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필자가 친이, 친박 의원들의 명단이 들어 있는 칼럼을 쓰면서 성윤환 의원이 친박에서 중립지대로 자리를 옮겼다고 썼으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는 것.
실제 성 의원의 모 보좌관은 칼럼이 나간 이후 몇 차례에 걸쳐 “성 의원은 여전히 친박”이라며 “지역주민들과의 약속을 함부로 저버리실 분이 아니다”라고 강하게 항변했다.
또 친이 명단에 들어 있는 모 의원은 자신이 직접 전화를 걸어 “중립”이라며 “심정적으로는 친박이기 때문에 앞으로는 이를 참조해서 써 달라”고 간곡히 요청하기도 했다.
또 친이 측 모 의원의 측근은 “친박 지지단체를 만들고 있는 중”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즉 몸은 어쩔 수 없이 친이로 분류되지만 속마음은 친박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필자는 그 칼럼이 의미가 없다고 판단, 홈페이지에서 아예 삭제해버렸다.
이게 실상이다.
즉 각 언론은 지금 친이-친박이 서로 팽팽하게 힘의 균형을 이루고 있는 것처럼 보도하고 있으나, 실제로는 친박 쪽으로 힘의 균형이 급속하게 기울고 있다는 뜻이다.
다만 MB가 살아 있는 권력이기 때문에 마음은 이미 친박으로 넘어 왔으면서도 몸은 아직 친이 진영에 남겨두고 있는 사람이 태반일 것이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일까?
이번 4.29 재.보궐선를 앞두고 한나라당 참패가 예상된다는 뉴스가 봇물처럼 쏟아져 나오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내년 지방선거 역시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그나마 내년 지방선거의 참패로 끝나면 다행이겠으나, 곧바로 2012년 총선과 대선마저 타격을 받게 될 것이 불 보듯 빤하다.
지금 한나라당 국회의원들이 친이-친박을 불문하고, 이심전심으로 ‘박근혜’를 부르는 것은 바로 이런 절박함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이명박 대통령만 이런 사실을 까마득히 모르고 있는 것 같다.
자신이 ‘한나라당 완패’의 주범이라는 사실을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여전히 자신이 자기 입맛에 맞는 후보를 내세워 차기 권력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착각에 빠져 있는 것 같다는 말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새마을운동 중앙협의회와 자유총연맹을 자신의 전위대로 만드는 발상을 할 수 있었겠는가.
분명히 말하지만, 이명박 대통령이 할 수 있는 일은 이제 아무 것도 없다.
차기 권력은 MB가 선택하는 게 아니라, 국민이 선택한다.
정말 한나라당이 차기 정권을 재창출하기 바란다면, MB 스스로 한나라당을 물러나주어야 한다.
이명박 정부는 지금 20~30%대의 형편없는 지지율로 겨우겨우 생명을 연장해 가는 사실상의 ‘식물정권’이다.
그런 대통령이 속한 정당에 대해 국민감정이 좋을 리 없지 않는가.
과거 역대 정권에서도 대통령의 지지율이 하락할 경우, 스스로 탈당해 자신을 대통령으로 만들어 준 정당이 부담을 갖지 않도록 배려하는 모습을 보였었다.
이 대통령에게 그런 용기 있는 모습을 기대하는 게 무리일까?
그렇다면, 한나라당이 직접 나서서 이 대통령의 탈당을 권유하던가, 끝내 거부하면 출당 조치를 취해서라도 당과 대통령을 완전히 분리해야만 한다.
그래야만 내년 지방선거는 물론 차기 총선과 대선까지도 기약할 수 있는 것이다.
당과 대통령이 분리되면, 한나라당은 ‘선거의 여왕’ 박근혜 전 대표를 간판으로 하는 당으로 당장 탈바꿈하게 될 것이고, ‘48대 0’이라는 경이로운 불패신화를 이어 나갈 수도 있을 것이다.
만일 그렇지 못할 경우, 이번 4.29 재.보궐선거는 물론 내년 지방선거와 2012년 총선과 대선 모두 참패할지도 모른다.
거듭 말하지만 지금은 한나라당 내에서 누군가 용기 있는 자가 나서서 이명박 대통령에게 정중히 탈당을 요구해야만 한다.
그리고 탈당 요구에 응하지 않을 경우, 당원-대의원 투표에 붙여서라도 출당여부를 결정짓겠다는 으름장을 놓을 필요도 있다.
이것은 친박을 위한 조치가 아니라, 연전연패 조짐을 보이고 있는 한나라당을 살리기 위한 조언이다.
이명박 정권의 실정으로 인해 차기 한나라당 후보의 기회가 박탈당한다면, 그것은 너무나 안타까운 일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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