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작 능력을 믿는 것일까?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9-01-29 14:52:26
  • 카카오톡 보내기
  • -
  • +
  • 인쇄
편집국장 고 하 승 사람이 6명이나 죽었다.

그저 평범한 한 가정의 아버지이자 한 여성의 남편인 그들이 이유여하를 불문하고, 경찰의 무리한 진압과정에서 참변을 당한 것이다.

그런데 이 끔직한 ‘용산 참사’에 대해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오히려 특공대진입을 지시한 김석기 서울경찰청장은 경찰청장으로 영전될지도 모른다는 우울한 소식이 들린다.

실제 청와대는 29일 김석기 경찰청장 내정자의 거취와 관련해 “아직까지 미풍도 없고, 철저한 진상규명이 앞서야 한다는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이동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내일 TV 토론회에서 용산 참사에 대해 진솔한 의견을 표명할 것이지만 토론은 토론이고 김 내정자의 거취는 거취”라며 이같이 말했다.

국민들과 야당이 한결같이 “김석기 청장의 책임이 크다”고 입을 모으고 있지만, 청와대에는 “미풍도 없다”고 한다.

이게 무슨 말인가.

국민들이 뭐라고 하든지 청와대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다는 말이 아닌가.

실제 민심은 경찰 책임론을 제기하고 있다.

지난 23일 SBS-TNS 조사에 따르면 설 연휴를 맞아 실시한 ‘용산참사’ 책임소재 여론조사에서 ‘경찰의 과잉진압’ 때문이라는 응답이 58.1%로 ‘철거민들의 과격시위’가 원인이라는 응답 32.4%를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한귀영 수석전문위원은 29일 “정황상 경찰의 책임이 더 크다는 여론 자체가 반전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밝혔다.

그러다보니 경찰은 무리하게 민심을 왜곡시키려 들었고, 결국 야당에 의해 덜미가 잡히고 말았다.

원혜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표실에서 고위정책 상임위간사단 연석회의에서 ""여론조사에 경찰을 조직적으로 동원하고 있다""고 전격 폭로했다.

지난 설 이전에 모 방송국 시사 토론 프로그램에 경기, 광주, 전남, 경남 경찰청 등이 경찰관들에게 시청자 여론조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라고 독려한 문자를 보낸 것이 확인 됐다는 것.

하지만 이 정도는 ‘새 발의 피’다.

경찰청 인터넷 게시판에 ‘용산 참사’에 관한 여론을 경찰에 유리한 쪽으로 몰고 가기 위해 적극적으로 투표하자는 글이 잇따르고 있다.

심지어 용산 참사 관련 투표가 진행되고 있는 5개 언론사의 여론조사 사이트를 연결해놓고 “우리 모두 투표에 참가해 경찰이 정당한 공권력을 행사했음을 알리자”고 권유하는 글도 있다.

이에 따라 경찰의 ‘조직적 투표’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것은 당연지사.

여기에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할 아주 중대한 문제가 있다.

지금 이명박 대통령에 대해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이 아니라 ‘여론조사기관이 선정한 대통령’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지난 18대 대통령 후보 한나라당 경선에서 일반 국민과 한나라당 당원 및 대의원이 참여한 현장투표에서 박근혜 후보가 승리했음에도 불구, 여론조사기관이 실시한 여론조사에 이명박 후보가 승리하는 기현상(奇現象)이 벌어진 것을 비꼬는 말이다.

익히 알려진 바와 같이 당시 이명박 캠프에는 1994년부터 2007년까지 한국갤럽연구소 회장을 맡았던 최시중 씨가 있었다.

따라서 여론조사 과정에서 최씨는 이명박 후보에게 유리하도록 어떤 역할을 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현장에 있는 일반국민과 당원 및 대의원들로부터 선택받지 못한 사람이 여론조사에 압도적 우위를 차지할 수 있다는 말인가.

공교롭게도 지금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김석기 청장이 바로 최 씨의 총애를 받고 있는 인물이다.

실제 김청장은 최 씨의 고교 후배로 일찌감치 신임 경찰청장 후보로 지목되고 있었다.

그렇다면, 혹시 최 씨가 지난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경선 당시처럼 이번에도 여론조사에 어떤 형태로든 개입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어쩌면 이동관 대변인이 전날 정례브리핑을 통해 “과격시위에 책임이 있고 (김석기 경찰청장 내정자를) 유임시켜야 한다는 여론이 더 많아진 것은 사실”이라고 여론과 동떨어진 발언을 한 것도 여론조사 결과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최씨를 믿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렇지 않다면, 이명박 대통령은 김석기 청장에게 책임을 묻고 그를 즉각 해임하는 게 상식이자 정상 아니겠는가.

그나저나 만에 하나라도 최씨의 능력으로 인해 대통령 자리를 도둑맞게 된 것이라면, 박근혜 전 대표뿐만 아니라 우리 국민 모두가 애통해야 할 일일 것이다.

[저작권자ⓒ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시민일보 시민일보

기자의 인기기사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