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기억나는 건 여행을 가는 건지 서류정리를 하는 건지 모를 정도로 엄청나게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했던 일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사람이 경험하지 못하는 해외여행을 갈 수 있다는 만족감에 컸던 것 같다.
그렇게 거한(?) 첫 해외여행을 필두로 지금까지 다양한 계기로 해서 수많은 비행기를 타고 해외를 돌아다녔다. 그 사이 팬암이나 컨티넨탈, 피플식스익스프레스 등 수많은 외국 항공사가 없어지기도 하고 생겨나는 걸 지켜보기도 했다. 또 얼마 전까지만 해도 독과점 체제였던 우리나라 항공사가 아시아나의 출범으로 복수 항공 시대가 열리는 모습도 보았다. 그 결과 해외여행에 대한 노하우를 제법 많이 쌓게 됐다. 꽤 오랜 비행 경험 덕분에 이제는 비행기에 관한 한 나름 독자적인 觀이 형성될 수준에 이르렀다는 생각도 든다.
뿐만 아니라 항공사의 성공요인을 누구보다 잘 알 수 있을 것 같다. 예를 들어 비행기를 탈 때마다 느꼈던 소회를 바탕으로 갑과 을의 입장을 바꾼 역지사지 발상에서 비롯된 영업전략 등을 세운다면 성공할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그것이다.
실제로 ‘내가 항공사를 운영하게 된다면’을 전제로 성공적 항공사 운영에 대해 상상하는 일은 무료한 여행시간을 생산적으로 보내는 개인적 취미가 됐다.
항공사 성공의 핵심은 바로 승객을 친절하게 접대하는 일이다. 비행기로 여행하는 승객에게 가장 절대적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기 때문이다. 친절은 적어도 비행기 티켓을 구매하면서 특별히 일정에 차질을 빚지 않는 범주라면 그 항공사를 다시 찾고 싶게 만들 정도로의 위력을 발휘한다. 곧바로 매출과 연계되는 것이다.
국내 항공사의 경우 거의 백만마일을 육박하는 비행기기록이 화려한 기득권으로 빛나는 곳과 모든 여건이 상대적으로 초라할 수밖에 없는 또 다른 곳이 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비행기를 탈 때마다 잘나가는 항공사보다 그보다 못한 항공사가 더 마음에 이끌리곤 한다. 우연의 일치인지 모르지만 승객에게 최선을 다하는 모습으로 자기가 소속된 항공사와 일체감을 보여주는 직원들 때문이 아닌지 생각된다.
물론 툭하면 승객을 짐짝 취급하는 불친절로 마음을 상하게 하는 외국 특히 미국 비행기들에 비하면 우리 국내 항공사의 서비스는 우수한 편이다. 그래도 두 국내 항공사만 놓고 비교하자면 미묘하지만 앞으로 큰 변수가 될 가능성이 있는 차이점을 느끼게 된다는 말이다.
누구나 자신을 대접해주는 호의 앞에 무심해지지 않는다. 결국 인정해주고 대접해주는 상대에게 자기가 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열정으로 화답하는 게 인지상정 아닐까 싶다.
마찬가지로 어차피 승객의 호응이 회사의 성패를 가르는 주요 관점일 수밖에 없는 항공사의 특성을 감안한다면 친절이야말로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가장 큰 무형의 자산일 것이다.
개인적 상상의 범주이긴 하지만 ‘대한민국'을 항공사로 (우리 국민을 비행기 승객으로) 가정해보자. 비행기를 이용하는 모든 승객에 대해 -배경 있는 사람이건 배경 없는 사람이건- 100% 고객 만족을 위해 노력하는 항공사 말이다. 친절하고 확실한 승객 응대로 모든 고객들이 다시 찾고 싶어 하는 항공사가 된다면 그 항공사의 성공은 따 놓은 당상일 것이다.
마찬가지로 국가가 국민을 그렇게 보살피고 섬기는데 어느 국민이 국적을 포기하고 나라를 떠나겠다는 마음을 먹을 수 있겠는가. 모르긴 몰라도 조국을 위해 희생봉사 하겠다는 자발심이 저절로 우러나게 될 것이다.
바야흐로 21세기는 변화무쌍의 시대다. 스스로의 노력 없이는 아무것도 얻을 수 없는 냉혹한 현실이 있을 뿐이다. 역사와 전통 등 기득권이 모든 것을 담보해주는 과거와는 판이하게 달라졌다. 앞서 비교한 두 국내 항공사의 경우처럼 구태에 젖어 있다간 순식간에 모든 것을 잃을 수도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국가도 마찬가지다. 국민의 사랑과 관심 속에서 동반의 개념으로 가는 게 맞다. 국민 위에 군림하려는 잘못된 판단으로 행여 눈 밖에 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 고객만족을 앞세우는 기업의 21세기 경영방식처럼 국가도 국민만족을 최우선 경영 목표로 삼아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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