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디로 “너는 아니다”라는 것.
박 전 대표는 1일 이명박 대통령의 형인 한나라당 이상득 의원이 최근 친박계 무소속으로 경주 재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정수성 씨에게 후보 사퇴를 종용했다는 주장과 관련, ""이번 사건은 한 마디로 우리 정치의 수치""라고 이 의원을 정면 겨냥했다.
이날 한나라당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 앞서 기자들과 만난 박 전 대표는 ""저도 (언론 보도를) 보고 알았다.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가 있나""며 이같이 말했다.
앞서 무소속 정수성 예비 후보는 전날 경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나라당 이상득 의원이 이명규 의원을 통해 사퇴를 종용했다""고 주장해 파문을 일으킨 바 있다.
박 전 대표의 이날 발언은 사실상 정수성 후보를 옹호하는 발언이자 정종복 후보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선을 긋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박 전 대표가 정종복 후보에 대해 이처럼 노골적으로 선을 긋고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지난 30일에는 대구에서 열리는 한 토론회에 박 전대표가 참석한다는 소식을 듣고 정종복 후보가 부리나케 달려가 인사한 일 있었다.
정종복 후보는 이날 '박 전 대표가 무슨 말을 했나'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열심히 하라고 하셨다""고 주장했으나, 박 전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아뇨. 한 얘기 없다""라고 싸늘한 반응을 보였다.
심지어 이날 정종복 후보가 박 전 대표를 찾아와 인사하자 주변에서 기자들이 사진을 찍으려 하자 ""사진 같은 것은 찍지 마시라""고 분명히 밝힌 뒤 간단히 악수만 나눴다.
분명 박 전 대표는 정 후보가 자신과 함께 찍은 사진을 선거에서 활용할지 모른다고 생각하고 이를 막았을 것이다.
실제 정종복 후보가 아주 오래전 박근혜 전 대표가 정 후보에 대해 호의적인 발언 한마디 한 동영상을 홈페이지에 올려놓고 박심(朴心)을 구걸하는 것으로 보아 그럴 개연성은 충분히 있어 보인다.
오죽하면 박근혜 지지모임인 박사모의 정광용 회장이 최근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정 후보의 해프닝에 대해 ""한마디로 개그콘서트를 보는 것 같다""며 ""박심을 구걸하러 갔다가 퇴짜를 맞은 셈""이라고 비꼬았겠는가.
그렇다면 박 전 대표는 왜 정종복 후보에 대해 이처럼 단호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일까?
지난 4.9 총선의 잘못된 공천에 대한 단죄라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실제 박 전 대표는 지난해 3월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강재섭 대표와 당 지도부는 공천 파동의 책임을 져야한다”며 “무원칙한 공천의 결정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었다.
심지어 자신은 공정 공천 약속에 속았다면서 “나도 속았고, 국민도 속았다”는 명대사를 남겼었다.
그로 인해 정 후보는 당시 총선에서 친박연대 후보와 맞붙어 낙선했는데, 겨우 1년을 조금 넘긴 시점에서 다시 금배지를 욕심내는 그가 곱게 보일 리 없었을 것이다.
즉 아직은 용서받을 시점이 아니니까 더 많은 시간을 반성하라는 의미로 그토록 냉랭하게 대했을 거라는 말이다.
아직은 잘 모르겠다.
박 전 대표의 이 같은 모습이 경북 경주 재선거에서 얼마나 위력을 발휘할지는 미지수다.
다만 분명한 것은 박심은 정수성 후보에게 있고, 그게 이번 재선거에서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점이다.
그럼, 이번 경주 재선거에서만 박심이 중요하게 작용하는 것일까?
아니다.
어쩌면 앞으로 실시될 각종 선거에서 박심은 한나라당 승패를 가늠 하는 가장 중요한 변수가 될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한나라당은 ‘탈 이명박’을 통해 박심을 붙잡는 게 맞다.
그런데 지금 한나라당의 꼴을 보라.
당 지도부를 보면 친이(親李, 친 이명박) 일색이다.
흡사 ‘MB당’을 보는 것 같다.
그래놓고 선거 때만 되면, ‘박근혜’를 연호하며, 그 앞에 머리를 조아린다.
이번에 박 전 대표는 확실하게 보여주었다.
앞으로는 결코 그런 식으로 이용당하거나 끌려가지 않겠다는 의지를 정종복 후보를 내치는 모습으로 분명하게 보여주었다는 말이다.
이제 선택은 한나라당 당원, 대의원, 국회의원들의 손에 달렸다.
내년과 2012년 총선에서 MB를 앞세워 완패하든지, 박근혜를 내세워 승리하든지 스스로 선택하라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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