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문에 참된 리더십은 무조건 앞서는 속도전에 능하기보다 앞서 달리면서도 좌중과의 보조를 능히 맞출 수 있는지 여부가 관건이라고 할 수 있겠다. 리더가 너무 많이 앞서 달려 나가다보면 그 뒤를 따르는 사람들은 그의 모습을 보기 힘들게 되는 것은 물론 그의 부름조차 듣기 힘들어지게 되는 낭패를 겪게 되기 때문이다.
*자동차의 왕 헨리 포드
자동차 업계의 전설로 남은 자동차 왕 헨리 포드.
폭넓은 시각과 탁월한 비전, 창조력으로 성공을 거뒀지만 안타깝게도 그의 말년은 행복하지 않았다. 극심한 자아도취로 신모델 개발을 권하는 주위의 충고를 외면하는 완강한 고집 때문이었다. 심지어 회사 디자이너들이 작업한 신모델을 망치로 때려 부술 정도로 초기 모델에 집착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검정색을 고집해서 포드는 T형 검정색이라는 굴레를 벗어나지 못했다고 한다.
신념과 옹고집은 쌍둥이처럼 닮아서 구분하기 어렵다. 그런 측면에서 변별 능력 역시 지도자가 갖춰야 할 중요한 덕목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그가 옛 것에 사로잡혀 있는 사이 잘나가던 포드사의 주가는 급속한 하락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후발업체였지만 소비자의 취향을 고려, 다양한 종류의 디자인과 저렴한 가격대로 추격해 들어온 GM사에 자동차 시장의 권좌를 위협받기에 이른 것이다.
결국 포드사는 과거의 명성을 역사의 뒤안길에 묻은 채 선두자리를 양보해야 했다. 과거에 집착하고 현실의 변화를 수용하지 못해 미래를 준비하지 못한 결과다.
헨리포드는 실패와 성공의 양면을 보여준 CEO로 미국 MBA 교재로 등장 할 만큼 두드러진 케이스로 평가되고 있다.
*막사이사이 필리핀 전대통령
1957년 비행기 사고로 급서한 필리핀 막사이사이 전대통령, 그의 품격과 공적을 추모·기념하기 위해 ‘막사이사이상’이라는 이름의 국제적인 상이 설치될 정도로 성공한 지도자 반열에 올라있는 인물이다. 필리핀이 제대로 서려면 공무원의 부정부패를 근절시켜야 한다는 주장으로 대통령이 된 그는 재직 시 필리핀 국운 융성의 공적을 평가받고 있다.
당초 자동차 운전을 시작한 직장 생활 중 착실하고 성실한 면모가 인정돼 양코 버스 회사의 지배인을 거쳐 제2차 대전 후에는 국방 장관, 46세가 되던 해 드디어 대통령에 당선됐다.
‘나의 직책은 대통령이지만, 나의 마음은 이 나라의 한 병사’ 소박하고 겸손했던 그가 평소 신념으로 품고 있던 말이다. 국가와 민족을 위해 최선을 다하던 그가 대통령 임기를 마치기도 전에 유명을 달리하게 되자 국민들은 슬픔 속에서 그를 떠나보냈고 그의 이름을 딴 상을 제정하기에 이른 것이다.
진정한 지도자는 떠난 자리에조차 그리움의 꽃을 피우는 등 흔적도 남다른 가 보다.
*이순신 장군
23전 23승의 연전연승의 실적을 자랑하는 역전의 용사, 충무공 이순신 장군. 그가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배경은 신뢰를 중심으로 하는 인간경영에 있는 게 아닐까 싶다.
충무공의 부하 사랑이 특별했다는 건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때로 장수로서 품위가 없다고 모함을 받을 정도로 부하들을 동반자로 대하며 마음을 나눴다는 그다. 식량을 나누어주고 옷을 벗어주는 등 어려운 이에 대한 각별한 사랑도 전장터를 훈훈한 인간미로 감싼 충무공의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대변한다.
칠천량해전에서 조선 수군이 괴멸된 후 다시 수군통제사가 될 당시의 이순신은 빈털터리였다. 하지만 피난민이나 패잔병들까지도 그와 함께 하겠다고 몰렸다. 급기야는 피난길에 나선 노인들까지도 그를 돕고자 애썼다. 그동안 그가 쌓아올린 신뢰의 현장이었다.
그는 “장부로서 세상에 태어나 나라에 쓰이면 죽기로서 최선을 다할 것이며 쓰이지 않으면 들에서 농사짓는 것으로 충분하다. 권력에 아부해 한때의 영화를 누리는 것은 내가 가장 부끄럽게 여기는 바”라며 마지막 순간까지 흐트러짐 없이 국가에 충성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 결과 후대로부터 진정으로 존경받는 지도자로 영원히 살아남게 되었다.
*지도자의 자질
이야기 속 행적만으로 모습이 매료되는 주인공이 있다. 헤르만 헷세 작품 ‘동방으로 여행’에등장하는 '레오'라는 이름의 종 이야기가 그렇다. 레오는 여행하는 그룹의 ‘종’ 신분이었는데 어느 날 잠시 그가 사라지자 많은 사람들이 당황스러워 하는 등 확실한 존재감으로 좌중을 압도하는 포스를 발휘한다. 그저 잡일이나 하는 종의 신분에도 불구하고 레오는 그 그룹의 정신적 지주역할을 해 낼 만큼 보이지 않는 지도력을 발휘하고 있었던 것이다.
레오의 지도력이 인정받을 수 있게 된 것은 무엇보다 그가 가지고 있는 신실함의 역할이 컸다. 누구든지 그를 신뢰할 수 있고 어떤 일이든지 맡길 수 있게 하는 믿음직스러움 말이다. 레오야말로 어떤 위치에 있건 세상이 필요로 할 때 그 필요에 부응할 수 있는 사람, 맡겨진 일에 최선을 다해 인정받는 사람, 지금 있는 곳에서 준비한 사람만이 지도자의 지위를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한 사례다.
지도자의 자질은 어떤 상황에서라도 제 값 만큼의 대접을 받게 되는 것 같다.
혹자는 21세기를 신뢰경영의 시대라고 말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다지 여유롭지 못한 게 사실이다. 팽팽한 긴장감이 언제 터질지 모르는 불안감이 되어 옥죄고 있는 분위기다.
무엇보다도 요동치는 민심을 진정시킬 묘책에 집중해야할 때가 아닌가 싶다. 처방이 있다면 스스로를 내던져 솔선수범 할 수 있는 지도력이라고나 할까? 지도자의 용기라고나 할까? 어쨌든 핵심을 관통할 수 있는 뭔가가 요구되는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는 것만은 확실한 것 같다.
이런 때일수록 일방통행식 강요보다 국민 눈높이를 맞출 수 있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국민 개개인의 타고난 본성 그대로를 인정하고 잠재된 가능성에 호소한다면 의외로 쉽게 마음의 문을 여는 기회를 얻을 수도 있다.
나그네의 옷을 벗긴 건 힘 센 바람의 막무가내가 아니라 부드러운 햇볕의 잔잔한 설득이었던 것처럼 한없이 겸허하게 최대한 낮은 자세로 민의가 무엇인지 들으려 귀를 열어야 한다.
사즉생하고자 하는 지도자의 용기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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