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서울중앙지검 수사본부의 발표문의 내용을 한마디로 요악하면 이렇다.
즉 '용산 참사'는 농성자들이 흘리고 던진 시너 및 화염병으로 빚어진 결과이기 때문에 경찰에게는 형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게 검찰 측의 수사결과다.
실제 검찰에 따르면 우선 농성자들은 공동으로 남일당 빌딩에 침입해 주변 건물과 도로, 경찰관 등을 향해 위험 물건을 투척(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 화염병등의처벌에관한법률위반)했다.
또 이로 인해 경찰관을 다치거나 사망케 했으며(특수공무집행방해치사상)며 주변 건물도 태웠다.(일반건조물 방화)
검찰의 이런 수사결과를 보면 그들은 참 나쁜 사람들(?)이다.
과연 검찰의 발표대로 그들이 참 나쁜 사람들인가?
동의하기 어렵다.
우선 검찰은 화재를 누가 일으켰는가에 대해서는 정확히 모르겠다고 했다.
당시 망루 내부가 어두운데다 농성자들이 모두 복면을 하고 있어 정확한 식별이 어려웠기 때문에 화인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지목된 화염병 투척자는 특정하지 못했다는 게 검찰의 해명이다.
이 해명은 ‘누가 화재를 일으켰는지는 분명하게 모르겠으나, 너희들 농성자들 가운데 한명인 것은 분명하다’는 뜻이다.
아예 경찰의 실수나 기타 가능성에 대해서는 눈길조차 주지 않고 있는 것이다.
반면, 경찰의 경우 경찰협상에 응하지 않아 전문성을 갖춘 경찰특공대를 조기에 투입할 수밖에 없었다며 면죄부를 주고 말았다.
따라서 경찰관이 인적.물적 능력범위 내에서 적절한 조치라는 판단으로 직무를 수행했다면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해 현저하게 불합리하다고 인정되지 않는 한'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것.
뭔 말이 이렇게 긴지는 모르겠으나, 다만 경찰의 조치는 적절하고 따라서 김석기 경찰청장 내정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뜻인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심지어 용역업체 본부장이 직원에게 물포 분사를 지시해 무려 2시간30분 동안이나 용역업체의 폭력(물포 분사) 행위가 계속됨에도 불구하고 경찰이 저지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범죄 의도가 없었다고 보인다”며 경찰 측의 손을 들어 주었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 국민은 이처럼 어정쩡한 검찰수사 발표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까?
어느 정도 예상은 했었지만 우려와 한 치의 어긋남도 없이 납득할 수 없는 수사결과를 내놓았다는 게 민주사회를 위반 변호사모임 측의 주장이다.
필자 역시 같은 생각이다.
민변 측의 주장이 더 설득력 있기 때문이다.
민변 측의 주장대로 경찰은 망루 내에 인화물질이 있음을 알았다.
그럼에도 무리한 진압을 감행했고 이 때문에 대형화재가 발생했다는 것은 삼척동자라도 알만한 사실이다.
물론 이는 업무상 중과실에 해당하는 것이다.
그런데도 검찰은 경찰 특공대의 투입과 대형화재 사이의 인과관계가 전혀 없다고 하니, 세상에 이런 모순이 또 어디 있겠는가.
그럼에도 검찰은 이날 '용산 참사' 현장에서 체포된 철거민 20명을 무더기로 기소하고 말았다.
검찰이 적용한 혐의에 따르면 최대 무기징역형까지 가능하다. 그렇게 되면 모든 게 끝이다.
그러나 이명박 검찰의 뜻대로 될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오히려 불난 집에 기름을 부은 것처럼 민심의 분노가 폭발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실제 희생자 유가족과 시민사회단체들은 이번 수사가 경찰에 면죄부를 주기 위한 축소 은폐 수사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국정조사와 특별검사제 도입으로 용산 참사를 전면 재조사해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진실규명 요구에는 보수-진보단체의 구별이 없었다.
보수단체인 서울YMCA 홍경표 국장은 ""최소한 직무유기 혐의에 대해서는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시민단체들은 김석기 서울경찰청장에 대한 구속수사 등 책임자 처벌을 다시 한번 촉구하고 이명박 대통령의 대국민사과를 강도 높게 요구한다""고 밝혔다.
진보단체인 참여자치연대는 성명서를 통해 ""이날 검찰이 발표한 수사결과는 용산참사의 모든 책임을 철거민에게 전가한 것이다""라며 ""이는 권력의 시녀로 전락한 검찰이 무능과 왜곡의 한판 코미디쇼를 벌인 것에 불과하다""고 평가절하 했다.
다만 이명박 대통령 만들기 일등공신이랄 수 있는 뉴라이트전국연합 측이 ""검찰 발표가 굉장히 공정하고 엄격하게 진행된 것으로 알고 있고 검찰 수사결과도 고뇌한 흔적이 보여서 신뢰하고 있다""고 극찬했을 뿐이다.
그나저나 지난 18대 대통령 선거 당시 이명박 후보에게 BBK 관련, 면죄부를 주었던 검찰을 ‘정의’라고 믿는 국민이 얼마나 될지 참으로 궁금하다.
모쪼록 이번 안타까운 사건으로 운명하신 분들의 명복을 비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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