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과자 양성소? <홍문종 칼럼>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9-04-09 19: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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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문종 (경민대학교 총장) 평소 오세훈 서울시장을 좋은 정치 재목으로 생각하고 있다.

국회에서 같은 상임위(환경노동위) 활동을 하면서 발견하게 된 오 시장의 신선함에 매료된 결과다. 신선함 뿐 아니라 신선함을 지키고자 부단히 노력하는 모습에 경외심까지 갖고 있을 정도다. 그런데 오늘은 오세훈 시장에게 반기를 들어야겠다.

이른 바 오세훈 법이라고 명명되는 현행 정치자금법에 대해 나름 생각하고 있는 반론을 제기하고 블로그 독자들의 판단을 받아보고 싶기 때문이다.

사실 이 얘기는 오래 전부터 하고 싶었다. 특히 보석 같았던 박진 의원마저 정치자금법으로 구설수에 오르내리는 걸 보면서 한번은 꼭 써야겠다고 생각한 글감이기도 하다. 그러다 야인신분으로 지내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자유로이 말할 수 있는 때라는 판단에서 운을 떼고자 하는 것이다. 또 정치권에서 비껴 서 있는 내게 돌팔매질로 나설 만큼 전의를 느끼는 사람이 없을 거라고 믿는 구석도 부축인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결론을 말하자면 정치자금법을 대폭 완화해야 한다는 거다.

조금 더 부연 설명을 붙이자면 입출금이 분명하다면 정치자금의 한도나 항목 등을 대폭 정비해서 지금보다는 합법의 규모를 더 넓혀야 하지 않을까 싶다. 물론 개인이나 기업의 정치자금 한도를 제한하는 현행 정치자금법의 취지는 바람직하다. 그러나 지나치게 비현실적인 면도 있는 만큼 이 부분의 조정은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생각이다. 예를 들면 후원금이나 선거자금 만해도 제한하고 있는 금액의 한도를 현실에 맞게 늘려야 한다. 극히 제한적인 항목으로 규제하고 있는 정치자금도 불법적인 용처가 아니라면-매표행위나 향응, 뇌물로 쓰이는 자금은 당연히 제한해야하겠지만- 세미나를 개최하거나 후원모임을 위한 지출, 정책개발 및 홍보 경비 등은 합법화하는 방향으로 운신의 폭을 넓혀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물론 '빈익빈 부익부’현상에 대한 우려는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검찰 발표 등을 통해 드러난)지켜본 바에 의하면 빈익빈 부익부 현상은 기왕에도 존재해왔다. 오히려 법망을 피해야하는 기밀성 때문에 돈의 규모만 키우고 용처가 음성화되는 결과를 초래해 낭비와 비효율적 요인을 증가시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언젠가 정치인을 수입하자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오죽하면 그런 말을 들을까 하는 자괴감도 없지 않았지만 선진국 의원들과 당당히 겨룰 정도의 자질향상을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겠다는 결기를 다진 기억이 난다.

정치발전을 위해서는 정치인들이 창조적이고 독창적인 아이디어 개발에 투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따라서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거나 정치자금을 통해 조달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놓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미국의 민주당 대통령 예선 마무리에서 민주당 당원들은 클린턴 후보의 수천만 달러 선거 빚을 오마바 측이 갚아주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제안한 적이 있다. 그 제안이 (오바마의 수락 여부와 관계없이) 정치자금법 시비를 불러오지 않았다는 점은, 선진국의 정치 현장이었던 만큼 유의할 대목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였다면 어떤 상황이 됐을까?

현행 정치자금법 조항의 불합리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결코 적지 않다. 실제로 애매모호한 법조항 때문에 유권해석 주체가 누구냐에 따라 처벌 유무가 달라지는 웃지못할 상황이 일어나기도 한다. 그렇게 어설픈 일이 21세기 대한민국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다니 말이 안되는 상황이다. 행위에 대한 유권해석의 시각이 천차만별이다보니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할지 모르겠다는 정치권의 볼멘 소리가 많다. 심지어 지역선관위 등에 유권해석을 받은 사항조차 나중에 처벌 대상이 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를 막기 위해 양형기준을 마련하는 움직임이 있는 모양이지만 제대로 시행되려면 아직 멀었다는 생각이다. 차라리 불법 조항을 분명하게 명시하되, 그 외의 정치적 행위에 대해서는 자유롭게 해주는 게 나을 것 같다.

여담이지만 대한민국 정치가 (장)자연법칙과 (박)연차 방식에 의해서 움직인다는 소리를 들어봤는지 모르겠다. 자연법칙, 연차방식을 검찰주석으로 정국이 운영된다는 얘기도 있다. 여의도나 청와대가 뉴스의 초점에서 비껴나가 있다는 비아냥이 묻어나는 세간의 유머다. 이른 바 정치자금법 덫에 걸려서 전직 대통령까지 사법 처리 될 위기에 놓여있다고 들었다.

그동안 수많은 전현직 국회의원들이 영어의 몸이 되어 교도소를 경험했거나 지금 이 순간에도 검찰에 불려 다니고 있다. 전직 국회의장들도 예외는 아니다.

김문수 경기지사 말마따나 정치인은 교도소 담장 위를 아슬아슬 걷고 있는 존재라는 게 새삼 실감이 난다. 그 모습을 보면서 개인적인 호불호를 떠나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

국민들 앞에 민망하기도 하다. 그러나 정치권이 부패하고 무능하다고 손가락질만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다른 측면에서 국민이 주권행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정황을 시사해 주고 있다. 국민적 자질이 정치인을 자정시킬 수 있는 열쇠다. 국민이라고 해서 오늘 날 부정적인 정치권 풍토로부터 자유로운 입장이 될 수 없는 이유다. 자칫 공범(국민)이 범인(부패정치권)을 비난하는 이상한 시추에이션이 펼쳐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정치권의 쇄신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치인들이 투명하고 당당하게 정치할 수 있는 토양을 조성해주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한다. 돈 없는 사람도 자기 브랜드를 가지고 정치에 나서는 기회를 얻을 수 있고 그 가능성을 높여 나갈 수 있도록 뒷받침 할 수 있는 문화가 형성돼야 한다. 정치인의 능력을 키우고 일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서 제대로 된 정치권 문화가 형성될 수 있도록 육성할 책임은 국민에게도 있다는 사실을 자각해야 한다.

지금 경제도 어려운데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고 핀잔을 들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정치인들에게 숨 쉴 공간을 허락해 주자는 소리를 멈추고 싶은 생각은 없다.

일할 기회나 줘보고 야단을 치자는 읍소도 계속할 참이다.

그나저나 이러다가 정치권이 '전과자 양성소'라는 오명에 고정될까 심히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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