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시위 당시 유연한 대응을 했다는 죄목(?)으로 한진희 전 서울경찰청장이 부임한 지 불과 5개월 만에 경질을 당하고, 그 후임으로 이명박 대통령 핵심 측근으로부터 두터운 신임을 받는 경북 경주 출신의 김석기 청장이 자리를 차고앉았을 때부터 조짐이 좋지 않았다.
김 청장은 현 정부 실세인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의 대구 대륜고 후배로, 새 정부 출범 초기부터 차기 경찰청장 1순위 후보로 꼽혀왔던 사람이다.
그런 그가 서울경찰청장에 부임하자마자 이명박 정권을 지키기 위해 초강수를 뒀다.
실제 그는 지난해 7월 서울청장에 부임한 뒤, 시위대를 향해 최루액 발사를 경고하는가 하면, 유모차 부대 아기엄마들을 소환조사하는 등 초강경대응으로 일관해 왔다.
뿐만 아니라 그는 경찰들에게 ‘인간사냥꾼’이 되기를 종용한 일도 있다.
즉 김 청장이 촛불집회 참석자 연행시 2만~5만원의 포상금을 지급키로 했다가 여론의 집중 포화를 받고 이를 철회한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당시 민주당 김유정 대변인은 ""경찰이 드디어 미쳤나 보다""며 ""국민을 사냥한다는 경찰 이야기는 처음 들어봤다""고 질타했다.
자유선진당 박선영 대변인은 ""포상금이 지급된다면 성과급에 눈이 먼 경찰의 과잉진압은 불을 보듯이 뻔한 것이고, 과잉진압은 또 다른 폭력시위로 이어지는 악순환으로 확대 재생산 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민주노동당 박승흡 대변인도 ""민주주의 국가에서 있을 수 없는 그야말로 야만적인 행태""라며 ""국민을 상대로 '노예사냥'하는 것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국제적, 세계적인 망신""이라고 질책했다.
진보신당 신장식 대변인 역시 ""성과급 지급은 명백한 인간사냥""이라고 질타했다.
그래서 필자는 지난해 8월 6일자 칼럼에서 “김석기 서울경찰청장이 이처럼 경찰들에게 ‘인간사냥꾼’이 되기를 사실상 강요하는 이유는 이명박 정권을 향한 맹목적인 충성심 때문일 것이다. 따라서 김 청장이 그 자리를 꿰차고 앉아 있는 한 어떤 형태로든 시위대를 강경진압하려 들 수밖에 없다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어쩌면 여론의 이런 몰매쯤은 이명박 정권을 지키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스스로 안위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결국 김 청장을 경질시키고, 어청수 청장을 사임시키지 않는 한 이런 일은 되풀이 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다.”라고 밝혔었다.
필자의 예상대로 이번에 힘없고 가진 것 없는 용산 철거민들을 진압하기 위하여 대테러업무를 담당하는 무시무시한 경찰특공대를 투입해 무모한 초강경진압 명령을 내린 사람이 바로 김석기 청장이었다.
뿐만 아니라 그는 용산 철거민 참사와 관련해 20일 밤 명동성당 앞에서 시민단체와 대학생들이 촛불시위를 벌이자 또 다시 토끼몰이식 강경진압으로 수많은 부상자가 발생하도록 했다.
땅에 쓰러진 여대생을 군화발로 짓밟는 현장이 방송국 카메라에 잡혔고, 전경이 던진 돌에 머리를 맞아 피를 흘리는 시민의 모습, 이런 처참한 현장을 보다 못해 길을 지나던 한 넥타이를 맨 신사가 경찰의 물대포 차량 앞에 누워 저지하다가 끌려가는 모습 등이 고스란히 카메라에 잡혔다.
시위대를 철저하게 짓밟음으로서 ‘민중의 지팡이’가 되기를 거부하고, 기꺼이 ‘MB 몽둥이’가 되기를 자처한 사람이 아니고서는 이럴 수 없는 노릇이다.
특히 그 한 사람으로 인해 경찰 전체의 명예가 실추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제 경찰관들 가운데 누가 ‘경찰 특공대’ 출신임을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겠는가.
그들은 본의 아니게 자신의 신분을 감추며 살아야할 죄인 아닌 죄인들이 되고 말았다. 이제 또 어느 경찰관들이 그런 죄인으로 낙인찍힐지 모른다.
그래서 경찰 여러분께 호소하는 바다. 김 청장의 폭압적 진압명령을 거부해 주기 바란다.
양심적인 경찰관들을 중심으로 내부에서 불복종 운동을 전개해 달라는 말이다.
이제 김석기 청장의 운명은 바람 앞에 등불이다. MB에 의해 경찰청장에 내정되었다고는 하나, 그 생명이 과연 며칠이나 가겠는가.
분명한 것은 김 청장이 미친 듯이 시위대를 짓밟지만, 잘못된 공권력은 결코 민심을 이길 수는 없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경찰 여러분은 두려워말고 김 청장의 잘못된 폭압적 진압명령을 거부하라. 역사는 그런 여러분들의 충정을 기억하고 높이 평가할 것이다.
이 글로 인해 필자에게 위해가 가해진다면 필자는 끝까지 투쟁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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