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YS와 DJ다.
두 분이 뿜어내는 카리스마는 완고한 주변 틀에 묶여 옴짝달싹 못하던 당시의 나에게 그나마 피난처이고 이데아가 되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87년 대선 당시 ‘단일화’ 실패 이후 관계의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두 분을 지켜보는 마음이 편치 않다. 앞서거니 뒷서거니 대한민국 대통령을 지낸 남다른 인연에도 불구하고 두 분의 관계는 도무지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으니 암울하기 짝이 없다. 더구나 두 분의 퇴임 이후는 미국의 카터나 클린턴 등 전직 대통령의 경우를 견줘볼 때 너무 실망스러운 게 사실이다.
솔직히 개인적 역량으로 따지자면 YS나 DJ가 미국 대통령들보다 못한 게 무엇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구촌을 대상으로 활발한 활동을 펼치며 어른으로 대접받고 있는 미국 대통령들에 반해 우리의 전직 대통령의 현실은 초라하기 짝이 없다.
전직 대통령의 위상은 국가 브랜드의 신뢰지표와 직결돼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런 만큼 국익차원에서라도 ‘포장’은 당연한 수순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같아선 최대한 과포장을 해서라도 자랑스러운 ‘어른’으로 만들어 내는 싶은 심정이다. 세계로부터 존경받을 ‘지도자’는 대한민국 국가브랜드를 명품화 할 수 있는 또 다른 기회가 되는 셈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의 현실은 어떤가.
DJ의 '독재자' 발언으로 우리 사회가 격한 소용돌이에 빠져든 느낌이다. 그 와중에 DJ에 이어 YS가 한마디 거들고 나서면서 가뜩이나 빈약한 ‘어른’의 풍모가 깎여나갈 일만 남게 되는 것 같아 조마조마하다.
우리 사회의 고질적 병폐인 ‘반목과 대립’은 ‘다름과 틀림의 차이’를 간과하는 미성숙함에서 비롯됐다고 본다. 서로 다른 사람들이 존재하는 데 생각이 같을 수 없는 건 당연하다. 그런데도 우리는 나하고 생각이 다르면 사람마다의 차이를 인정하고 그 차이를 줄이려는 노력보다 무조건 적진으로 분류하는 일부터 시작하는 몹쓸 습성에 젖어있다.
또 경직된 사고가 만연돼 있는 주위 여건도 문제다. 난감한 상황에 직면했을 때 경직된 사고가 사태의 심각성을 확대시키는 경우를 흔히 보게 된다. 문제가 생겼을 때 전문적인 지식이나 행정 경험 등이 처리 과정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때로는 촌철살인의 간단한 유머 한마디가 그 보다 몇 배 나은 사태 해결책으로 대두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실제로 미국 작가 제럴드 가드너는 레이건과 케네디의 경우를 들어 ‘웃음은 호감과 협력을 암시한다. 따라서 타인의 웃음을 쉽게 끌어낼 수 있는 사람은 그만큼 매사에 협력과 지지를 쉽게 얻어낸다. 유머는 곧 설득력인 것이다. 뛰어난 정치인들의 유머감각이 일류인 것도 이 때문이다. 레이건과 함께 위트와 재치 면에서 발군의 실력을 보인 것으로 평가받고 되는 케네디의 '세상에는 진실한 것이 세 가지 있는데 그것은 神, 인간의 어리석음, 그리고 웃음이다. 이런 측면에서 이번 DJ의 발언을 대하는 각각의 반응은 그 수가 한참은 떨어진다고 할 것이다.
사실 국민이 김정일의 세습독재를 모르는 바도 아니고, YS와 DJ의 통일관이나 대북관이 어떻게 다른가는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보수가 기득권을 의미한다는 측면에서 진보적인 사고를 가진 분들의 생각이나 언어가 조금은 더 날카로울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익히 잘 알고 있기에, 큰 지도자들이 일일이 국민에게 미주알 고주알 하실 필요도 없다는 사실을 기억하셨으면 한다.
또한 늘 수세하는 입장에 서게되는지라 항상 억울하고 화가 날 수도 있는 진보진영을 역지사지의 시각으로 보듬는다면 분열된 사회를 치유하는데 도움이 될 수 도 있을 것으로 본다.
결국 YS와 DJ의 반목, 그리고 정치권의 분열에 대한 피해는 국민, 더 나아가 너와 나의 몫으로 남기 마련이다. 정신 바짝 차리고 유권자의 진정한 권리를 지켜야겠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 길만이 올바른 정치 풍토 정착에 기여할 수 있는 해결책인 것 같다.
그리고 아직도 많은 국민들이 변함없는 애정을 가지고 지켜보는 두 분께서도 이제 그만 반목을 거두고 화해하셔서 우리들의 든든한 지도자로 남아 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 두 분은 아직도 시대와의 불화를 겪던 그 시절을 살고 계시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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