방송통신심의위는 ‘YTN과 공정방송을 생각하는 날’ 행사가 열린 지난해 10월30일과 11월20일 MBC·SBS 뉴스를 모두 체크한 뒤 검은 색조의 상의를 입은 앵커들에게 출석·서면 진술을 하라고 지난 6일 두 방송사에 공문을 보냈다고 한다. 이 행사에 동조하는 뜻으로 검은 옷을 입었는지, 검은 옷은 맞는지 소명하라는 것.

<경향신문> 9일자 보도에 따르면 방통심의위는 공문에서 MBC 이정민·차미연·최대현·박소현·박경추·김정근·김주하, SBS 신동욱·김소원·김석재·최혜림·손범규·정미선 등 앵커 10여명을 진술 대상으로 지목했다.

이에 대해 당사자들은 “코미디”라며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하지만 필자는 ‘코미디’가 아니라 한편의 호러물을 보는 것처럼 무섭기만 하다.

인터넷상에 정부정책에 비판적인 논객을 구속하고, 앵커들의 옷차림새까지 검열하겠다는 정부의 대언론관이 너무나 섬뜩하기 때문이다.

마치 나치의 선전장관 조제프 괴벨스를 닮았다는 느낌이다.

당시 괴벨스는 “여론 형성을 감독하는 것은, 국가의 절대적 권리”라며, 국가는 반대여론을 억압하기 위해 모든 권력을 사용할 수 있다고 주장했었다. 그리고 실제 그렇게 했다.

그렇다면 지금 이명박 정부의 대언론관은 괴벨스와 하나도 다를 게 없지 않는가.

이러다 머지않아 공안정국이 선포될지도 모른다.

그 때가 되면 이명박 정부는 제일 먼저 좌파성향의 언론을 타깃으로 삼아 숙청의 칼날을 들이댈 것이다.

그 다음은 이명박 정부에 비판적인 중도 우파성향의 언론이 숙청대상에 오르게 될 것이고, 결국 친박 성향의 언론마저 숙청의 칼날 앞에 놓이고 말 것이다.

그 때는 이미 ‘친박’을 도와 줄 세력은 그 어디에도 남아 있지 않게 될지 모른다.

필자는 이쯤에서 어제와 마찬가지로 마틴 니묄러가 쓴 <전쟁책임 고백서>중에 나오는 한마디를 독자들에게 들려주고자 한다.

""나치는 우선 공산당을 숙청했다. 나는 공산당원이 아니었으므로 침묵했다. 그 다음엔 유대인을 숙청했다. 나는 유대인이 아니었으므로 침묵했다. 그 다음엔 노동조합원을 숙청했다. 나는 노동조합원이 아니었으므로 침묵했다. 그 다음엔 가톨릭교도를 숙청했다. 나는 개신교도였으므로 침묵했다. 그 다음엔 나에게 왔다. 그 순간에 이르자, 나서줄 사람이 아무도 남아 있지 않았다.""

이 얼마나 무서운 고백인가.

인터넷 상에서 자유롭게 글을 쓰던 한 논객이 구속되었다.

그런데, 이 일이 남의 일인가?

아니다. 각 언론사나 포털에 글을 쓰는 논객이라면 당연히 내 일처럼 여겨야 한다.

경고하거니와 지금처럼 ‘미네르바’의 구속에 대해 침묵하다가는 그 칼날이 당신을 향할 때쯤이면, 이미 당신을 도와 줄 논객이 하나도 남아 있지 않게 될지도 모른다.

따라서 바로 지금, 논객 여러분이 소리쳐 외쳐야 한다.

“좌파든 우파든, 인터넷 논객의 입에 재갈을 물리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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