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희, 왜 하필 지금인가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9-03-12 14:31:03
  • 카카오톡 보내기
  • -
  • +
  • 인쇄
편집국장 고 하 승 지난 11일 저녁 각 주요포털의 실시간검색 1위는 단연 김현희였다.

그도 그럴 것이 사건발생 22년 만에 115명의 무고한 인명을 죽음으로 몰고 간 테러리스트가 공개적으로 기자회견을 했으니, 전 국민이 관심을 갖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일 것이다.

그런데 실망이다.

그의 기자회견 첫마디가 ""제가 분명히 말하고 싶은 것은 이 KAL기 사건은 북한이 한 테러이고, 저는 더 이상 가짜가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는 거였다.

아니 그럼, KAL 858기 폭파사건이 북한의 사주에 의해 김현희 씨가 저지른 사건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도 있었나?

비록 논란이 있기는 했지만, 이는 국민들에게 익히 알려진 사실로 전혀 새로울 것도 없다.

따라서 그동안 철저하게 유가족들의 면담요청을 거부하면서 꼭꼭 숨어 살던 김 씨가 12년만에 다시 공개석상에 나타난 이유가 겨우 이거라니 참으로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그렇다면 혹시 김현희 씨가 전면에 등장할 수밖에 없는 또 다른 어떤 이유가 숨어있는 것은 아닐까?

그럴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그럼, 진짜 속셈은 무엇일까?

지금 남북관계는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다.

실제 북한 측에 의한 우리 측 민항기의 안전 운항에 대한 위협이나, 군통신선 차단, 개성공단 근무자에 대한 일시적인 통행차단, 그리고 동해상에서의 미사일 발사 가능성 등으로 남북 관계는 계속 악화되고 있는 마당이다.

바로 이런 시점에 김현희 씨가 등장한 것이다.

사실 남북 관계 경색의 일차 원인제공자는 바로 대북강경책을 고집하고 있는 이명박 정부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물론 이는 북한의 면책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북한의 호전적 대응은 그 어떤 명분으로도 합리화 될 수 없기 때문이다.

다만 이명박 정부가 좀 더 유연한 대북정책을 전개했더라면, 북한 역시 지금처럼 극단적인 대응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란 점에서 아쉬움이 크다는 말이다.

아무튼 이런 상황에서 이명박 정부가 ‘김현희 카드’를 꺼내 든 것이다.

김현희 카드가 남북 관계를 더욱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점을 모르고 그랬을까?

아무리 무능한 정부라고 하지만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면 대체 왜 그랬을까?

그 이유는 아주 간단하다.

단지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음모라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지금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국정운영 지지도가 얼마나 되는가.

비록 일부 언론에서는 믿거나 말거나 식으로 30%대라는 조사결과를 발표하기는 하지만, 사실상 사망선고에 해당하는 20%대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럼, 지지율 20%대 정권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아무 것도 없다.

그저 시간만 보내다 무사히(?) 임기를 마치는 일 외에는 뾰족한 방법이 없다.

그런데 이명박 정권이 그걸 못 참는 게 문제다.

한반도 대운하든 4대강 정비사업이든 삽질이라도 한 번 해봐야 할 텐데, 전 국민이 ‘똘똘’ 뭉쳐 반대하고 있다.

그래서 국민을 좌우 ‘편 가르기’를 해서라도 한 데 뭉치지 못하게 할 필요성을 느꼈을 것이다.

그 일환으로 케케묵은 ‘김현희 카드’를 빼들고 “우파여, 총 집결하라”는 메시지를 보수 지지자들에게 전달하고 있다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하지만 이미 합리적 보수 세력은 그런 꼼수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드러내고 있다.

따라서 ‘김현희 카드’가 우파 총결집을 시도하기는커녕, 오히려 ‘우파 편 가르기’를 부채질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그나저나 마치 ‘한류스타’나 되는 것처럼, 김 씨가 일본을 위해(당일 취재 기자 중 절반 이상이 일본인) 화려하게 기자회견 하는 모습을 지켜본 우리나라 유가족의 심정은 어땠을까?

무려 115명의 무고한 생명을 앗아간 테러리스트가 사형 판결을 받은 지 불과 16일 만에 사면 받았다는 사실만으로도 유가족의 가슴은 찢어질 듯 아플 터인데, 마치 한류 스타나 되는 것처럼 행세하는 그 모습에 또 얼마나 상처를 입었을지는 가히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저작권자ⓒ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시민일보 시민일보

기자의 인기기사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