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착한 이재오’는 없었다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9-03-31 16:3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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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 하 승 김상돈 화백은 31일자 <시민일보> 만평에서 입에는 재갈을 물리고, 발에는 족쇄를 차고 있는 이재오 전 한나라당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그렸다.

그 제목은 “야당이 바라는 ‘착한 이재오’”였다.

김 화백이 말하는 야당이란 민주당, 자유선진당, 친박연대, 민주노동당과 같은 제 야당은 물론, 여당 내 야당이라는 한나라당 친박 의원들까지 포함시킨 것 같다.

어쩌면 국민들이 모두 그런 모습을 기대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착한 이재오’는 없었다.

이재오 전 의원은 미국에 체류 중일 당시 “당분간 정치 현장을 떠나 있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귀국 다음날인 지난 29일 오전 은평구 자택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도 “당분간 현실정치에는 관여 하지 않고, 자신이 집필 중인 원고를 작성하는 데 치중하겠다”는 뜻을 피력하기도 했다.

그래서 대부분의 언론이 그가 귀국해도, 숨죽이며 은인자중하는 모습을 연출할 것이라는 기사들을 일제히 쏟아냈다.

그러나 역시 아니었다.

그는 귀국하자마자 이명박 대통령과 그의 형 이상득 의원과의 회동을 추진하고 있다.

실제 이 전 의원의 한 측근 의원은 31일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이 전 의원이 조만간 이 대통령에게 인사를 하러갈 예정""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이 전 의원은 지난 30일 박희태 대표와 이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귀국 인사를 한 데 이어 이들과의 회동도 차례로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측근 의원은 ""박 대표와 이 의원 모두 당내 최고 어른인 만큼 조만간 이 전 의원이 찾아가 인사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물론 회동의 성격에 대해서는 '귀국 인사' 차원일 뿐 정치 현안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없을 것이라는 게 이 전 의원 측의 공식적인 입장이다.

측근 의원도 ""귀국했으니 인사를 하는게 당연한 도리가 아니냐""며 ""특별한 정치적 의미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전 의원과 최고 권력 ‘형제’간의 회동은 누가 봐도 ‘정치적 행보’임에 분명하다.

그러자 마치 이를 기다렸다는 듯이 박희태 대표가 이재오 전 의원을 지원사격하고 나섰다.

박 대표는 최근 귀국한 이재오 전 의원의 역할과 관련, ""정치를 하는 것은 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이날 MBC TV '뉴스와 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이 전 의원은 중진 의원이고 많은 경험을 쌓고 있고 영향력도 있다. 지금 가장 시급한 게 경제 살리기이고 국민이 희망을 갖도록 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그런 데서 좋은 역할을 할 수 있지 않나 기대한다""며 이 같이 밝혔다.

한마디로 야당과 친박이 바라는 ‘착한 이재오’는 기대하지 말라는 뜻이다.

어쩌면 그는 명박-상득 두 형제를 만나는 것으로 정치재개의 신호탄을 화려하게 쏘아 올릴 지도 모른다.

우선 당장 친이계파에서 ‘이재오’를 연호하는 목소리가 새어 나오고 있다.

4월 임시국회와 4·29 재보선, 당협위원장 교체, 5월 원내대표 경선을 비롯한 굵직한 현안들을 앞둔 시기인 만큼 이재오가 역할을 해주기를 바라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미디어 관련법은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말 한마디가 위력을 발휘해 100일간의 기한을 가지고 활발한 논의를 하도록 여야가 합의했으나, 그 이후가 문제다.

국민이 반대하는 ‘미디어법’을 이명박 대통령의 뜻에 따라 ‘무대뽀’로 밀어붙이려면 이재오 전 의원과 같은 투사기질을 가진 지도자가 있어야만 한다는 게 친이 측근들의 생각인 것 같다.

또 한나라당 참패가 예상되는 4.29 재보궐선거도 문제다.

성적이 좋지 않을 경우 현재 친이 중심으로 구성된 당 지도부 인책론으로 이어질 것이고, 이는 친이 세력의 약화를 의미하는 것으로, 어떻게든 인책론이 불거지는 것을 차단할 필요를 느꼈을 것이다.

이런 때에 막무가내로 밀어붙일 친이 세력의 중심이 되어 줄 누군가가 필요한데, 그 적임자가 바로 이재오 전 의원이라는 것.

또 당협위원장 교체시 복당 친박 의원들을 힘으로 누르고, 친이 원외위원장에게 힘을 실어줄 사람도 이재오 전 의원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특히 5월 원내대표 경선에서 4.29 재보선 참패에도 불구 친이 측이 승리를 하려면 이재오 전 의원의 역할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지 모른다.

이래저래 ‘착한 이재오’의 모습을 기대하기는 어렵게 됐다.

다만 그게 한나라당에 득(得)이 될지 실(失)이 될지는 삼척동자도 판단할 수 있는 것인데, 친이 측근들만 모르는 것 같아 안타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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