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구역 개편, 정치 의도 버려라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9-03-23 17:5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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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 하 승 “행정구역 개편에 대해 올해 내로 결단을 내리고, 내년 지방선거 전에 집행되도록 할 수 있다.”

이달곤 행정안전부 장관이 지난 22일 행정구역 개편 논의와 관련 <시민일보> 정치부 기자에게 밝힌 내용이다.

비록 “국회에서 큰 틀을 짜면”이라고 단서를 달긴 했지만, 주무부처의 장관이 이처럼 행정구역 개편논의에 대해 단정적으로 말 할 수 있다는 사실이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실로 대단한 자신감이다.

사실 내년 지방선거라면 이제 겨우 1년 3개월 여 정도 남은 시점이다.

따라서 물리적으로는 불가능하다는 게 보편적인 시각이다.

그런데 주무 장관의 생각은 달랐다.

이 장관은 국회에서 큰 틀만 짠다면, 내년 지방선거에 곧바로 적용시켜 새로운 체제하에서 선거가 가능하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 행정구역 개편 논의가 그렇게 간단한 문제인가?

아니다.

매우 복잡하다.

우선 현재의 광역자치단체가 사라지고, 대신 기초자치단체들 몇 개를 하나로 묶어서 단체장을 선출해야 한다.

물론 전국 16개 시.도를 없애고, 전국 234개의 기초자치 단체를 70여개로 통폐합 한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인 만큼, 그렇게 하면 된다.

하지만 어느 시군을 통폐합하는지 구체적인 논의에 들어가면 이게 그리 만만한 문제가 아니다.

서울만 하더라도 25개 자치구를 통폐합해서 7~8개 정도의 자치단체를 만든다고 하는데, 어느 구와 어느 구가 하나로 묶일지, 그리고 그에 대해 지역주민들이 찬성하는지 여부를 가늠조차 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물론 행정구역 개편 논의의 방향은 옳다.

행정구역이 개편되면 공무원 수가 감축될 뿐만 아니라, 청사 관리 비용도 훨씬 줄어드는 등 국가비용의 절감효과를 가져와 경제난국에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다.

더구나 현재 3단계로 되어 있는 행정 구역을 2단계 줄이는 것은 여야가 모두 공감하고 있다.

실제 지난해에 이미 이명박 대통령과 정세균 민주당 대표가 청와대 회담에서 행정구역 개편논의에 대해 “조속히 실시토록 하자”고 합의까지 본 상태다.

뿐만 아니라 국회에서는 이미 지난 3일 '지방행정체제개편특별위원회' 구성결의안이 본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지방행정체제 개편 논의가 다시 불붙었다.

하지만 지방행정체제 개편 실현을 위해선 넘어야 할 산은 여전히 산재해 있다.

이해관계에 따라 지방자치단체장들이 반발하고 나설 개연성도 높다.

특히 지방행정체제 개편이 성사되려면 무엇보다 당사자인 지방자치단체와 지역민들의 합의를 이끌어 내야 하는 데 이게 가장 골칫거리다.

그런데도 이달곤 장관은 “내년 지방선거 이전 실시”에 대해 강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대체 무엇이 이 장관으로 하여금 이토록 자신감을 갖게 하는 것일까?

여권의 한 관계자는 <시민일보> 기자에게 “행정구역 개편에 대한 정부 의지가 강력하다”고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과 원세훈 국정원장이 주도해서 이번 지방선거 전에 개편 완료한다는 로드맵이 이미 확정돼 있다는 말까지 했다.

그러면서 이달곤 행안부 장관을 임명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고 했다.

결국 이거였다.

이명박 대통령의 의지가 워낙 강력해 내년 지방선거 이전 집행이 가능하다고 했던 것이다.

그래서 걱정이다.

행정구역 개편 논의는 국가 행정사무의 효율성 등을 고려 할 때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하지만 국민여론 수렴과정 없이 ‘밀어붙이기’식 행정구역 개편이 이뤄져서는 곤란하다.

졸속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이 대통령의 임기 내 업적을 만들기 위한 목적이라면 반대다.

청계천 복원사업이 서울시장 임기 내 완공을 위해 졸속으로 진행됨에 따라 거대한 콘크리트 덩어리의 인공어항으로 변질된 것과 같은 잘못이 되풀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모쪼록 이명박 정부는 행정구역 개편 논의에 대해서만큼은 제발 정치적 의도를 버리고 순수하게 임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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