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김유진 / / 기사승인 : 2009-05-14 15:3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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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왜 이러나
홍문종 칼럼

교육현장에 있으면서 가장 의미를 두게 되는 건 천진난만하고 구김살 없는 학생들의 미래를 함께 설계한다는 기쁨이다. 평소 수성과 신성을 동시에 지닌 인간의 특성에서 두 영역을 구분 짓는 건 다름 아닌 교육의 힘이라고 생각해 왔다.
자칫 짐승의 나락으로 떨어질지 모를 학생들을 가득 채워서 될 수 있으면 최고의 완성품으로 세상에 내보내고 싶은 게 교육 현장에 있는 모든 이들의 바람일 것이다. 나도 마찬가지다. 오죽 하면 맹자께서 후대 교육의 보람을 인생의 세 가지 기쁨 중 하나로 꼽았겠는가.
그러나 대한민국의 교육현실을 보면 여전히 암담하고 우울하다. 교육이 실종됐다는 극단적 표현이 괜한 말은 아니라는 생각까지 든다. 세계의 대학 랭킹 순위에서 대한민국 대학들은 한참 많이 쳐져있다는 소식이다. 하버드대학과 동경대학이 나름의 영역에서 최고로 꼽힌 모양이다. 그러나 나는 지금 병들어가는 대한민국을 살리는데 대학 순위가 할 수 있는 역할은 아무것도 없다고 본다. 국내에 하버드 대학이 100여 곳 있다한들, 동경대학이 1000여 곳 있다한들 무슨 소용인가. 아무리 능력자가 되어도 '인간'이 될 수 없다면 말짱 도루묵이다.
무쏠리니나 히틀러가 개인적 능력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대중으로부터 몹쓸 사람으로 대접받는 건 그들이 전 세계 인류에 끼친 해악 때문이다. 그들이 세계사에 남긴 '패악의 족적'은 어쩌면 기본적 인성 부재의 후유증일 수도 있다.
그동안 몇 번이나 우려를 표명한 바 있지만 교육현장의 인성부재는 결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밥상머리 교육 등 최소한의 인성교육조차 사라진지 오래인 점도 무관하지 않다.
물질적 풍요에도 불구하고 요즘 학생들은 참으로 불행한 세대다.
아이들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각종 요소를 제대로 공급받지 못한다는 측면에서 보면 그렇다. 그저 공부만 하면 모든 건 상관없다는 식으로 독려하는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아이들은 하릴없이 '괴물'로 성장하고 있다. 일테면 영양실조를 수반하는 편식 현상 같은 것이다. 오늘날 도저히 인간의 행위로 봐 줄 수 없는 일련의 '사건'들은 그 괴물이 어른이 된 이후 벌어지는 결과물이다.
대학마다 경쟁력을 말하고 교육의 질 향상을 위해 피치를 올린다고 한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인간만들기'부터 해결해야 한다.
지금쯤이면 누군가는 인간을 만드는 교육을 이야기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공부보다 인간이 먼저라는 케치프레이즈 아래 인간을 만들고자 하는 교육이 없는 한 대한민국 미래는 없다고 단언하다.
바야흐로 21세기는 무한경쟁의 시대에 돌입했다. 결국 한사람 한사람의 경쟁력이 중요하다. 경쟁력이란 저마다의 테크닉이나 스킬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 인간 본연의 가치를 회복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내 인생 경험을 통해서도 타인의 배려가 없이 그저 '실력 쌓기'에만 열중한 삶은 그다지 제대로 살았다고 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A는 학교 다닐 때 우수한 성적으로 좋은 대학을 졸업하고 부친의 사업체를 물려받아 안정된 생활로 탄탄대로를 가던 고등학교 때 친구다. 그런 그가 갑자기 예기치 않은 사업부진으로 회사가 부도나고 길거리에 나앉는 형편으로 전락해 버렸다. 지금은 반지하에서 어렵게 살고 있는데 아무도 그에게 관심을 갖지 않는다. 추측컨대 모든 걸 다 가진 그였지만 어릴 때부터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없었던 게 결정적 이유이지 싶다.
대한민국 국민들이여, 특히 학부형들이여!
컴퓨터도 좋고 태권도도 좋지만 인간이 안되면 태권도는 사람을 패는 무기가 되고 컴퓨터는 사람 속이는 걸 돕는 도구가 될 수 있다. 그런 자녀를 원하지 않는다면 무엇보다도 사람되는 교육부터 신경쓰시라고 조언드린다.
어릴 때부터 불웃한 이웃의 삶을 돌아보는 기회를 통해 따뜻한 품성을 키울 수 있도록 해주는 것도 한 방편이 될 수 있다. 노숙자 시설이나 장애인 시설 방문을 통해 협동, 희생, 봉사의 개념을 가르치자. 경우에 따라서는 기꺼이 기쁜 마음으로 손해도 보고 희생도 치룰 수 있는 사람 냄새나는 자녀로 만들어야 할 책임이 부모들에게 있는 것이다. 그렇게 했을 때 비로소 자녀들이 인간다운 세상에서 인간의 수준을 유지하며 살 수 있기 때문이다.
다시 한 번 세상을 향해 외친다.
자녀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유산은 재물이 아니라 인간의 심성을 심어주는 일이라는 걸 잊지 마시라.
故장영희 교수의 마지막을 배웅하는 영결미사 장면이 텔레비전에 나오고 있다. 그녀가 살다간 흔적처럼 이 세상이 온통 향기로운 사람들로 가득 차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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