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한의 책임”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9-03-18 19:4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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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혁 (인천 부평경찰서 역전지구대 순경) 필자는 인천 부평경찰서 역전지구대에 근무하는 경찰관이다.

경찰관으로 근무하다 보면 우리나라 국민들의 신고정신이 매우 투철하다고 느끼게 되는 일이 많다.

술에 취해 길에서 자고 있는 사람이 있으면 두 세 번씩 신고를 하고 경찰관이 도착할 때까지 기다리고 있어 야간에 주취자 신고를 처리하다 보면 다른 중요한 신고를 처리하는데 있어 지장이 있을 정도다.

또 윗집에서 쿵쿵거리는 소리가 조금이라도 시끄러우면 이웃으로서 참을 만한데도 불구하고 여지없이 112를 누르곤 한다.

이런 국민들의 모습에 흐뭇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현장에 일하는 일선 경찰관으로서 이율배반적이라고 느끼는 부분이 많다.

예를 들어보면 올 1월경에 지구대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편의점에 흉기를 휴대한 강도가 들었었다.

다행이도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이 용감히 강도를 제압하고 편의점 밖으로 끌고 나와 주위에 지나가는 사람들을 향해 경찰에 신고를 해달라는 도움을 요청했으나 외면당해 결국 도망가는 상황이 벌어지곤 했다.

또 불과 얼마 전 은행 자동인출기 안에서 입금을 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 피해자의 뒤에서 칼을 들이대고 돈을 강취한 일이 있었는데 이때도 피해자가 용감하게 제압하고 주위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했으나 아무도 도와주지 않고 피해버려 강도 피의자가 그대로 도주하는 경우가 있었다.

자신에게 해가 되거나 신고를 함으로 인해 느끼는 만족감을 누리기 위한 신고는 철저히 하면서 자신이 조금이라도 위험을 느끼거나 귀찮게 되는 일이라면 단순히 신고만을 해달라는 애절한 도움의 요청마저도 매정하게 거절한다.

경찰관이 가장 많이 듣는 말이 “민주시민에게 민주경찰이 이래도 되는 거야?” 라는 말이다. 민주시민이라는 주장은 단순한 권리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권리를 누리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책임이라는 것이 늘 따라다닌다.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되었을 때 늘 이러한 ‘최소한’의 책임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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