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추모행렬은 ‘反 MB’ 상징

고하승 / / 기사승인 : 2009-05-27 11:5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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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 한 때 반등세를 보였던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다시 폭락하고 말았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대표: 이택수)가 실시한 정례 여론조사 결과, 이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전주 대비 3.5%p 하락한 23.2%로 나타났다. 지난 1월 9일(22.5%) 이후 최저치를 기록한 것이다.

이번 조사는 26일, 전국 19세 이상 남녀 700명을 대상으로 휴대전화로 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7%)했다.

반면 국정수행을 잘못하고 있다는 부정평가는 무려 8.2%p나 상승한 69.4%를 기록했다.

즉 우리나라 국민 10명 가운데 7명이 ‘반(反) MB’인 반면, ‘친(親) MB’는 겨우 두 명 꼴에 불과하다는 뜻이다.

사실 우리나라에 아직도 이명박 대통령을 지지하는 사람이 그 정도라도 남아 있다는 사실이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실제 ‘반(反) MB’현상은 사회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지금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추모 열기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는 것도 사실상 ‘MB’정권을 향한 소시민들의 ‘저항의 몸짓’이라고 보면 맞을 것이다.

이미 ‘끊이지 않는 추모행렬’, ‘멈추지 않는 눈물’이라는 제목의 기사와 사진들이 각 신문 지면을 장식한지 오래다.

뿐만 아니라 빈소가 있는 경남 진영 봉하마을에는 서거 나흘째 70만명 이상의 추모객이 다녀간 것으로 확인됐다고 한다.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시민들도 교통이 불편한 그곳까지 직접 방문해 조문을 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그러니 서울 대한문 앞과 전국 곳곳에 설치된 임시분향소를 찾은 조문객 수는 실로 엄청날 것이다.

물론 그들이 모두 노 전 대통령 지지자들은 아니다.

실제 <시민일보>자유게시판에 올라와 있는 글들을 보면, 평소 노 전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았던 사람들은 물론이고, 심지어 노 정권을 신랄하게 비판했던 사람들까지 참담한 심정으로 조문을 다녀왔다는 사실을 고백하고 있다.

즉 노 전 대통령 지지여부와 관계없이 이명박 정권을 향한 ‘분노의 몸짓’, ‘저항의 상징’으로 소시민들이 노 전 대통령 추모행렬에 적극 가담하고 있다는 뜻이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차린 관제분향소보다는 시민들이 스스로 차린 시민분향소에 조문객들 발길이 더 많이 이어지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국민들 사이에 폭넓게 형성된 ‘반 MB’ 정서가 급기야는 ‘한나라당’마저 외면하게 만들고 있다는 사실이다.

여론조사 결과가 이 같은 사실을 입증해 주고 있다.

실제 정당지지율에서 민주당은 전주 대비 5.3%p 상승한 21%를 기록해 지난 1월 7일(20%) 이후 처음으로 20%대로 올랐다. 27.8%의 지지를 받은 한나라당과의 격차를 이제 한 자리수로 ‘바짝’ 좁힌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 취임 이전 양당 지지율이 더블스코어를 기록했던 것에 비하면, 상당한 변화다.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오는 10월 재.보궐선거는 물론이고 내년 지방선거에서도 한나라당은 참패를 당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어쩌면 그 여파가 2012년 총선은 물론, 대통령선거에까지 영향을 미칠지 모른다.

그런 징후가 감지되고 있다.

일례를 들자면,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에서는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가 여전히 1위 자리를 지켰으나, 전주 대비 무려 5.9%p나 하락해 35.2%에 머물렀다.

이는 국민들 사이에 폭넓게 형성된 ‘반 MB’ 정서가 ‘반 한나라당’ 정서로 확산되면서, 급기야 여당 유력 대권주자인 박 전 대표에게까지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뜻 아니겠는가.

그렇다면 박 전 대표도 이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특히 한나라당은 이번 원내대표 경선 결과에서 나타났듯이 박 전 대표를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다. 심지어 박 전 대표의 대표 재임하던 시절, 자신의 불이익을 감수하면서까지 만들었던 혁신적인 당헌당규를 개악(改惡)하려는 움직임까지 나타나고 있는 마당이다. 그것도 ‘당청 소통 강화’라는 명분을 내세워 MB 친정체제를 구축하려고 한다니 참으로 기가 막힐 노릇 아닌가.

사실 지금의 한나라당은 휘몰아치는 폭풍을 만난 난파직전의 배와 같다. 살아남으려면 불필요한 짐을 모두 바다 속으로 던져버려야 한다. 즉 거추장스러운 ‘MB’를 버리지 않으면, 그 무거운 짐과 함께 배도 침몰할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과연 이런 상황에서 박 전 대표가 ‘MB’를 끌어안고, 서서히 침몰해 가는 ‘한나라당 호’와 운명을 같이 할 필요가 있을까?

박 전 대표가 어떤 결정을 내리든 그 판단의 기초는 노 전 대통령 추모행렬이 ‘반 MB’ 상징이라는 데서부터 출발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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