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장 고 하 승 오는 4.29 재.보궐선거에서 ‘노무현 악재(惡材)’와 ‘이명박 악재(惡材)’ 가운데 어느 것이 더 큰 힘을 발휘할까?

한나라당은 ‘노무현 악재’로 한나라당의 지지가 오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실제 공성진 최고위원은 9일 박연차 사건에 대한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공식사과 파장으로 4.29재보선에서 한나라당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질 것이라고 자신만만하게 밝혔다.

공 최고위원은 이날 BBS라디오 '김재원의 아침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어제 전주 완산과 덕진을 가서 시민들과 접촉해봤더니, 이 사태의 영향을 좀 받았는지 한나라당에 상당히 호의적인 분위기가 느껴졌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또 ""노무현 전 대통령 내외와 그 주변의 친지, 측근들에 대한 조사가 우선되어야 한다""며 ‘노무현 악재’를 더욱 키워야 한다는 입장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사실 노 전 대통령의 이 같은 ‘추문’은 민주당에게 있어서 뼈에 사무치는 아픔일 것이다.

친노 핵심인 안희정 민주당 최고위원이 지난 8일 비공개 최고회의에서 ""국민과 당에 누를 끼쳐 미안하다""면서 ""지난 1년은 너무너무 지독하고 힘들었다. 생살까지 벗겨내는 고통스러운 시간이었다""고 말한 것을 보면, 그 상처가 얼마나 깊은지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오죽하면 민주당이 노 전 대통령과 거리를 두는 모습을 보였겠는가.

특히 민주당은 열린우리당 해체 이후 노 전 대통령이 민주당에 입당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노 전 대통령과 분명하게 선을 긋고 있다.

뿐만 아니라 노영민 대변인은 9일 논평을 통해 ""최근 시사저널에서 이상득, 노건평 등 '형님들의 밀약'이 보도됐다""면서 ""이상득 씨는 한나라당 당원이지만 노건평 씨는 민주당 당원이 아님을 밝힌다""고 역공을 펴기도 했다.

‘노무현 악재’를 최소화하기 몸부림인 셈이다.

그만큼 ‘노무현 악재’는 민주당에게 있어서 치명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면 한나라당을 괴롭히는 ‘이명박 악재’는 어떨까?

만만치 않다.

어떤 면에서 ‘이명박 악재’는 ‘노무현 악재’보다 더욱 치명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등장한 ‘형님끼리의 밀약설’, ‘박연차게이트 여권 핵심 연루설’ 을 비롯해, 취임초기의 ‘강부자 정권,’ ‘돌려막기 인사’, ‘부패 내각’ 등 현 정권이 갖고 있는 전방위적인 문제이기 때문이다.

실제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20~30%대를 오르내리는 수준에서 좀처럼 빠져 나오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아니나 다를까. ‘이명박 악재’의 효과를 입증하는 결과가 나왔다.

지난 8일 실시된 경기도교육감 선거에서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 심판론을 전면에 들고 나온 김상곤 후보가 당선된 것이다.

이번 도 교육감 선거는 3주 앞으로 다가온 4.29 재보궐 선거에서 이명박 정부의 중간평가라는 선거 구도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었다.

실제 민주당 지도부는 재보선에서 MB정부에 대한 국민의 심판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섞인 전망을 내놓았다.

원혜영 원내대표는 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이번 경기도교육감 선거에서 국민들은 경제를 망치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우리의 미래를 망치는 일까지 허용할 수 없다는 결연한 의지를 표로써 보여주었다""면서 모처럼 밝은 표정을 지었다.

또 박병석 정책위의장은 ""이번 선거가 MB교육 실패에 대한 경기도민의 심판이라면 4월29일에 진행될 재보궐 선거는 MB경제 실패에 따른 심판이 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특히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안민석 의원은 ""이명박 측근에 맞선 김 후보의 당선은 교육혁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민주당이 이처럼 자신감을 갖는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이명박 측근 인사인 김진춘 후보는 한나라당 임태희 정책위의장, 안상수, 정병국, 심재철, 차명진 의원 등 친이 인사들이 그의 유세장에 대거 참석할 만큼, 한나라당이 전폭적으로 지지했던 인물이다.

그런 인물이 무려 7만 4000여표차로 대패한 것이다.

따라서 이번 선거는 단순히 김진춘 후보의 패패가 아니라 한나라당의 패배라는 것.

물론 한나라당 광역후보가 수도권에서 패배한 것은 10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4.29 재보선 역시 비슷한 결과가 나오는 것은 아닐까?

아무튼 ‘노무현 악재’와 ‘이명박 악재’가 서로 도토리 키 재기 하듯이 공방을 벌이는 것을 보면, 씁쓸하기 이를 데 없다.

그러면 ‘호재(好材)’는 없는가.

전북 전주 완산갑 한나라당 태기표 후보 측의 한 관계자는 “박근혜 전 대표께서 직접 지원유세를 해 주신다면, 한나라당 불모지대인 호남에서 기대 이상의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고 보면 ‘노무현’이나, ‘이명박’이라는 이름은 모두 선거에 도움이 되지 않는 ‘악재’일 뿐이지만, ‘박근혜’라는 이름만큼은 ‘호재’가 분명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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